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조주빈 강종무 이지민 임영식 장진호 천동진 등 6명의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렸다. 3월 9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였다.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했다.
 
조주빈은 지난 1월 26일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형량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주장의 근거와 재판 과정을 알아보려고 법원을 찾았다. 로비에 도착해 직원에게 417호가 어디냐고 물었다. “5-2번 출입구로 가세요.”

대법정은 4층 복도 끝에 있었다. 417호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중대한 재판이 열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7년에 이곳에서 재판받았다. 

▲ 서울고법 417호로 통하는 복도

법정 앞 스크린에 피고인 이름이 보였다. 사건명은 범죄단체조직 등. 법정 문을 열자 방청석이 보였다. 의자가 약 150개 있었다. 15명 정도가 앉아있었다. 대부분이 기자, 교도관, 변호사였다. 일반 방청객은 거의 없었다.

피고인 모두 마스크를 쓰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조주빈은 장발의 더벅머리라서 눈에 띄었다. 카키색 수형복을 입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 박영욱 황성미)가 맡았다. 문 부장판사가 재판을 시작했다.

피고인 천동진의 박중광 변호인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2심의 주요 쟁점이었다. 문 부장판사는 1심에서 나타나지 않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했다. 이날 공판은 변호인의 문제 제기가 대부분이었다.

변호인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위법 수집 증거가 있다고 했다.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 문 부장판사는 답답했다. 되묻고 대답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렀다.

방청석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문 부장판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 ‘나는 억울하다’ 하지 마시고 증거를 특정 지어 말해주세요.” 검사에게는 “문제 제기가 있으니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의견을 내시라”고 했다.

다음은 사건 병합이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조주빈 혐의를 2개로 나눠 진행했다. 혐의를 발견한 시기가 달라서다. 하나는 성 착취물 제작·유포와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 또 하나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다. 1심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40년과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재판부에 사건 병합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기각했다. 병합 절차 때문에 처리가 늦어져서다. 피고인 구속 기간에도 문제가 생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을 무기한으로 구속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1심에서 최대 구속 기간은 6개월이다. 2심도 같다.

문 부장판사는 조주빈의 혐의를 하나로 합치겠다고 했다. 사건 실체를 한 번에 파악하기 위해서다. 피고인은 재판에 여러 번 나가지 않아도 된다. 3차 공판부터 병합해 진행한다. 피고인 강종무의 사건도 마찬가지.

검사는 피고인 한지훈의 사건도 병행 심리하자고 요청했다. 조주빈의 공범이다. 문 부장판사는 판사석의 모니터로 사건을 확인하려 했다.

문 부장판사는 “동일 피고인이면 그렇게 하는데, 관련 사건이라고 해서 병합할 것이냐”라며 고민했다. 결국 병합하지 않았다. 한지훈의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배형원, 강상욱, 배상원)가 맡았다.

오전 11시가 가까웠다. 문 부장판사는 다음 기일을 3월 30일 오전으로 잡았다. 재판을 끝내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피해자 변호인들 오셨어요? 재판부가 바뀌어서.” 그는 피해자 변호인에게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법정의 여성이 일어났다. “법무법인 원의 원민경입니다.” 이후 6명이 더 일어나 이름을 말했다. 모두 같은 법무법인에서 나왔다고 했다. 문 부장판사가 재판을 끝냈다.

▲ 조은호 변호사와 구글미트로 만났다.

3차 공판에도 피해자 변호인단이 출석했다. 3월 30일이었다. 취재팀은 공판이 끝나고 로비로 나가서 말을 건넸다. 변호인 3명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약 두 달간 연락을 주고받았다.

취재팀은 5월 18일 조은호 변호사를 구글미트(화상 미팅 앱)로 만났다. 그는 박사방 피해자 3명의 변호를 맡았다. 다른 변호사와 함께 3명을 더 변호한다.

그는 피해자와 최소한의 연락만 한다고 했다. 사건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취재팀에게도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피해자들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중인데 가족들이 여전히 고통받는다고 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변호사의 모임이다. 변호사는 20명이 넘는다. 소속은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청소년 성 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등이다.

공대위는 2019년에 생겼다. ‘다크웹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다. 한국인 남성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했던 사건. 이곳에서 아동 성 착취물 20만 개가 넘게 공유됐다. 조 변호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

몇몇 변호사가 모여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논의했다. 그들은 성폭력 범죄 제도를 개선하려고 공대위를 시작했다. 피해자 지원 단체는 조 변호사와 공대위 변호사들을 N번방, 박사방 사건과 연결했다.

조 변호사는 쟁점이 크게 3개라고 했다. 박사방이 범죄단체조직으로 성립되는지, 그리고 조주빈이 피해자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협박했는지, 경찰이 천동진을 수사할 때 증거 수집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다.

형법 제114조를 보면 범죄단체조직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로 조직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피고인들은 범행을 함께 저질렀지만 조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조주빈을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성 착취물 배포·홍보, 범죄수익금 환전·전달, 오프라인 강간 등.

또 박사방 유지에 기여했다. 6개월간 피해자 70여 명을 착취해 영상을 제작했다. 조주빈이 1년간 혼자 범행을 저지를 때는 피해자가 5명이었다. 박사방 조직 생성 이후 횟수와 빈도가 늘었다.

조 변호사는 “두 사람이 폭행을 같이하는 것과 조직을 결성해서 폭행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에서 다르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폭력이면 처벌 수위가 더 높다. 디지털 성폭력도 마찬가지.

2차 공판은 천동진의 수사 과정이 쟁점이었다. 천동진 측은 범행과 증거를 인정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차 영장으로 수사를 하다가 또 다른 범죄를 발견했다. 2차 영장을 발부하기 전 수사했다. 이 과정이 위법이라는 주장.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피고인의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고인에게 증거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다. 피고인은 증거 조사가 위법하다고 생각하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판단한다.

▲ 박사방 피고인의 주장

조주빈의 주장은 3가지다. 한지훈에게 피해자 A 씨를 만나 강간하라고 지시했다.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노출 사진을 갖고 있었다. 피해자는 신상 유포가 두려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주빈은 협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피해자 B 씨에게 사진 촬영을 요구한 행위도 강요나 협박이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의 영장으로 수집한 증거가 위법하다고 했다.

피고인 강종무의 주장은 이렇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모집을 공모하지 않았다. 피해자 C를 보복하려고 했지만 살인 계획은 없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치료받는 중이니 감경돼야 한다.

그는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피고인 이지민 장진호 임영식도 똑같이 주장했다. 특히 장진호는 피해자 D 씨가 아동·청소년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들 모두 양형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조 변호사는 대부분 재판에 출석한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엄벌을 요구하고 재판에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변호인이 대신한다. 그는 “피해자들이 지금도 이 사건을 지켜본다는 의미”라고 했다. 2차 피해 가능성을 판단하고 비공개 재판을 요청하기도 한다.

조 변호사는 “양형이 지나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기존 우리 사회에 있었던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평판, 인식과 관련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통과 비교하면 양형이 무겁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엄벌을 위한 탄원서도를 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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