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극동VIP 빌딩.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에 현수막이 걸렸다. ‘해본 사람·해낸 사람·해낼 사람 오세훈.’ 4~6층에는 오 후보의 사진과 구호가 보였다.

기자가 사진을 찍자 경찰이 다가왔다. 취재 중이라고 말하자 경찰은 정문으로 돌아갔다. 오 후보의 첫 일정은 관훈토론회였다. 취재팀은 서울 중구의 한국프레스센터로 향했다.

▲ 오세훈 후보의 선거사무소 앞

오 후보는 오전 9시 27분 도착했다.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 붉은색 넥타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는 관훈클럽 회원들과 악수했다. 참석자 모두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앉았다.

토론자는 김홍수 조선일보 논설위원, 구혜영 경향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김대영 매일경제신문 경제부장. 토론에 앞서 오 후보가 기조연설문을 읽었다.

사회자인 홍지영 SBS 선임기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의 내곡동 땅과 붙어 있는 오 후보 처가의 땅 지도가 눈에 띄었다”며 내곡동 땅 문제를 짚었다.

구 기자는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9년의 국정감사 발언이 기억나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오 후보가 당시 주택공급을 위해 해제되는 그린벨트에 처가의 땅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당연히 기억이 안 나죠”라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기억이 안 나십니까?” 구 기자가 다시 묻자 오 후보는 “13년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구 기자는 “속기록을 한 번 보시라”고 말했다.

토론의 절반인 45분 정도를 내곡동 땅 문제에 쓰자 오 후보는 “서울시민에게 손해”라며 비전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원 논설위원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전면 무상급식을 하지 않은 점을 두고 자기 정치를 한 게 아니냐고 질문했다.

오 후보는 겉옷을 벗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이 질문 때문에 열 받은 건 아닙니다.” 회의장에 잠시 웃음이 돌았다. “당시 민주당에서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무상 등록금, 무상 의료를 주장하려 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책임지고 싸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오세훈 후보가 관훈토론회 뒤에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의 중소기업중앙회. 지하 케이비즈홀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타운홀미팅’이 열렸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해서 취재할 수 없었다.

오 후보는 30분 뒤에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갔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 및 당직자와 인사를 나눴다. 서울시약사회 정책건의 전달식,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정책 전달식, 충청향우회 회장단 간담회가 열렸다.

오후 5시 40분, 서울 동작구 태평백화점 앞 삼거리. 당직자는 소음이 생길 수 있다며 시민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현장 참가자에게는 마스크를 잘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동작구가 지역구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먼저 도착해 유세 차량 옆에 섰다. 국민의힘 비대위원과 서울시의원이 찬조 연설을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박수치며 ‘오세훈’을 연호했다. 백화점 맞은편 은행의 주차공간까지 지지자가 몰렸다.

서울 동작구 주민이 ‘사당동 까치산 전체수용 전체보상’이란 피켓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자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박원순 시장이 저희 사유지를 서울시 땅으로 만들어서 저희가 고통받고 있어서 (오 후보에게) 알려드리려고요.”

오준영 씨(69)는 “몸이 불편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실망감이 너무 커 유세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여당과 정부가 자신들 잘못에는 지나치게 너그럽다며 분노했다. 사전투표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도 반복했다.

오후 7시가 넘어 오 후보가 도착했다. 그는 나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언급하며 자신은 “통합과 화합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주장했다. 백발의 남성 참가자는 1시간 넘게 서서 있기가 힘든지 무릎에 손을 얹고 굽혔다 펴기를 반복했다.

오 후보는 투표장에 갈 때는 지인 10명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열 분이 열 분 더 모시고 가면 일당백이 됩니다!” 오 후보가 대답을 유도하자 지지자가 박수치며 호응했다.

유세 차량을 뒤로하고 오 후보는 남성사계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인과 인사하면 뒤에서 지지자들이 ‘오세훈’을 연호했다.

▲ 상인과 인사하는 오세훈 후보

4월 1일 오후 1시 20분, 서울 성북구 이마트 미아점. 오 후보 이름이 적힌 흰색 선거 운동복을 입은 3명이 경찰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트 입구 앞의 가판대에 상인에게 오 후보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세훈입니다.” 악수하고 현대백화점 미아점으로 향했다. 어느 지지자가 외쳤다. “오세훈! 문재인 박살내 버려!”

20년 넘게 길음동에서 산다는 조성흠 씨(26)는 백화점을 유세 장소로 택한 전략이 좋다고 평가했다. “엄마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현대백화점에서 많이 만나요.”

공중전화 부스를 오 후보가 지나가는데 젊은 남성과 여성이 소리쳤다. “오세훈 후보 뻔뻔합니다! 서울시장 왜 나옵니까!” 이들이 오 후보에게 다가가지 못하다록 경찰이 두 팔을 벌려 막았다.

백화점 앞의 지지자들은 오 후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입 다물어! 남의 잔칫집에서 왜 그래!”라고 항의했다. 경찰이 양쪽을 막았다. 오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지지자들이 기호 2번을 뜻하는 브이를 만들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유세는 오후 3시가 넘어 노원구 현대성우아파트 근처의 경춘선 숲길에서 이어졌다. 노원구가 지역구였던 이준석 전 의원이 연설했다. “박영선 후보 뚝 떨어트려 세금 한 번 뚝 떨어트려 봅시다 여러분!” 나 전 의원도 연설했다. “2030 유쾌한 반란으로 정권심판 이룹시다!”

오 후보는 연설하면서 경춘선 숲길에 대해 얘기했다. 숲길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만들었다. “반갑지 않은 시설물이었지만 바꿔놓으니 좋으시죠?”

연설이 계속되는데 유세 차량 뒤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났다. 백화점 근처에서 오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라던 사람들이었다. 경찰이 캠코더로 촬영하자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여성이 말했다. “채증하지 마세요!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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