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미 씨(55)는 물건을 사면 종이영수증을 꼭 챙긴다. 지갑 속의 영수증은 언뜻 봐도 수십 장이 넘었다.

그는 지난달 백화점에서 구매한 옷을 환불하려다 애를 먹었다. 물건을 교환하거나 환불할 때 필요한 종이영수증을 잃어버려서다. 업체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영수증을 발급하지만 알지 못했다.

한 씨는 고객상담실을 찾았다. 종이영수증을 재발급받기 위해서였다. 방문객이 붐벼서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몰라 홈쇼핑 주문도 전화로만 한다며 한 씨는 “전자영수증 보는 법을 배우느니 종이영수증을 받아 보관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 한 씨의 지갑에 있는 종이영수증

전자영수증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결제 시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저장 및 보관된다. 법인카드나 보조금 사업의 증빙처리도 가능하다. 매년 1079t에 이르는 종이영수증 쓰레기를 줄이는 이점도 있다.

최유준 씨(25)는 전자영수증을 자주 사용한다. 그는 최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구매했던 텀블러를 다른 종류로 교환했다. 전자영수증으로 교환을 마치는데 3분이 걸렸다. 그는 “터치 몇 번이면 전자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영수증이 누구에게나 편리하지는 않다.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어서 한 씨처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애를 먹는다.

전자영수증을 사용하기 위해 기자가 어느 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화면 아래의 영수증 보기를 선택하니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회원가입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또는 신용카드를 인증하라는 안내창이 나왔다.

휴대폰 인증을 끝내면 정보입력란. 이메일은 회원가입을 위해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정보였다. 다른 업체의 전자영수증을 확인하려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통합된 전자영수증 플랫폼이 개발되지 않아서 업체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영수증을 제공한다.

정부는 국내 13개 대형유통업체와 ‘종이영수증 없애기 캠페인’을 하는 중이다. 종이영수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2641t의 온실가스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이런 온실가스는 20년산 소나무 94만 3,119그루를 심어야 줄일 수 있다.

종이영수증을 대체할 방법으로 전자영수증 활성화가 거론됐다. 이에 따라 연간 종이영수증 발급량의 11%(14억 8,690만 건)를 차지하는 13개 유통사가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이랜드리테일을 제외한 12개 유통사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전자영수증 발급 기능을 제공한다.

▲ 정부와 대형유통업체의 종이영수증 없애기 협약식(출처=환경부 블로그)

하지만 전자영수증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다. 전자영수증 발급 시스템을 도입한 12개 유통사의 홈페이지를 확인했더니 검색 결과가 나오는 곳은 1곳이었다. 그마저도 전자영수증으로 교환·환불이 가능하다는 내용.

전자영수증 활성화를 홍보한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종이영수증 없애기 협약 이후로 6건의 보도·홍보 자료를 발표했지만 어떻게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이 초반 단계라 세세하게 대상을 나눠 홍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앞으로는 그런 섬세한 점에 신경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배움터’ 사업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진흥원 관계자는 “(11월 5일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디지털배움터 교육 과정 중 ‘전자영수증’을 검색했을 때 일치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6인 이상이 같은 지역에서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전자영수증 통합 시스템이 없어 (디지털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며 “전자영수증을 한곳에서 보관하고 확인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마련하려고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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