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씨, 오늘밤 저의 파트너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얼마 전 김선영(24)씨는 이러한 제목의 메일을 받고 당황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이름을 확인해 보니 '박준석(가명)'이었다.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눈길을 끄는 제목에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내용은 그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프리챌(www.freechal.com)의 한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메일이었다.

제목과 내용은 별개

윤초연(23)씨도 비슷한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시와 음악'이었다. 보낸 이의 이름은 '이세범'. 열어보았더니 내용에는 시가 적혀 있었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달라고 하면서 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주소에 가 보자 엉뚱하게도 쇼핑몰이 나타났다.

이처럼 상업성 광고메일이 변하고 있다. 전처럼 '저희 커뮤니티에 가입하세요' 라든지 '싸게 구입할 수 있어요'등의 제목이 아니라 개인 메일처럼 보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제목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씨, 내일 뭐하세요' 등과 같이 직접 이름을 지칭하면서 보내는 메일도 있다. 제목뿐이 아니다. 보내는 사람도 광고를 보내는 기업이나 학원등의 이름이 아닌 개인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개인 학원들을 알리는 메일에서 시작하여 요즘은 프리챌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렇게 보내는 이유에 대해 (주)프리챌 광고팀에서는 "각 팀장에게 가입자들을 책임지도록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단순히 메일을 많이 읽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누가 보낸 메일인지 어떤 사람이 책임자인지 회사 내에서도 확인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나의 정보는 공유하기 위한 것?

하지만 김소진(27)씨는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 중에서도 보낸 사람을 개인이름으로 하는 건 기분나쁘다"고 했다. 안 봐도 되는 메일을 봐야만 하고 그런 방식으로 메일을 열어보도록 한다는 자체가 받는 사람을 속이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메일을 누군가가 알고 친근한 척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 특히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김소진씨의 말처럼 이러한 메일들에는 개인정보유출이라는 문제가 걸려있다.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메일 내용이라도 확인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특정한 단체의 이름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름으로 오는 경우에는 혹시나 친구에게 온 메일일까 하는 생각으로 열어보게 된다.

"보낸 사람 이름이 '이지연'이어서 친구인줄 알고 열어보았는데 야한 동영상이 와 있더라구요." 홍영화(25)씨는 가입하지도 않은 성인 사이트에서 매주 메일이 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보낸 사람의 이름도 이자벨, 이지연 등 다양하고 제목 또한 '일자리를 구해요' 등으로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다.

컴맹만 아니면 개인정보는 쉽게 알 수 있다구?

이들은 과연 개인의 정보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광고성 메일을 보낸 적 있는 ㅇ웹디자인 학원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오히려 "컴맹이 아니면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너무나 떳떳하게 말했다. 그들에게 개인 정보의 취득은 이미 공공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광고성 메일을 받아보면 알 수 있듯이 보내는 쪽에서는 받는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의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성인 사이트의 메일 같은 경우는 여성에게는 오지 않는다. 또한 '대학생이라면 이런 건 해야죠'라는 제목의 메일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발송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ㅇ웹디자인 학원측에서는 결국 "그러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밝혔다. 원하는 정보사항이 무엇인지 입력하면 그에 맞는 사람들 리스트를 뽑아준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개인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떠돌아다니며 필요한 사람들 모두에게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은 계류중

문제는 법률이 아직 국회에서 계류중이라는 점이다. 정보통신에 관한 법률에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법률은 빨라야 내년 4월이나 되어야 실행이 된다. 그 때까지는 이러한 메일들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개인이 수신거부 등의 방법을 통해 다시 오는 것을 막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많은 광고 메일을 모두 수신거부 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는 일이 아닐까.

새로운 트렌드, 한번 더 생각해봐야

개인의 이름으로 보낸 메일을 동명이인으로 착각할 여지가 있다며 고객의 항의를 받은 프리챌에서는 앞으로 프리챌에서 보내는 메일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광고성 메일들이 이러한 경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메일 확인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I love you'라는 제목의 바이러스 메일이 떠돌아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광고성 메일은 메일을 열어보아야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 메일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둘 다 제목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자 하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피해를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라는 건 바이러스 메일과 차이가 있다. 변화하는 건 좋지만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정한 방법으로 홍보할 수 있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광고성 메일에도 올바른 네티켓이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우수경 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