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운 씨(27)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여의도와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자전거우선도로는 조심스러워 한다. 자전거 표시만 바닥에 있을 뿐, 차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차들이) 뒤에서 눈치주면서 압박하죠. 비키라고.”

조동휘 씨(27)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집에서 출발해 5호선 여의나루역이나 강남 방향으로 자전거를 자주 탄다. 그는 “자전거우선도로에서 신호를 지키면서 다녀도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전거우선도로는 자동차 통행이 적은 도로에서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 있도록 2014년 도입됐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자전거우선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기면 차도로 다녀야 하므로 한정된 예산에서 이용자의 안전을 보호할 시설물”이라고 강조했다.

자전거우선도로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기자가 서울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역에서 신촌역으로 내려가는 방향에서 자전거우선도로를 찾았다.

시속 50㎞의 내리막 구간을 차들이 빠르게 내달렸다. 택시나 버스가 승객을 태우려고 도로 가장자리의 자전거우선도로로 갑자기 들어오는 일도 잦았다.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을 위해 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 자전거우선도로에서 차들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코로나 19로 자전거 인기가 높아졌다.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9월에 따릉이 이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0만 건 이상 늘었다.

하지만 자전거우선도로의 안전대책은 미흡하다. 자전거우선도로라는 명칭과 다르게 자전거 통행이 자동차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 법에 없어서다.

감사원은 작년 11월의 보고서(자전거 이용 및 안전관리 실태)를 통해 “자전거우선도로에서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주행하는 만큼 속도 차이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작년 자전거가 자동차의 사고는 1599건으로 재작년보다 약 150건 늘었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우선도로 표시 시인성 개선 사업’을 시행한다고 11월 16일 발표했다. 자전거우선도로에는 자전거 그림과 자전거우선도로라는 글자가 흰색으로만 표시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아서다. 

서울시는 “자전거우선도로 표시에 암적색 바탕색을 입혀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하고 50m 간격이던 표시를 25m 간격으로 좁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자전거 도로의 종류(출처=서울시)

서울시는 자전거우선도로에서의 사고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전거 우선도로 기능 개선 대책’을 2년 전에 발표했다. 법에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상호 안전하게 통행한다고만 나와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우선하는 도로인지 명확하게 규정하려고 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우선 통행권과 자전거 이용자 보호 의무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자전거우선도로에서의 자전거 이용자 보호, 안전거리 1m 이상 확보 의무를 도로교통법에 명시하자는 취지.

행정안전부는 자전거우선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할 의무와 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지만 국회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자동차 운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자전거우선도로가 차도이니까 자전거가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건석 씨(31)는 “운전할 때 전동 킥보드가 무서운데 자전거도 똑같다”고 말했다.

고 씨와 함께 있던 정구홍 씨(31)는 “야간에 안전등 없이 (자전거를) 타면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자전거우선도로에서 자전거의 우선통행권을 법으로 명시하면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에 도움이 되겠냐고 묻자 두 사람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을 담당하는 경찰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모든 자전거도로에서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문화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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