박근영 기자<zaijiann@naver.com>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회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의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원 한 명이 몸에 불을 붙인 채 나타났다. 불길에 휩싸인 채 조례 폐지를 외치던 그는 결국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래 봐야 효과도 없잖아요. 그렇게 개인이 일본에 외치는 것보다 우리나라 외교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게 낫지 않나요?”

독도연구보전협회(독도협회) 김영일 간사(29, 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는<이미지1-되도록 작게 해주세요.사진이 흔들렸음...ㅠ.ㅠ>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도발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답답하다. 일본이 독도를 일본영토라고 주장한지도 벌써 100년. 그동안 독도수호를 외치는 국민들의 열기는 뜨겁다 차갑다 사이를 몇 번 씩 오갔고, 외교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몇몇 국회의원이 잠시 관심을 보인 것이 전부였다. “완전 쇼죠. 사실 저도 협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독도에 관심이 없었어요. 들어와서 공부도 하고 강연도 들으면서 독도에 대해 알게 될수록 재미있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국제재판. 두렵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계속 반응이 없다면 국제재판에서 패소할 형편인데 외교부에서 이렇게 조용히 대처하는 것은, 국제법도 제대로 모른다는 거죠.” 그동안 외교부의 공식입장은 일본의 도발행위를 공론화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당연히 우리 땅이기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국제재판에 회부될 경우 우리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런 외교부의 태도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문법을 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제재판은 판례법을 적용해요. 그동안의 영토분쟁에 대한 판례를 보면 어떤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상대국에서 반응이 없다면 거의 패소해왔습니다.”

독도연구보전협회에서는 우리가 먼저 독도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 시키고 일본을 국제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직접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본을 회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외교부가 나서야하니까 저희는 공개적으로 외교부를 자극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강연회나 심포지엄을 하면 외교부에서도 오세요. 되레 우리한테 ‘제발 그러지 마라. 조용히 좀 해라’라고 하니까 답답하죠.”

일본 측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일본영토로 인정받기 위해 그동안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발표했다. 신용하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독도협회 소속의 회원들은 이를 무력화시킬 자료와 논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일본이 가장 확실한 근거라고 주장하는 샌프란시스코조약이 인정받을 수 없는 증거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일본이 내세우는 증거들이 하나하나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수록 국제적으로는 더 많이 공론화 시키고 국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교부 직원 분들. 뭐하세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유력시 되고 있는 등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로비를 정말 잘해요.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와 관계있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로비를 하죠. 대외적으로 자료를 던져주면서 이렇게 해라라고 지시도 해요.”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실질적 대응은 거의 없다. “동해가 일본해가 되도록 나토조약이 바뀌는 것을 그냥 보고 있고, 외교부에서 모르니까 계속 당하는 거죠. 알아도 안하는 건지…….” 그는 얼마 전까지 독도협회 회장을 맡았던 신용하 교수에게 일본의 로비가 과거에 우리나라 외교부 내부까지 침투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박정희 정권 초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독도문제가 공개적으로 많이 논의됐었데요. JP가 일본에 가서 차관을 받아오면서 근본적인 정책이 바뀌었고 그게 쭉 내려오는 외교부의 방침이 됐다고 선생님이 사석에서 말씀을 해주셨어요. 옛날에 누가 얼마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일본과의 협상테이블에서 보인 우리의 저자세는 IMF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또다시 굳어졌다. 99년 일본과 신 어업협정을 맺으면서 독도인근을 공동수역으로 지정하는데 동의한 것이다. “신 어업협정이 맺어지면서 독도가 국제법상으로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닌 것이 됐어요. 3년간의 효력이 끝난 상태라서 이제는 일방적인 파기가 가능한데도 정부 쪽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아요.” 그러나 독도협회 내에서도 어떻게 전략을 세우면 좋을지 정확한 방향을 세우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영토와 어업을 분리시키는 지금의 신 어업협정은 말이 안돼요. 우리나라 영토에 일본인들이 들어와서 고기를 잡겠다는데……. 하지만 분쟁화 된다면 우리 어민 분들이 그곳에서 어업활동을 하는데 실질적인 제약을 받게 되니까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에요.” 과거에는 우리가 국제적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고 전략도 세우지 못한 채 일본에게 당한 부분이 많다. “협정이라는 것은 쌍방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해요. 국제적인 정서와 법을 외교부에서 국제적인 정서와 법을 정확히 판단해서 일본 측이 제시하는 것을 비판하지 못한 채 협정이 맺어지던 과거를 되풀이 하지 말았으면 해요.”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명확히 말한다.

독도연구보전협회는 그동안 학술단체인 독도학회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때문에 심포지엄 개최와 학술서 발간에 활동이 국한되어 일반인들에게는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회원들도 대부분 사회의 유명인사와 학자들이어서 활동도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일반인과 외국인에게 독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 하고 있다. “그동안은 정보를 수집하고 기반을 닦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좀 더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야죠. 일반인을 위한 시민강좌도 계획하고 있고 외국인에게 배포하기 위해 작년에 발간한 <우리 땅 독도 이야기> 소책자를 5개 국어로 번역해 놓은 상태입니다.” 올 3월 초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처음 강좌를 열었다. 강좌는 400여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이었다. “독도가 왜 우리나라 땅일 수밖에 없는지 우리나라 국민도 알아야 해요. 단순히 감정적으로 ‘우리나라 땅이니까’라기 보다는 ‘삼국사기와 세종실록지리지 같은 우리나라 사서나 일본의 고문서를 봐도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게 명시되어 있고 역사적 배경에서도 알 수 있다’라고 명확히 일본에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독도 협회는 그런 분위기와 배경을 넓혀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에 불과한 독도협회에는 어려움이 많다. 1996년 창립당시 약속됐던 정부의 지원은 일회성으로 끝났고 외부의 자금 지원도 넉넉지 않다. “수협 같은 단체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일반인들이 몇 만원씩 보내주시는 후원금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많이 부족해요. 협회 사무실에 인터넷도 연결이 안 돼 있을 정도에요.” 그는 일반인들에게 협회를 홍보하고 독도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온라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계획이다. 그러나 어려운 자금사정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단다. 

김영일씨의 바람은 지금 우리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는 독도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각자 다른 일에 종사를 하면서도 우리 영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마음 한쪽에 담아두고 지속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슬기롭게 극복을 해야죠.” 그의 말대로 지금은 우리에게는 과거와 다른 슬기로움과 끈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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