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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新) ‘예타농단’ 사태 ② 국회는 무엇을 했나
소설희·윤현지·이유진 기자 | 승인 2021.07.04 19:10

 

윤세영저널리즘스쿨 15기인 소설희 윤현지 이유진 씨가 한국일보의 제2회 기획취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2021 신(新) ‘예타농단’ 사태>는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문제점을 다뤘다. 심사위원회는 “가덕도 신공항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라는 시의성 높은 주제에 대해 현장감 있으면서 데이터 분석 등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취재했으며 개선안까지 다루고 있어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1조 9075억 원, 61조 1378억 원, 23조 9092억 원, 96조 8697억 원.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총사업비다.

예타 면제 사업비 총액은 정권별로 요동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등 정권별 숙원사업이 예타 면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예타 면제 사업비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액수는 역대 세 정부를 모두 합친 액수를 넘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4조 1000억 원 규모의 총 23개 사업 예타를 면제했다.

이외에도 24개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아 이 해 가장 많은 사업이 예타 없이 추진됐다. 이로써 2019년 예타면제 사업비는 총 47개 26조 원에 달했다.

특별법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예타 면제로 추진될 경우 28조 6000억 원이 추가로 지출된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100조 원이 넘는 예타면제 사업을 실시한 정부가 된다.

취재팀은 예타가 자의적으로 운영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집권 정당 변화를 기준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속기록 256개를 점검했다.

분석 결과 예결위에서 예타 면제를 언급하는 위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4대강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있던 시기의 이례적인 폭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다. 예타 면제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갈수록 실제 면제 사업비 총액도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예결위 내 속기록 발언을 바탕으로 ‘예타’, ‘예비타당성’과 함께 언급된 용어를 살펴봤다. 예타 면제 사업비 지출액이 가장 컸던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때 예타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프로젝트는 4대강이었다. 이외 도로, 철도 등 SOC 사업이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철도가 가장 많이 언급됐으며 의료. 균형발전이 그다음으로 많이 논의됐다.

이어 해당 사업비 총액을 감안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과 문재인 정부의 철도, 의료, 균형발전(2019년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과 관련한 국회의원 발언을 점검해봤다.

정권별 예타에 대한 여야 예결위 의원 발언을 ‘수용’, ‘제도 개선 및 부정’으로 분류해 전수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문재인 정부의 철도, 의료, 균형발전 예타와 관련한 여야 국회의원의 입장을 그래프로 정리했다.

▲ 예타에 대한 여야 위원별 입장(이명박 정부)

▲ 예타에 대한 여야 위원별 입장(문재인 정부)

이명박 정부 당시 예결위 의원 50명 가운데 26명이 관련 발언을 했고 그중 민주당을 주축으로 야당 의원 20명은 모두 4대강 사업 예타 면제에 반대했다. 반면 여당이던 한나라당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2명만이 비판했고 나머지 4명은 4대강 사업 예타 면제에 긍정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선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민주당은 아무도 예타 면제에 반대하지 않았다. 발언 의원 16명 중 전해철 의원을 포함한 13명이 면제를 이야기했으며 3명은 예타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야당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3명은 예타 제도 준수를 요구했고 12명은 면제를 시도했으며 3명은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봤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4대강으로 대표되는 예타 면제 사업에 비교적 긍정적 입장을 취했으나 야당 민주당은 이를 비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여당인 민주당은 제도 준수보다 면제를 시도했고 국민의힘은 대체로 예타 면제를 지지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변한 건 민주당이라고 잘라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개발주의를 추구했으나 여당인 민주당이 변질됐다는 게 요지다.

신 단장은 “야당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여당을 감시하는 건데, (그걸) 제대로 못 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가 재정 건전성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여야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국회 발언을 더 자세히 보면 예타를 아전인수격으로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집권 여당으로서 대규모 SOC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또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의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도구로 예타를 이용한 경우다. 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말을 바꿨다.

▲ 예타에 대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출처=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예타 면제를 낭비라며 강하게 비판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그는 4대강 사업이 예타조차 받지 않고 22조 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2019년 예타 면제를 받은 새만금 신공항을 정책 비전으로 약속했고 실제로 이뤄냈다. 지난 2016년 6일 28일 추 전 장관은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며 새만금 신공항을 정책 비전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한다. 이후 7796억 원 규모의 새만금 신공항은 2019년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타 면제를 받았다.

▲ 예타에 대한 나경원 전 의원의 발언(출처=연합뉴스)

4대강 사업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삭감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군부대 동원과 관련해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못 박은 나 전 의원은 예산에 대해서도 “원래 편성된 예산만큼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반면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타 면제를 강하게 반대했다. “(문 정부는) 예타조차 하지 않고 전국에 낭비성 예산을 퍼부었다. 세금은 선심 쓰듯 나눠주는 쿠폰이다”고 직접 비판했다. 집권 여당 여부에 따라 입장이 극명히 달라진 것이다.

예타를 시행해야 한다는 일관된 목소리도 있다. 예타가 시행된 이후 20년간 예산 약 144조 원을 아꼈다는 게 이들의 골자다.

▲ 예타에 대한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출처=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유승민 전 의원은 무분별한 예타 면제를 비판했다. 여당 의원 시절, 4대강 사업은 물론 2019년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를 모두 비판했다. 예타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꼭 필요하며, 면제는 선거용 ‘선심 쓰기’라는 얘기다.

“대규모 토목공사식 SOC 사업은 안 하겠다.” 후보자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정부를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하지만 취임 4년이 지난 현재,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토건 사업의 규모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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