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가 생활의 일부분이 된 오늘날 대학생들의 현실정치 참여는 사이버 상에서도 활발하다.

한나라당의 사이버 대변인 박정용(24·서강대)씨는 매일 한두 차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인터넷 세대가 아니면 생소할 '사이버 대변인'인 그가 하는 일은 당의 정책안 모니터다. 그는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치뿐 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현상, 문제점들을 짚어낸다. 이렇게 모인 그의 의견들은 한 달에 한번 당의 상부에 보고된다. 그는 "물론 제 의견들이 당 정책에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젊은이들의 생각을 기성세대인 정치인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치인들 또한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터넷을 통한 PR활동을 선호하고 있다. 한나라당 외에 새천년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사이버 대변인과 비슷한 대학생 모니터 요원들을 두고 있다. 약 1000명 정도로 이루어진 그들은 99년 말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었고, 현재는 모니터 외 다른 활동을 위해 준비중이다. 민주당은 현재 당 차원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사이버 대변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청년국 부장 김택환 씨는 "앞으로는 사이버 홍보지원단과 연계하여 당 차원에서도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도 당당한 국회의원의 보좌관


올 2월 전재희 의원(한나라당) 개인의 '사이버 보좌관'이 된 서주원(22)양은 당 차원의 대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 개인의 의정활동에 모니터 초점을 맞춘다. 그는 한 달에 한번 전재희 의원 측으로부터 의원의 새 정책에 관한 e-mail을 받는다. 메일을 받으면 홈페이지에 접속해 토론장에 새 정책안에 대한 의견을 남긴다. 평소에도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작은 정보뿐만 아니라, 개개인들의 의견개진, 여론수집 및 분석을 하는 등 주로 사이버 공간상에서 의정활동을 돕는다. 그는 지지하는 정치인을 도우는 동시에 관심사인 정치활동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사이버 보좌관 일이 즐겁다"고 한다.

굳이 오프 라인 활동을 하지 않고서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사이버 보좌관의 매력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데 제가 워낙 게을러서요. 사이버 상에서 활동을 하니 편해서 맘에 들어요."
그는 나름대로 할 일이 많음에도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한, 두시간이면 충분히 활동이 가능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며 "가끔 의원님과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이버 보좌관은 일반인들과 친숙해 져보려는 정치인과 스스로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 시켜주고 있다. 정치인들은 대학생 사이버 보좌관들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알게되고, 젊은 층을 공략하는 주요 정책에 도움을 받게 된다. 또한, 대학생들은 '사이버 보좌관'이라는 직책 아래 자부심을 갖고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이버 보좌관' 제도는 그들의 정치적 관심을 표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의 장인 셈이다.

신선한 홍보물, 웹진? 우리에게 맡겨 주세요


김민희(가명·25)씨는 작년 4·13 총선 시기에 장영달 의원의 웹진 'Libero' 제작에 기획단계부터 참여했다. 그는 약 3개월 간 웹진 제작팀들과 함께 회의를 하며 코너명을 정하고 디자인까지 손수 맡았다. "물론 아르바이트 비용을 좀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장영달 의원이 좋았어요."라며 그는 보좌관을 보면 의원을 알 수 있는데 보좌관들도 성실해 보여 함께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장영달 의원의 이한연 보좌관은 "대학생들의 시각에서 정치 어떻게 보는지 또 그들이 어떻게 정치에 접근하는가를 알고 싶었습니다"며 전문 웹 마스터가 아닌 대학생들을 참여시킨 의의를 말했다. 대학생들의 생각도 알아보고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인들을 끌어들여 보자는 전략이 나름대로의 효과를 보았다는 설명이다.

김재은(24)씨는 얼마 전 수업시간 과제로 3명의 팀원들과 함께 김근태 의원의 동영상 홍보물을 제작하였다.
"주제를 평소 지지하던 김근태 의원으로 잡게 되었죠"라며 그녀는 평소 정치인들의 홍보물이 선거 때에만 과시하듯 제작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학생의 순수한 마음으로 좀더 색다르고 동영상 홍보물을 만들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홍보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여러 방면으로 정치인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참여연대의 김창엽 간사는 "솔직히 정치인들에게 학생들이 이용을 당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며 주의를 부탁하였다. 그는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정치에 관심 있어하는 대학생이라면 시민단체의 다양한 정치참여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치인과 가까이 하며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서도 황성웅(25)씨처럼 순수하게 까페만을 운영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의원을 후원하는 학생도 있다. 그는 작년 5월 13일 daum에 '바보노무현'이란 까페를 개설했다. 작년 낙천·낙선 운동이 일어난 당시 문을 연 까페는 현재 총 회원수 156명에 달하고 있다. 구성 연령층도 매우 다양하다. 그는 "한국 정치판이 추접해 대다수의 국민이 등을 돌려도 앞으로의 사회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외면한다면 정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은 대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정치인일 수록 인터넷 상에 팬클럽이나 후원까페 등을 많이 갖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도 대학생들의 정치 활동은 아직 소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치도 사이버 공간을 외면하고서는 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학생들이 정치인들의 단순 추종자가 되지 말고 그들을 객관적인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한 대학 교수의 말처럼 올바른 판단능력을 가진 대학생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기대해 본다. 

 

이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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