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인권에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인권 지수가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낮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3년 전 국가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세워졌다. 현재 인권위의 사무총장인 최영애씨(52)를 만나 한국의 인권문제와 인권위의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NGO에서 GO로의 모험

을지로 1가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인권의 불모지 한국, 그 중심지엶인권’이라는 이름은 더욱 번듯하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최영애 사무총장의 사무실은 단아한 분위기다.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환한 미소를 띄며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인권위로 오기 전 그녀는 성폭력 상담소 상담소장으로 10년간 일했다. 그동안 여성계가 주요 활동 무대였다. 그러던 중 동성애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그는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8년 올바른 국가인권기구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후 3년간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의 인권위가 탄생되었죠.”

인권위는 국가에 소속되어있는 단체이다. 3부(사법부, 행정부, 입법부)의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기구이다. 처음으로 국가기관에 소속되어 일하게 된 그녀. “NGO(비정부단체)에만 있던 사람이 GO(정부단체)로 오는 것은 드문 일이죠. 또한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한다는 사실이 저에게 큰 부담을 주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NGO는 모든 것을 다 요구할 수 있고, 앞서갈 수도 있다. 현재 그녀가 몸담고 있는 인권위는 GO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만 할 수는 없다. 제도와 현실적인 문제를 받아들여 객관적으로 사회적 공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처음 사무 총장직을 맡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위치에 적응하지 못했다. "성폭력상담소에서처럼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무실에 있으면서 결재만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거든요.”

국가인권위원회의 하루

한 달에 인권위에 들어오는 진정접수만 해도 300건이 넘는다. 보통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선진국에서는 차별, 개발도상국에서는 침해에 관한 진정접수가 주로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모두 다룹니다. 주로 차별이 5%, 침해가 95%정도 접수되죠. 아직 국민들이 차별에 대한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법이나 제도의 인권 지수는 의외로 높다. 그에 반해 실질적인 사회의 인권 지수는 상당히 낮다. “여성이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혹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사람들의 태도나 사회 제도를 바꾸도록 권고하는 것이 바로 인권위의 역할입니다.”

“인권위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적은데, 할 일은 많고. 또 인권위 구조상 민간인과 공무원이 섞여 있어 서로 갈등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사람 수가 적어서 일을 제대로 해결하는 문제는 아직도 아쉽다. 좀 더 심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인원이 모자라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민간인과 공무원이 거의 반반씩 섞여 일을 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일을 도와가고 있다. 그녀는 이런 인권위의 사람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한국 사회 속의 인권 그리고...

인권위 분위기는 가볍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인권문제의 현실 역시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사례가 가장 큽니다. 군대 내에서 혹은 감옥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인권위는 단지 조사구제기구를 만들거나 권고, 정책과 교육 홍보의 역할만을 하지만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권고만 하는 식이지만 기관이나 문제를 일으킨 단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어 나가는 것은 인권위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겠죠.” 그녀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인권침해를 위해 인권위의 해결 방법 또한 좀 더 다양해지길 원한다.

인권위가 해결한 일들도 많이 있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체벌 문제이다. UN에서도 한국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체벌에 대해서는 교사의 재량으로 맡기고 있다. “인권위에서도 교육부에 권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권고에 의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권고 역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청회나 토론회 혹은 청문회를 열어서 각 관련 단체의 사람들이 나와서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조율해 나가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큰 변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큰 변화, 인권은 우리를 변하게 합니다.' 국가 인권 위원회 공익 광고 카피다. 그녀는 국민들이 좀 더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그 만큼 인권위도 그들의 역량을 크게 발휘해야 할 것이다.“시간이 더 흘러 인권위가 한국의 인권 향상에 큰 부분을 차지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그녀의 뜨거운 의지가 우리나라 인권문제의 앞날을 밝게 비춘다.

 

최정민 기자 <jmini0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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