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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탐방 (10) 핀란드, 성장보다 여유와 쉼을 추구한다
유현승 기자 | 승인 2021.11.21 17:47

 

서울 종로구의 주한 핀란드 대사관을 10월 30일 찾았다. 뻬까 메쪼(Pekka Metso) 대사는 전날, 경북 안동에 다녀왔다. 그는 안동대에 가서 안동의 미래 산업과 녹색성장, 핀란드와의 교류 확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한국은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기자가 말하자 메쪼 대사는 공감했다. 핀란드는 수도 헬싱키가 크게 발전했지만 다른 지역도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기반 시설을 발전시킨다고 했다.

핀란드의 힘은 신뢰에서 나온다. 메쪼 대사에 따르면 국민 80%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다. 자기가 내는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확신이 있다고 한다. 모든 국민은 적절한 사회적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높은 세율에 불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메쪼 대사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즐겨 보았는지 기자와 대화를 하면서 자주 언급했다. “핀란드인은 ‘오징어 게임’의 돼지 저금통에 집착하기보다, 자연과 그 속에서 즐기는 여유를 즐긴다.”

▲ 메쪼 대사(왼쪽)가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대사관 제공)

주핀란드 대한민국 대사관은 한국과 핀란드 국민이 참여하는 e-스포츠 대회를 7월에 개최했다. 온라인 게임은 지적 재산권을 바탕으로 핀란드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산업이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Rovio)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Supercell) 같은 글로벌 게임 회사가 핀란드에 있다. 메쪼 대사는 “육체적인 스포츠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도 하나의 스포츠가 될 수 있으며, 협동 능력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으로 인해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는지 물었다. 메쪼 대사는 “게임중독이나 폭력적인 게임이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가 분명 있지만, 심리학적인 훈련을 통해 그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핀란드는 인공지능(AI) 분야가 포함된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한다는 양해각서(MOU)를 2019년 체결했다. 핀란드는 AI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중인데 대학교와 정부 연구소,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헬싱키대와 정보기술 컨설팅 회사인 렉터(Reaktor)는 전 국민을 위한 ‘인공지능 기초 온라인 과정(Elements of AI)’을 2018년 5월부터 무료로 개설했다. 유럽연합(EU) 국민의 3%가 AI 기술에 능통하도록 만든다는 목표. 6주 코스인데 한국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핀란드는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이다. 메쪼 대사는 “AI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 모두가 AI를 이해하고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에서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핀란드 인구가 500만 명으로 내수시장이 작으니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모든 대학에는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있다. 그중에서도 알토대의 ‘알토 기업가 소사이어티(Aalto Entrepreneurship Society)’가 가장 유명하다.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학생이 주도한다. 정부나 민간 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기업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이 활발한 이유다.

‘비즈니스 핀란드(Business Finland)’는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한국과 핀란드의 협력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수비 선드퀴스트 팀장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선드퀴스트 팀장에 따르면 양국은 5G와 6G, 해양 산업의 탈탄산화, 지속 가능한 바이오 연료 및 바이오 기반 화학 물질 같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협력하는 중이다. 스마트 제조, 자율 배송 분야도 마찬가지.

대사관과 여성가족부는 ‘여성, 기술과 혁신’이라는 토론회를 4월 28일 열었다. 핀란드는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이 높다. 5개 정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이다. 특히, 산나 마린(Sanna Marin) 총리는 37세 여성이다.

핀란드는 1906년부터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다. 2000년에는 여성 대통령 타르자 할로넨(Tarja Halonen)이 나왔다.

메쪼 대사는 어렸을 때부터의 양성평등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 분야의 성별 격차 해소 역시 주요 과제.

대사관은 한양대 소프트웨어학부와 함께 여자 초등학생을 위한 ‘걸즈 코딩’ 프로그램을 5월에 진행했다. 현재는 한국 미혼모가족협회와 협력하여 미혼모와 미혼모 자녀를 위한 코딩교육 수업을 하는 중이다.

▲ 맘스 코딩 프로젝트(대사관 제공)

핀란드는 다양성을 중시하며 성소수자(LGBTQ)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적극 보호하는 문화로도 유명하다. 동성 결혼을 2017년 합법화했다. 헬싱키에서는 ‘헬싱키 프라이드(Helsinki Pride)’라는 성 소수자 인권 축제가 열린다.

메쪼 대사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수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려면 인간의 선의에만 의존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핀란드의 평등법은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특히 노동 환경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며, 연령 민족 국가 언어 종교 신념 장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핀란드에서는 재택근무가 활발했다. 누구나 인터넷 근무 환경에 접근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인프라를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국민이 25.1%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핀란드는 다른 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보다 더 강화된 2035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1990년에 탄소세를 도입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또 신재생 에너지의 비효율성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메쪼 대사는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은   일반적으로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제 2의 체르노빌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을 집중개발한다고 말했다.

▲ 핀란드 대사관과 ‘남이 헤이스쿨스 클럽’이 협력하여 개최될 지속 가능한 크리스마스 행사

방역 조치가 완화된다면 어떤 문화교류 행사를 벌일 계획인지 물었다. 대사관의 율리아 바룬드(Julia Barlund) 홍보담당관은 12월 16일과 17일에 핀란드 음식, 여행, 디자인을 하루 동안 체험하는 ‘핀란드를 느끼세요(Feel Finland)’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어서 12월 초에는 핀란드의 겨울을 느끼는 포토 스팟을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에 마련할 계획이다. 12월 11일과 12일에는 한국 유치원생이 남이섬에서 영상 연결을 통해 핀란드 산타마을의 산타클로스를 만나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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