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거대책위원회(다이너마이트 선대위)의 대표적인 활동은 ‘리스너 프로젝트’다. 청년이 시민을 만나 질문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이재명 후보도 308번째 명예 리스너로 참여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청년 5000명과 함께 시민 1만 명 이상을 심층 인터뷰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40)은 리스너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의견을 후보 정책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 운영에 참고하는 빅데이터가 된다고 했다.

“참여하신 분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민주당이 들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실 때가 많다. 그동안 민주당이 듣는 것에 소홀했던 것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월 20일 기준으로 리스너 324명 중에서 당원(125명‧38.6%)보다 비당원(199명‧61.4%)이 많다. 리스너로 활동하기 전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 프로젝트 취지와 인터뷰 유의사항을 숙지한다.

▲ 리스너 프로젝트 신청서

리스너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시민은 ‘스피커’로 부른다. 리스너는 12~15개의 질문을 던진다. 취미가 무엇이고 가장 행복했던 적이 언제인지 같은 가벼운 내용부터 정치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현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심층적인 내용까지 다양하다.

스피커는 사전에 섭외하거나 현장에서 신청받아 모집한다. 입대를 앞둔 대학생, 생계가 어려운 댄서, 맞벌이 부모 등 나이, 성별, 직업이 다양하다.

스피커로 참여한 성균관대 장한솔 씨(글로벌리더학부)는 대학 기숙사를 증축해달라고 얘기했다. 기숙사가 부족해 자취 비용을 부담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이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성공회대 최인석 씨(정치학과)는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말했다. 코로나 방역정책이 일관성이 없으니 재고해달라고 했다.

대전에서 리스너로 활동하는 황은주 대전 유성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가 있는 자녀를 둔 워킹맘은 급성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교사의 이해가 부족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황 의원은 “평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정책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포인트를 알게 되는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들소프트 박석연 대표는 황 의원의 소개로 대전에서 리스너로 활동한다. 지난 1월 7일 지역 리스너에게 자신이 개발한 인디게임을 홍보하며 게임산업 분야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 후 리스너 프로젝트 기획단으로부터 게임 산업의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1월 19일 ‘인디게임 산업 개발자 초청 간담회’에 스피커로 참여했다. 인디게임 회사 대표 7명을 섭외해 2시간 동안 사회적 인식, 지원사업의 미비점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인디게임의 다양성을 위해 지원사업에 관한 불공정이나 심사 기준의 모호함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리스너가 부산역 인근 기사식당에서 이야기를 듣는 모습(출처=인스타그램)

리스너 프로젝트의 목표는 스피커 1만 명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지금까지 모인 스피커는 약 800명. 이진심 팀원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명씩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그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캐치해 공약으로 나아가는 게 프로젝트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이너마이트 선대위는 2월 1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대선 TV토론에 발화자당 1명씩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자는 내용이었다. 청각장애인 스피커가 “지금은 1명이 5명 이상의 발화자를 통역하니까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고 말하면서다.

김용현 팀원은 “듣고 끝나는 게 아닌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거나 확장해 나가는 것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바로 정책이 될 순 없지만 논의할 장을 만드는 식으로 피드백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리스너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민주당 정책본부에 전달한 건의 사항은 70여 개다. 이재명 후보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리스너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 시민 목소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유세하는 현장(출처=인스타그램)

리스너 프로젝트팀은 2월 14일 시민의 목소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유세에 나섰다.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거나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장을 생중계했다.

다이너마이트 선대위의 유민아 대변인은 “민주당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시민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민주당이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유세 현장에서 표현되는 과정 자체로 당의 노력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리스너로 참여한 이동원 씨(연세대 사학과)는 민주당이 약자의 목소리를 선거에 반영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가 대선 이후에도 계속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영찬 팀원은 “청년 선대위가 지혜나 경험은 기성세대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실행력이나 열정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며 “청년이 서로 보완하며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이도흔 주원규 기자가 이 기사를 같이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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