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한결

여러분은 공익 근무 요원(이하 공익)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아, 녹색의 유니폼이 떠오르신다구요? 당연합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공익들이니까요. 그래서 자신을 공익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흔히들 지하철/도시철도 공익이냐고 되묻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공익들은 각종 기관에 소속되어 근무하면서, 업무가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조합니다. 근무지는 다양합니다. 국공립학교(사립대 포함), 교육청, 읍면동사무소, 시군구청, 소년원, 법원, 병원, 문화재청, 월드컵경기장, 도로관리사업소, 중소기업진흥공단, 도서관, 우체국 등등. 쉽게 말해서 공익은 국가가 세우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모든 기관에 배치 가능하며 실제로 배치되어 근무 중입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 반경 곳곳에 침투(?)해 있는 것이지요. (예전엔 여기저기서 보이는 방위(이제는 공익)가 무서워서 북한이 못 쳐들어온다는 우스갯소리도 곧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일단 저와 제가 속한 곳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보겠습니다. 저는 병무청 신체 검사 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 2004년 6월에 훈련소에 입소해 4주 간의 군사 훈련을 수료한 후, 현재는 일산구청 시민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산구청에는 총무과, 시민과, 세무과, 사회위생과, 환경청소과, 산업교통과, 건축과, 건설과 총 8개 과가 있습니다. 공익 근무의 형태는 크게 내근과 외근으로 나누어지는데, 총무과, 시민과, 세무과의 근무 형태는 내근이고, 나머지 과에도 내근이 있지만, 주로 외근이 많습니다. 이 내근/외근의 근무 형태는 다른 근무지에서도 대동 소이합니다. 간단하고 우직하게, 몸이 피곤한가, 혹은 머리가 피곤한가로 구분할 수 있겠군요.

각설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 그리고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보죠.

누가 공익이 될까요? 심사 기준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추려 보겠습니다. 몸이 아파서 4급 판정을 받은 이들, 국가 유공자의 자녀, 일정 학력 미달. 이 정도가 있겠군요. (실은 대상자의 종류가 훨씬 많습니다만, 공익 제도를 소개, 교육하는 글은 아니므로 나머지는 생략합니다.)

공익은 전부 녹색 유니폼을 입을까요? 대답은 물론 No입니다. 공익의 근무 복장은 해당 기관장이 정할 수 있습니다. 공익의 근무 복장은 꽤나 다양한데, 대개 근무 환경에 맞는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주로 사복을 입습니다. 지하철/도시철도 공사의 공익들은 익히 아시는대로 녹색의 유니폼을 입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늘 정장을 입죠. 추가로, 유니폼을 착용하는 기관에서는 유니폼을 계절에 따라 무상 지급합니다. 보통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이렇게 일 년에 두 벌입니다.

공익의 급여는 얼마나 될까요? 보충역에게도 현역과 동일한 임금 체계를 적용하여, 흔히 알고 계시는 2~3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습니다. 어? 아닌데? 하시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공익은 차비와 중식비를 따로 받고, 그 중에서도 차비는 실비로 지급 받게 되어 있습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탄다면, 하루에 왕복 3200원의 차비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걸어다닌다면? 그래도 기본으로 하루에 왕복 1600원의 차비가 나옵니다. 이 것들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15~20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게 됩니다. (이게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이 차비와 밥 값이므로 사실 사회 생활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월급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익들은 각종 아르바이트로 돈을 법니다. 불법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아르바이트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 본격적인 직업, 직장을 가지게 된다면 결국 공익 근무를 방해하게 되므로 그러한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에서 뭔가 연결점이 보이시는 분? 맞습니다. 결국 보충역도 현역과 거의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대체 복무이므로, 나라에서 다른 대우를 할래야 할 수가 없지요. 이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리고 가장 민감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공익은 현역보다 편하다? 예, 인정합니다. 근무지로 출, 퇴근하면서, 집에서 등 따숩고 맘 편하게 잘 수 있고, 어머님이 지어주신 따뜻한 밥 먹을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고, 그걸 기반으로 민간인과 비슷한 정도의 사회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참들과 함께 있으면서, 말도 못 하게 힘든 생활을 견디어 내야 하는 현역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지요. 맞습니다.

'공익은 현역보다 편하니까, 아무래도 기강이 해이하지 않은가.' '공익들은 다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다.' 보통 들을 수 있는 말 입니다. 그러면 결국, 공익은 현역보다 못한 사람들의 집합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익 근무 요원 제도는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지, 우열을 나눈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회의 인식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공익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지요. 사실, 그러한 인식은 공익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방위 때부터 있던 것으로, 쉽게 고쳐질 일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은 계속 있어 왔는데, 현역보다 행동에 제약이 덜 하다는 특징 때문에 사회로부터 좀 더 심한 비난을 받았고, 그것이 깊이 각인되어 지금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이유로 성급하게 공익을 별 것 아닌 것으로 깔보지는 마세요. 공익도 근무지에서는 현역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고충이 있고, 특히 외근 같은 경우는 그냥 군대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소위 군기가 강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실제의 공익 근무는 통념과는 다르게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그냥 '놀고 먹고' 있지는 않은 것이지요. (우스갯소리지만, 공익이 놀면 나라 전체가 마비된다고 말할 정도로 공익의 숫자가 대단히 많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해 내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월급도 비슷하고, 복무 기간도 복무 강도를 고려해 현역보다 조금 더 긴, 공익 근무 요원들도 현역과 마찬가지로 나라에서 정한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 중입니다. 색안경을 벗고, '다름'을 받아 들여주세요. 공익들에겐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발전된 사회 의식이 간절하고, 또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