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청년 공약, 현실성 없다?

 

'비호감 대선'이 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 중심엔 캐스팅 보터가 된 2030 세대가 있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없이 공약 하나로 표심이 좌지우지되는 청년들이다. 대선 후보들은 2030의 표심을 사로잡고자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 공약'을 내놓았다. 청년이 바라보는 대선 후보의 청년 정책은 과연 어떨까.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 일환으로 모인 청년 패널단에 물었다. 총 50명의 청년 패널단은 20세부터 33세로, 62%가 대학(원)생, 22%가 직장인이다. 매 토론에 열정적으로 답하는 패널은 약 10명 정도며, 닉네임을 사용하는 익명 오픈 카톡방에서 대화를 나눈다. 패널단은 총 3일(2021년 12월 14일, 18일, 2022년 2월 7일)에 걸쳐 기자의 세 질문에 답했다. 기자는 보다 원활한 질의응답을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를 비교했다. 양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 정말 청년을 위한 공약인지, 돈으로 표심이 좌지우지되는지, 청년이 말하는 청년 정책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 시민의소리 패널단

청년 정책, 정말 청년을 위한 것인가?

양당 대선 후보의 정책 중 '청년'을 타겟팅 한 '청년 공약'에 관해 물었다. 더욱 원활한 질문과 토론을 위해 아래 공약들로 범위를 축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가상화폐 과세 유예, 청년 공급 주택, 청년 기본 소득,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2030 MZ세대를 타겟팅한 매타버스 선거 운동.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의 청년 원가 주택, 저소득 청년 보조금, 입시 특혜 논란 최소화, 공정 취업, 양성평등 가족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과 민지(MZ)야 부탁해 선거 운동.

▲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출처= 뉴시스)

"전부 선심성 공약이다. 의미 없다."

청년 당사자로서 대선 양당 후보의 '청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익명의 직장인 패널 A씨(28)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신원을 밝힘으로써 직업윤리 상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 걸 방지하고자 익명을 요구했다.

패널단 모두 A씨의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청년층을 노린 이 후보의 '매타버스'에 대해 대학생 정재욱 씨(25)는 "청년층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선거 유세와 당선에 영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직접 발로 뛰며 소통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윤 후보의 '민지야 부탁해' 선거 운동에 대해선 인위적 연출이 오히려 반감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공통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대학원생 구선모 씨(26)는 정부가 젠더 문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큰 기대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젠더 문제 해결에 줄 수 있는 도움은 방탄소년단이 기후 위기 극복에 도움 줄 수 있는 수준하고 비슷할 것 같다"라며 젠더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 아닌 시민 사회의 몫이란 점을 꼬집었다.

다른 공약들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정 씨는 "가상 화폐 과세 유예 공약은 조삼모사요, 기본소득은 대표적인 표퓰리즘 정책이다. 청년공급주택도 현실성이 없다. 지난해 분양주택 수가 28만 호인데 어떻게 임기 내 100만 호를 청년에게 줄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 "청년 원가 주택은 형평성 논란을 낳을 것이고,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은 자칫 피해자에게 압박이 될 사안"이라 평가했다.

이어 윤 후보의 특혜 입학 논란 최소화 공약과 공정 취업 공약에 대해 구 씨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입시를 정시로 단일화했을 때, 줄 세우기 외 다른 기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능 잘 푼다고 의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연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구현 방법이 모호할 시 대입과 취업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정시로 공정사회를 구현할 거면 차라리 100m 달리기시켜서 그 순위로 대학을 보내도 공정하긴 하다"며 공약을 비꼬았다.

돈으로 청년의 표를 살 수 있나?

▲ 시민의 소리 패널단 일러스트

정책뿐 아니라, 청년을 위한 '현금 공세 공약'도 만만찮다.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연간 2백만 원 청년 기본소득을, 윤 후보는 저소득 청년에 월 50만 원의 도약보장금을 내세웠다. 정말로 이렇게 돈 주는 공약이 청년의 표심을 흔들리게 했는지 묻자 직장인 곽효빈 씨(25)는 "어디서 돈이 나는 거죠? 혹시 제 세금인가요?"라고 운을 띄웠다. "현금 같은 일회성 복지비는 나라 망하는 길"이란 것이다.

이어 A씨는 "사실상 기본소득은 우리가 낸 세금을 다시 돌려주는 건데 차라리 안 걷으면 된다"라고 답했다. 선별에 드는 행정 비용을 절약하고자 한다면 애초부터 추가 세금을 징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SOS 기자단으로 활동 중인 최현빈 씨(24)는 A씨의 의견에 동의하며 "당장 몇십, 몇백 만원을 준다고 하면 싫다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 정부에 이르러 국가부채가 1,000조에 달하게 됐는데 청년들에게 줄 돈의 재원은 대체 무엇인가? 연금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 우리 청년 세대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서연 씨(21)는 "무작정 '돈을 주겠다'라는 공약보다 어떻게 돈을 걷어서 혹은 모아서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언제부터 혹은 언제까지 주겠다, 식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재욱 씨는 "양 후보 둘 다 '돈 몇 푼 쥐여줄 테니 뽑아줘'라고 보인다. 현금 공세 공약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기본소득 같은 방법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란 것이다.

더 나아가 정 씨는 청년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것보다 폭넓은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들의 무한 경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의 신입 공채 세금감면 혜택 등의 장려책을 제시했다. "당장 청년의 지갑 사정을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정기적인 근로소득, 스타트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 구조가 현금성 지원보다 미래에 더 긍정적"이란 것이다.

반면 구선모 씨는 기본소득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 자영업자 등의 코로나 대응 협조에 대한 보상인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것이라며 재난지원금과는 선을 그었다. "꾸준하게, 고정적으로, 생계만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정책의 의의에 맞다"라고 말했다.

청년이 말하는 청년 정책

▲ 시민의소리 패널단 오픈 카톡방 캡처

"청년을 위한 공약은 따로 없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원하는 진짜 청년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앞서 양당 대선 후보들의 청년 공약이 의미 없다고 답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청년을 타깃으로 한 공약이 아니라, 전 분야에서 일반 국민 상식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청년 공약"이라는 것이다.

구선모 씨 또한 공감하며 "청년 정책은 결국 일자리 문제가 8할"이라고 답했다. "좋은 일자리는 건전한 시장환경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 형식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건전한 방향이라고 본다. 여야 막론하고 공감대가 있는 부분인데, 실천이 따르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라며 청년을 위한 청년 정책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정재욱 씨는 "지지 여부를 떠나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5대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공약이 더 현실적이며 청년을 위한 공약인 것 같다"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이란 거대 양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 아닌, 제3당인 안 후보의 공약을 청년 정책으로 제시했다.

연이은 가족 리스크, 그리고 청년

이어 A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인이 되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추고 가족리스크부터 해결하는 것이 저런 공약들보다 백배는 더 청년 표심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청년이 하지 않는 부적절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의 말에는 호소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출처=뉴시스)

대선을 한 달 앞둔 지금, 연이은 가족 리스크가 지지율을 판 가르고 있다. 바로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갑질 의혹과 횡령,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권력형 범죄 의혹과 미투 폄하 발언이다. 대선 후보의 반려자까지 확장되는 도덕성 검증과 반려자를 둘러싼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A씨와 같은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패널 B씨(28)는 "영부인 혼자 해외 출장도 다녀오는 듯하던데 오히려 검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선모 씨는 "권력을 동원해 착복한 게 아니라면 어지간해서 도덕성 이슈는 '사람이면 다 죄짓고 살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사람은 많이 드러날 뿐' 하고 넘어가는데, 이번 후보자들은 좀 심각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정재욱 씨는 "원래 대선에선 진부하게 후보자의 자녀가 군필인지 따지던데, 윤 후보가 자녀가 없다 보니 반려자에 대한 논쟁이 더 격화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를 뽑는 투표에서 후보에 더 중점을 둬야 하지만, 반려자를 둘러싼 사건이 중대한 도덕적 해이나 사기, 절도, 살인 등의 중범죄가 연루돼 있으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란 옛말처럼 대선후보가 아무리 올곧게 보여도 반려자의 도덕성이 결여됐다면 도덕성이 높다는 후보의 이미지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선후보의 반려자에 대한 검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후보를 판단하는 데에 고려될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오랫동안 서로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대선 후보의 현재 철학이나 가치관의 정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단 것이다.

반면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받을 불이익 우려에 익명을 요청한 C씨(25)는 대선 후보의 도덕성에 관대한 편이라고 답했다. "(공정이라는 가치의 화두를 던진 인물이었는데) 윤석열 후보 부인의 학력 위조, 고발 사주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반면, 이재명 후보도 '이재명은 합니다' 슬로건을 앞세워 공정한 업무 추진을 앞세웠었는데, 그 과정에서 대장동 비리, 아들의 성매매 및 도박 의혹이 제기된 지금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난 후보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깨끗할 거라는 기대를 하지도 않았고, 여태까지 감옥 안 간 전 대통령이 없는 현시점에서 그냥 저한테 맞는 정책이나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도덕성 논란에 대해 "공직자의 도덕성은 사실 숨 쉬듯 당연한 건데, 도덕성 검증 문제로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토론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 대선 상황이 암담하다. 연예인은 음주운전 한 번에 직을 잃는데 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물론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청년 패널단이 모든 대한민국 청년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기성 언론도 청년의 목소리를 담으려 하지 않았다. MZ세대, 2030, 이대남/이대녀 등의 세대론 프레임을 청년에게 씌웠지만 정작 청년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는 여기서 시작했다. 청년의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우리가 담아보자고. 청년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에 젊은 목소리를 담고자 한 실험적 시도다.

이 기사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혹은 메일로 보내주길 부탁드린다. 청년의 목소리를 더 담을 수 있는 단단하고 큰 그릇이 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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