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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4시 (10) 방청객 ③ 감시
유경민·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3.09 15:18

 

N번방 성착취의 강력처벌 촉구시위를 이끌었던 ‘eNd(eNding)’는 작년 3월 31일부터 가해자 20여 명의 재판을 지켜봤다. ‘eNd’ 재판팀은 서울 제주 춘천 등 전국 11개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을 방청하고 후기 70여 개를 작성해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했다.

피고인 조주빈, 그리고 ‘도널드푸틴’으로 알려진 피고인 강종무의 1심 결심 공판이 1월 20일 열렸다. 방청석에 10명 정도 보였다. 대부분은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렸다.

법정에서는 기자만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방청객의 사진 촬영이나 녹취, 노트북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변호사와 일반 방청객은 손으로 재판내용을 기록한다. 여성 1명이 피고인 측의 발언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했다.

조주빈 피고인은 공범인 강종무 피고인의 증인으로 나섰다. 판사가 생년월일을 물었다. 조주빈 피고인은 2019년 12월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일과 홍보 업무를 강종무 피고인에게 맡겼다고 했다.

이후 강종무 피고인의 변호사가 증인 신문을 하는 동안에는 “기억이 안 난다” “그랬던 것 같다”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변호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재판이 오후 2시 22분까지 이어졌는데 판사는 “조사와 동영상 증거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해야겠다”고 했다.

eNd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재판방청 후기가 1월 26일 게시됐다. “양형이나 신고보다 국민 대부분이 평소 어떤 인식을 하는지,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진 어른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더 많아지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강종무 피고인의 말을 전하며 “아무말이나 늘어놨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자 강*무가 법정에서 정의의 사도인 양 사회를 비판하고 고작 징역 6개월만 구형받은 현실에 화가 났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eNd 재판팀의 방청 후기

eNd 재판팀은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재판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재판의 모습을 전한다.

작년 3월 3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처음으로 방청했다. N번방 시위를 기획하던 팀원만 방청하다가 재판팀을 따로 모집했다. 지금은 29명이 서울중앙지법과 다른 지방법원의 재판을 직접 보고 기록한다.

재판팀의 닉네임 ‘멸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으로 ‘완장방’ 운영진 A 씨가 증인으로 참석했을 때를 꼽았다. A 씨는 “완장방은 박사방과 다르게 성착취물을 제작하지 않아 박사방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멸균’은 “성착취물을 소비한 사람이 구속되지 않고 일반인의 신분으로 떳떳하게 증인으로 출석한 점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의 eNd팀(출처=인스타그램)

방청을 계속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다. 닉네임 ‘뽀또’는 “전에는 가해자가 검거됐으니 사법부가 그들을 엄벌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법정에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처벌받는지를 언론은 지속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닉네임 ‘뽀또’는 “광역시에 있는 지법에서 시군구 지역에 있는 지원으로 갈수록 법정에서 기자를 마주치는 일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지법에서도 형이 선고되는 날에 기자 2, 3명이 판결의 결론인 ‘주문’만 받아 적고 가는 게 전부였다. ‘뽀또’는 “사법부는 가해자의 편이 되어주고 언론은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흥미 위주의 보도만 한다”고 비판했다.

eNd은 언론이 전하지 않는 이야기를 전한다.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5월 14일 방청 후기에서는 2차 피해 우려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법정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재판장은 ‘내가 (피해자의 가명을) 쓰라 말라 기자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며 말을 끊었습니다. ‘부탁은 가능하다’며 자리에 있는 기자들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습니다. 기자들은 침묵했고 법정에는 일순 가벼운 웃음이 돌았습니다. 피해자 변호인단의 절박한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법정의 모습에 저희는 또 한 번 분노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계속하니까 재판부가 방청석을 의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멸균’은 “방청석에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판사의 태도가 다른 경우가 많다”며 “방청이 재판부를 압박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방청은 ‘n번방 사건’이 끝나도 계속할 예정이다. ‘멸균’은 “한국에는 성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다른 성범죄 사건에도 관심을 가져야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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