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2020년 4월 총선이 끝나고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심상정 후보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다. 이후 혁신위는 청년정의당을 만들기로 했다. 청년 중심의 청년정의당은 2021년 4월 공식 출범했다.

청년정의당 서울시당의 변현준 학생위원장(22)은 고등학생 때, 학생회 활동을 했다. 대학에 와서도 단체에 속해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진보정당에 대한 관심이 그를 정의당으로 이끌었다.

변 위원장은 2년 뒤,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대표가 됐다. 정의당에서 활동하는 청년 학생은 서울이 가장 많다. 학생위원회가 지역당 조직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는 곳 역시 서울밖에 없다.

그는 청년 정치라는 표현에 부정적이다. “청년 정치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중년 정치나 노년 정치라는 말은 쓰지 않잖아요.” 청년 정치가 대표하는 건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대남’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인서울’ 뿐이라는 뜻이다.

▲ 변현준 학생위원장(왼쪽)과 장찬 집행위원장

학생위원회의 장찬 집행위원장(26)은 변 위원장과 함께 정치 활동을 하는 중이다. 청년 정치에 대한 질문을 받자 변 위원장은 ‘허구’라고 대답했다.

“저는 젠더적으로는 약자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는 약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청년 안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청년은 하나의 계층이나 세대로 표상된다. 청년을 단순히 세대로만 호명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조성주 종합상황실장(44)은 후보 직속 실무집행기구인 종합상황실을 총괄한다. 그는 청년 정치의 기준이 명료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청년 정치가 젊은 사람이 하는 정치를 뜻하는지, 세대 내 불평을 다루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다.

조 실장은 청년 정치라는 단어가 쓰이는 이유를 지금의 정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정치가 논리적으로 목적이 있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는다고 했다.

“청년이 더 깨끗하지도 않고, 더 진보적이지도 않고, 더 평등하지도 않고, 더 똑똑하지도 않잖아요.” 조 실장은 청년 정치를 정치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 조성주 종합상황실장(출처=정치발전소)

일반 시민은 청년 정치와 청년 정치인을 어떻게 볼까. 서울에 사는 남윤재 씨(24)는 소수의 청년 정치인이 청년 전체를 대표하는 상황을 걱정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는 안지현 씨(25) 또한 청년 정치가 2030을 대변하는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년은 매우 바쁘다. 변 위원장은 트위터 공략, 학생이 주도하는 유세, 그리고 집담회에 집중한다. 청년 당원이 정책 공약을 개발해 심상정 후보에게 피드백을 받는 간담회도 계획 중이다.

청년정의당은 독립된 정당이 아니라 정의당 안에서 청년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변 위원장은 당이 형식적으로만 청년을 내세우지 않고 ‘진짜 권한’을 준다고 했다.

진짜 권한이 무엇인지를 묻자 변 위원장은 “정말로 정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치 실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된다. 예를 들어 학술적인 능력이나 행사를 기획하는 능력을 말한다.

“어떤 사수나 계파를 선택했느냐보다 내가 잘하면 다른 당에 비해서는 훨씬 더 미래가 열리겠다고 느꼈습니다.”

정의당의 청년 당직자는 예산이나 인사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이에 따라 학생위원회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사전 승인 없이 사후 보고만 한다. 대선 사업이 아닌 방중 세미나와 페미니즘 새터 사업을 이런 방식으로 한다.

청년 조직이 자유롭게 활동하지만 국민의 관심은 부족하다. 변 위원장은 “이전 대선처럼 결국 양당제인 것 같습니다. 소수정당이 뭘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요”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자금 부족 역시 문제다. 변 위원장의 급여는 0원이다.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으면서 활동한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이 정당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갈지 불확실합니다.” 변 위원장은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낀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함께 일하는 청년의 90%가 사비를 쓰면서 활동한다. 일부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청년정의당에도 하향식 구조가 있기는 하다. 장 위원장은 청년의 권한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큰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청년정의당이라는 당이 있지만, 하부에 있는 사람들이 상부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앙당과 교류가 부족한 점도 고민이다. 변 위원장이 만나는 중앙당 관계자는 제한적이다. 서울시당 청년위원장, 청년정의당 본동, 청년정의당 당직자…. 청년이 아닌 중앙 당직자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다.

청년 당원 역시 나름대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주로 지역위원회에서 활동한다. 만나는 당원 대부분이 중장년층. 일부는 젊은 당원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청년 당직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가족이 지금 활동을 응원하지만 앞으로 정치는 하지 않길 바란다고 변 위원장은 전했다.

대학생 곽민준 씨(25)는 “기성세대를 모방하는 현재의 청년 정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김은주 씨(24)는 청년이 하는 정치가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것 같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최지원 씨(24)는 청년 당직자의 영향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년은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도, 후퇴시킬 수도 있을 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적극적인 청년들이 건설적인 정책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 장윤석 기자가 이 기사를 같이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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