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을 올려서 차들이 도로에 많이 안 다니게 해주세요. 매연 때문에 짜증나요.'
'우리남편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요. 금연에 대한 강력한 법규를 제정해주세요.'        
'교통 분담금 환급 기간을 늘여주세요.'

조금은 개인적인 제안에서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제안까지. 사회에 대한 또는 노무현씨 개인에 대한 제안들이 하루에도 몇 백건씩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http://www.knowhow.or.kr/)에 올라오고 있다. 오는 2월 25일, 그는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라는 새로운 열풍을 몰고 온 노무현. 대학생들은 젊은 대통령인 그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있을까?

교육제도에 대한 제안

먼저 대학생들은 교육 과정이나 교육 제도에 대한 의견이 제시했다. 2003년 입시를 치른 수험생 최창훈씨(20, 예비대학생)는 고교 평준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직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고교 평준화 정책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는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는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게 무엇이냐고 말한다. 모든 교육의 이상적인 목표는 전인 교육이다. 물론 현실적 여건상 당장에 이루어지긴 힘들다. 하지만 조금씩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학생들에 대한 인성 교육이 꾸준히 다루어져야 한다. 고교 평준화는 인성과 성격  형성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학력 저하를 감수하고 평준화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새로운 교육 과정으로 인한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종철씨(22,광운대)는 얼마 전 영어 교재를 사려고 서점에 들렀다가 재미로 고등학교 문제집을 살펴보았다. 그는 바뀐 고등학교 교재를 보고 당황했다. 7차 교육과정으로 인해 자신이 배울 때보다 과목 내용의 깊이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윤리는 도덕으로 이름이 바뀌었더군요. 이름은 그렇다 치고, 철학가나 사상에 대한 내용도 완전히 없어졌군요. 난이도를 쉽게 출제하고 선택과목의 수를 늘린다는 명분 하에 점점 중요한 내용까지 빼고 있습니다." 생물도 유전 부분은 사라졌다. "유전학을 모르면 생물학으로 가서 고생을 하는 것은 물론, 화학공학과, 유전공학과, 생물공학과, 컴퓨터공학과에 가서도 애를 먹게 됩니다." 아무리 수능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7차 교육 과정은 오히려 학력 저하를 부추기는 느낌을 주었다.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를 했던 신세은(21)씨도 바뀐 교육 과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7차 교육과정은 학력 저하 뿐 아니라 사고력 저하까지 가져올 것 같아요. 교육 과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학 교육 제도에 대한 의견도 제시되었다. 인문학부 학생인 김유겸씨(21. 성균관대)는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부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학부제의 취지는 1학년 때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고 2학년 때 적성에 맞는 전공을 정한다는 취지였는데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학부제로 인해 인기 학과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뿐이라는 지적이다. "인문학부의 경우에도 중국어 같은 인기 있는 과에만 학생들이 편중하고 나머지 과는 별로 가려 하지 않아요." 학생들은 학부를 적성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기 학과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학부제를 시행하는 학교가 학과가 단독적인 학교보다 수능점수 커트라인이 낮기 때문이다. "인기 학과 편중현상도 문제지만 학부 체제의 경우에는 학생들끼리 친해질 기회도 없어요."

대학 서열화와 대학 생활에 대한 제안

대학에 대한 의견이나 대학생이 되면서 느낀 불만도 있다. 신재명(22, 영남대)씨는 대학 서열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학서열화로 경쟁 유발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대학이 인생을 결정하는 정도다. "학점도 좋고 중국어도 잘하는 지방학생이 수도권 회사 100군데에 원서를 냈지만 면접도 못봤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대학 서열화는 대학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대학에서 기업맞춤식 교육만 하게 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식 대학 제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1대학, 2대학, 3대학으로 평준화하고 각 대학별로 특성화된 분야가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특성화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허울뿐이에요." 그는 대학에서 난무하는 학연, 지연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수 임용할 때도 동학계열이 아니면 발언력이 없고, 대학원생을 뽑을 때도 자학교 출신들에게만 많은 질문을 합니다." 지식인들의 집단인 대학만은 순수한 집단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에 입학하면 고등학생 때와는 생활이 달라진다. 하지만 달라지는 생활과는 다르게 1,2월이 생일인 새내기 대학생들 발목을 잡는 일이 있다. 윤미정씨(20.한양대)는 지난 한 해 다른 사람의 학생증을 들고 다녔다. 친구들이나 학교 선배들과 어울릴 때 술집에서 신분증 검사 때 내밀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이 보면 웃을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2002년에는 1983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만 술집이나 유흥업소 출입이 가능했다. "버스비는 똑같이 내는데 왜 술집은 출입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같이 학교 다닌 똑같은 친구들인데 왜 아직도 미성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10시 이후에는 노래방에서도 출입을 제한 당하기 일쑤다. 모임에 가더라도 번번이 단속에 걸려 술집에서 퇴짜를 맞으면 미안해서 먼저 오게 된다. 2003년에 입학 예정인 이경은씨(20,한예종)도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 과에서 제가 제일 어린데 모임 할 때마다 번번이 저 때문에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 해서 죄송해요." 똑같은 시기에 대학을 들어가는데 몇 달 늦게 태어났다고 해서 차별 받는 건 부당하다. 그녀는 노무현씨가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사회 복지 제도에 대한 제안

앞서 나온 의견들은 모두 대학생과 직접적 연관이 있거나 평소 체감하고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평소에 쉽게 잊고 살 수 있는 사회 복지제도에 대한 제안도 거론되었다. 박희영씨(21.서울대)는 철거민들에 대한 보상을 예로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철거민들에 대한 보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정부 차원에서는 보상한다고 하지만 땅을 가진 소유권자에게만 보상을 해주고 실상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집이 없어지는데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 길거리로 몰려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 복지 제도가 잘 되어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 제도에 대한 노력이 미미할뿐더러 지원도 원활하지 않다. 경제 발전에 발맞게 사회 복지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무현씨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은 "내세운 공약을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공약을 잘 지키지 않았음을 시사해 준다. 그 외에 "별로 바라는 것 없다"거나 "관심 없다"라는 대답들도 많았다.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를 몰고 온 대선이었지만 아직까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대학생들이 더 많다. 구체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체감하고 있는 사안들에 관해서다. 정치나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면 사회의 개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대학생들의 활약상이 정칟사회 분야에서의 활발한 참여와 참신한 제언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나래 기자(winkw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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