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칠면조라면  당신은 필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터키라는 말을 들으면 '친절하고 따뜻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 그곳에서 만났던 터키 사람들과 여행자들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사실 떠나기 전 터키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곳에 왜 가려고 했는지 구체적 계획도 없었다. 어느 날 저녁 8시, 기숙사에서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다 갑자기 '터키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바로 서점에 갔다. 문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에 겨우 들어가 <세계를 간다>라는 책을 샀고 정신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 책에서 본 사진들이 내가 기억하는 터키의 첫 모습이며 또 내 여행의 시작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날 TV를 보는데 터키의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여 1$ 당 환율이 무려 1200000TL(Turkish Lira :터키의 화폐단위)로 치솟아 길거리의 빵 하나가 500000TL라는 뉴스를 들었다. 물가도 싸고 여행하기 좋겠다는 생각에 머리 속에서 여행 계획이 정신없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 날 밤을 새며 여행 계획을 완성했고 이튿날 아침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곳-이스탄불


이스탄불이란 도시는 참 오묘한 도시다. 도시를 크게 세 개의 바다가 가르고 있는데 보스포러스 해협을 중심으로 서쪽이 유럽지구이고 동쪽이 아시아지구다. 겉으로 봐서는 두 지역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곳을 잇는 다리 한가운데 서면 나는 유럽과 아시아의 가운데 서 있었다. 필시 예전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많은 배들이 이 바다를 오갔을 것이다.

이스탄불은 이슬람의 색채를 진하게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유럽적이다. 나즈막한 유럽풍의 건물사이로 전차가 다니는 가운데, 저 멀리로는 삐죽삐죽 솟은 첨탑을 거느린 거대한 모스크들이 보인다. 하루에 다섯 번 씩 어김없이 기도할 시간을 알리는 코란의 경전소리가 도시 곳곳에 울려 퍼진다.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유럽풍의 레스토랑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코란 소리가 들린다. 모두 이스탄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다.

정이 많은 터키인들

이스탄불에서 밤 버스를 타고 떠나 도착한 두번째 도시는 베르가마. 거기는 의학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이 있다. 그 날 오후 이즈미르를 거쳐 셀주크에 도착했다. 셀주크는 에페스라는 기독교 성지를 보는 거점도시이다. 성경에 보면 '에베소서'라는 장이 있는데 이때의 '에베소'가 바로 '에페스'이다.

더위를 피해 근처 '파무착'이라는 해변에 가서 만났던 터키 사람이 기억난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옆에 가족처럼 보이는 터키 사람들이 자꾸 눈치를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조금 있다가 한 남자가 와서 말을 건넸다. 짧은 영어로 그는 자기가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터키에 온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난 그냥 고맙고 만나서 반갑다 정도의 말로 대신했는데, 잠시 후에 그 사람이 다른 남자를 데려왔다. 그 사람은 영어를 꽤 했는데, 그 사람을 통해 내가 영어로 대화를 시작하자 주위에 모든 터키 사람들이 다 내 곁으로 몰려들었다. 알고 보니 그 일대의 사람들은 다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뭐가 그리 궁금했는지 나중에는 거의 30~4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국이 어디에 있냐부터 시작해서 터키는 어떠냐, 사람들은 좋지 않느냐, 심지어는 결혼했냐, 애는 몇이나 있냐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행객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 본디 터키 사람들의 본성이요 전통이라며 계속 먹을 것을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여주었다. 그렇게 짧은 영어로 오간 대화가 반나절을 넘어 난 해질녘이나 되어서야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터키가 경제 사정은 좋지 않지만 인심 좋고 볼 것 많은 아름다운 나라라고 꼭 알려달라며 내 두 손을 놓지 않았다.

파묵칼레-부질없는 욕심만 남은 도시

터키를 소개하는 책자를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얀 석회붕이 조성되어 있는 '파묵칼레라'이다 이곳은 산 일부분이 온통 하얀 석회붕으로 되어있고, 그곳으로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기이한 곳이다. 내가 갔을 때에는 온천수가 그렇게 풍부하지 않았다. 현지 사람들에 따르면 온천 개발붐이 일어나 주위 호텔에서 너도나도 온천수를 퍼가서 지금은 물이 많이 고갈되었다고 한다. 이런 천혜의 자연을 한낱 돈벌이를 위해 망치다니.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이 석회붕보다 하얗게 드러나 보였다. 떠나는 순간까지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to be continued
이동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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