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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보호사 (상)
김수아·박선정·신다혜·이세희 기자 | 승인 2021.12.30 18:22

 

스토리오브서울 기자단의 김수아 박선정 신다혜 이세희 씨가 뉴스통신진흥회 제4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수상작 <인권 증진 정책이 놓친 한 조각, 정신병원 보호사>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보호사의 문제를 다뤘다. 진흥회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한 평도 안 되는 공간. 보호사가 나타나 묶고 때렸다. 비웃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꿈이었다. 정신질환 환자단체 ‘희망바라기’의 강돈수 대표(42)의 얘기다. 그는 2006년 정신병원에 처음 입원했다. 이후 병원을 아홉 번 바꿨다.

한번은 덩치 큰 보호사 3명이 한 평 남짓한 독방으로 데려갔다. 팔과 다리를 묶고 때렸다. 반항하면 기절시켰다. 강 대표는 결국 퇴원할 때까지 조용히 지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보호사는 환자 팔다리를 십자가 형태로 묶고 ‘코끼리 주사’를 놨다. 신경흥분을 억제하는 항불안제다. 주사를 맞으면 잠이 들었다.

강 대표는 환자의 인권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나도 강박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입원한 병원에서 퇴원한 뒤 3~4년을 시달렸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병원이 꿈에 나온다. 강 대표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어디서 사고가 났나’라고 할 텐데 저는 ‘누가 또 끌려가나’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치료를 받고 오면 낫는 곳. 병원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정신질환 환자는 무슨 일을 겪을까. 취재팀은 7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 환자와 가족 31명을 만났다.

▲ 정신질환 환자단체인 희망바라기의 자조 모임(희망바라기 제공)

정 모 씨(24)는 작년 1월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외상성증후군(PTSD)을 앓았다. 기억이 분명하지 않지만 도착한 병원에 병상이 없어 경기 안산의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1층은 평범했다.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정 씨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정 씨는 어디에 온 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내린 곳은 맨 위층, 폐쇄 병동이었다.
 
그곳의 남성은 정 씨가 말을 걸 때마다 무시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처음에는 남자 간호사로 알았다. 보호사였다. 정 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힘이 필요한 일이라던지 환자가 날뛸 때, 아니면 위압감 같은 게 필요할 때 나타났고 인상이 안 좋았어요.”

정신병원에는 의사, 간호사와 함께 다양한 직군이 환자를 지킨다. 심리치료사, 사회봉사자 그리고 보호사다. 보호사는 의료진 지시를 받아 환자의 식습관, 심리 상태 등 생활 전반을 관리한다.

오미경 씨는 2021년 3월 서울 영등포구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만나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의 사실혼 관계를 숨기고 자신을 만났다는 걸 알았다.

오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난간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누군가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해 오 씨를 붙잡고 언니에게 연락했다. 오 씨 언니는 동생을 응급실로 옮겨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이 추정되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제도다. 의사나 경찰의 동의를 받아 최대 3일 동안 입원한다. 언니는 “경찰이 뭔데 입원을 시키느냐”고 따졌다. 경찰은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랐다고 답변했다.

오 씨는 72시간을 강제로 입원했다. 그는 매일 병원에서 겪은 일을 기록했다. 병실은 폐쇄된 공간에 침대 하나가 있는 구조였다. 화장실이 없고 간이 변기가 있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다.

먼저 입원한 환자들은 오 씨에게 보호사 말을 무조건 잘 듣고, 먼저 말을 걸지 말라고 조언했다. 보호사는 소등 시간이 지나서 병실 밖을 돌아다니거나 소리 지르는 환자를 찾아 격리실에 가뒀다. 환자가 들어가면 밖에서 문을 잠갔다. 격리실은 안정실, 집중치료실로도 불린다.

오 씨는 보호사와 의료진의 권한이 비슷하다고 했다. 의료진이 없으면 보호사가 환자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오 씨는 의료진 허락 없이 보호사가 환자를 격리실에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 식사 시간에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였다.

보호사가 어린 환자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도 봤다. 배식을 위해 줄을 섰을 때였다. 행동 장애가 있어 장난이 많은 환자에게 “한 번만 더 까불면 진짜 가만 안 둔다”라고 했다.

보호사는 2주에 한 번씩 침대 덮개를 교체해야 하지만 더러워질 때까지 그대로 뒀다. 환자 몸에서 냄새가 나는 상태가 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 씨가 추워서 이불을 요청하자 보호사는 두 개를 쓰는 사람은 없다면서 이불을 던지듯이 줬다.

오 씨는 “보호사는 (채용 시) 특정 자격이 없는 직원”이라며 환자를 보호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72시간이 지나고 오 씨는 퇴원했다. 나오면서 다른 환자와 약속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써서 알리기. 그는 퇴원 후 SNS에 세 편의 글을 남겼다.

취재팀은 해당 병원에 전화를 걸어 보호사 권한이 어떤지 물었다. 원무부장은 “반말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가 생기면 퇴사 사유가 된다”며 강압적인 태도와 욕설은 금지라고 말했다. 교육하면서 서약서를 받는데, 위반하면 해고한다고 했다.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달리다쿰 공동체’에서 오영석 목사(56)와 조 모 씨를 만났다.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 공간. 자유롭게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등산 등 취미 생활을 함께한다.
 
오 목사는 1998년 경기 양주시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하루에 약을 10알 이상 먹었다. 시설은 열악했다. 병실 하나에 14명이 생활했다. 파란 모포로 만든 얇은 이불을 1년에 두 번 줬다.

병원 규칙에 따라 매점에 가지 못했다. 보호사가 시키는 일을 하면 갈 수 있었다. 콜라 한 캔, 담배 한 갑을 위해 보호사 대신 빨래와 분리수거를 했다. 어느 보호사는 발을 씻기라고 했다.

조 씨는 27살에 발병 사실을 알고 6년 동안 입·퇴원을 반복했다. 1995년 입원한 병원에서 젊은 환자들이 50대 환자 머리를 잡고 마구잡이로 때렸다. 조 씨가 보호사를 찾았지만 오지 않았다. 조 씨는 두려움을 느꼈다.

▲ 달리다쿰 공동체의 모임(달리다쿰 제공)

“지금은 많이 좋아졌죠.” 백 모 씨는 정신병원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15살부터 우울증을 앓다가 조울증을 진단받았다. 40년간 입·퇴원을 반복했다. 과거 입원했던 정신병원에선 끈이나 헝겊 등으로 환자를 강박하고 창틀에 매달기도 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격리·강박 지침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사업 안내’의 격리·강박 지침을 보면 환자를 격리했을 때 의료진이나 직원이 환자의 상태를 최소 1시간마다 확인해야 한다. 또 격리·강박 시행 전과 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백 씨는 격리·강박을 당하면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격리실에 8시간 있었을 때도 간호사가 상태를 확인하러 오지 않았다. 백 씨는 폐소공포증이 있어 그 시간이 두려웠다고 했다.

격리·강박은 주치의나 당직 의사의 지시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백 씨는 간호사가 보호사에게 격리·강박을 지시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격리·강박 지침이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백 씨가 입원한 병원에 취재를 요청했더니 폐쇄 병동이라 어렵다고 했다.

환자는 입원 경험을 말하면서 공통적으로 보호사를 떠올렸다. 김 모 씨(33)는 피해망상과 강박증을 앓았다. 2010년부터 11년째 약을 먹었다. 23살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자 서울 은평구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했다. 그러나 무서워서 2주 만에 퇴원하기로 했다.

그는 평소 믿었던 보호사에게 다른 환자가 불편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속마음을 말하려고 했을 뿐인데 보호사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손을 꽉 잡으며 “야, 안 아프지”라고 했다. 환자가 반항하는 것 같으면 보호사가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어느 날은 같은 병실 환자가 한밤중에 침대를 치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보호사들이 들어와 환자의 팔과 다리를 잡고 세게 눌렀다. 김 씨는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김 씨는 환자가 병원 직원을 믿을 수 있으려면 의료진이 환자의 심리 상태를 잘 돌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사는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할 뿐 환자에 대한 윤리의식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환자 석병구 씨의 의견은 달랐다. 보호사보다 병원 관리자의 윤리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사가 (강박을) 결정하지 않지 않나. 결정하는 사람은 의사다. 그들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너무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안 한다.” 달리다쿰 공동체의 어머니 대표는 환자가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치유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환자와 가족은 병원을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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