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의 아이콘, 살아있는 권력을 거침없이 수사하는 강골 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검사 윤석열, 정치인 윤석열이 아닌 인간 윤석열은 어떤 모습일까.

이철우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윤 전 총장과 53년 죽마고우다. 곁에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공부를 잘하고 놀기도 잘 놀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수학을 잘했다. 윤 전 총장과 충암고와 서울법대를 함께 다닌 신용락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수학적 논리력이 탁월했다고 했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끈기도 있었다.

신 변호사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아침에 풀어보라고 하면 하루 종일 매달려서 종례 시간 전까지는 반드시 풀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노래를 성악가 뺨치게 잘했다고 신 변호사는 기억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친구들(출처=국민캠프)

윤 전 총장은 1979년 서울법대에 입학했다. 수학을 좋아했지만 법학과 진학에는 아버지 영향이 있었다. 경제학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법 공부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1979년 10월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서울대에서 시위가 자주 벌어지자 사복경찰이 학교에 상주하던 시절이었다. 조금만 이상한 동향이 있으면 학생들을 체포했다.

윤 전 총장은 하교를 하다가 사복경찰이 여학생을 불심검문하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경찰에게 다가가 대학교 안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고함을 쳤다. 그 사이 여학생은 피신했고 경찰은 경찰은 물러났다.

새내기 학생과 경찰의 실랑이에 주변이 술렁였다. 윤 전 총장이 노래를 불렀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작곡가 이수인의 동요 ‘앞으로’였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노래를 따라 불렀다. 행렬이 정문 앞까지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가 기본적인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불의를 마주했을 때 그게 불끈 튀어나오는 사람이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월 26일 서거했다. 다음날 윤 전 총장이 신 변호사를 찾아와 “우리는 끝까지 타락하지 말자.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기여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듬해 1980년은 서울의 봄이었다. 계엄령으로 여전히 살벌한 시기, 학교에서 군사 반란을 주제로 모의재판을 열었다. 윤 전 총장은 판사로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용이 알려지면 위험할 수 있어서 친척 집으로 잠시 몸을 피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서울법대 학우들(출처=중앙일보)

윤 전 총장은 9수 끝에 1991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검사 시절에는 경제 사범을 주로 수사했다. 대검의 중앙수사부에서는 권력형 비리 범죄를 수사했다. 일명 ‘특수통’ 검사였다. 이 교수는 검사 시절의 윤 전 총장에게 사명감과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2006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근무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가 제보했다. 비자금을 조성한 방식과 비밀금고 존재에 대한 내용. 현대차 비자금 수사의 시작이었다.

그는 대검에 보고하고 수사팀에 합류했다. 수사팀이 정몽구 당시 회장을 구속하려고 했지만 지휘부는 반대했다. 윤 전 총장이 정상명 검찰총장에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결국 정 회장은 구속됐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 사건도 관심을 끌었다. 국정원이 2012년 대선 때, 심리전단팀을 만들고 직원을 동원했다. 윤 전 총장은 2013년에 수사팀장이었다. 같은 해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전 총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상부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대구고검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당시에 주변 사람이 자신을 불편하게 여겨 혼밥을 많이 했다고 7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표를 내려고 생각했지만 수사팀 후배들이 댓글 사건의 대법원 선고까지만 자리를 지켜달라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게이트가 터지자 박영수 특별검사의 지명으로 윤 전 총장이 수사팀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그가 정치에 입문할 기회는 전부터 있었다. 국정원 사건 수사로 스타가 되자 일부 정당이 러브콜을 보냈다. 윤 전 총장은 거절했다. 주변 사람들은 검찰에 뼈를 묻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때는 정치인의 길을 거부했지만 윤 전 총장은 지금, 국민의힘의 대선 예비후보다.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건 운명 같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윤 전 총장은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주 120시간, 불량식품 등 논란이 되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교수는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아서라며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포럼(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을 만든 김탁 고려대 교수(의대)는 “.정치인으로서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비판을 수용하며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찬 국민 캠프 청년특보는 윤 전 총장의 정책자문단 규모가 다른 야권 후보보다 크다며 훌륭한 전문가 집단과 함께 공약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창립식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공정이 깨졌기 때문에 ‘윤석열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장 특보는 보수와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권력에 대항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국민적 지지를 많이 받은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8월 15일 효창공원을 찾았다. 용산구 주민이자 윤 전 총장의 지지자인 강옥례 씨는 자신이 본 정치인과는 윤 전 총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편법 같은 건 쓸 수 있다 해도 안 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 팻말에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지지자들의 바람대로 그가 불편부당한 지도자가 되어 이 사회의 공정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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