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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자 울리는 근린생활시설
이자현 기자 | 승인 2020.12.13 19:49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박은경 씨(49)는 작년 10월 구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았다. 지금 사는 곳이 주택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이며, 용도가 불법으로 변경됐으니 원상복구하라는 내용. 근린생활시설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라 상가다. 음식점, 세탁소, 한의원, 미용실이 대표적이다.

10년째 살았지만 불법 건축물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박 씨는 당황했다. 구청에 전화하니 담당자는 “그것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샀냐”며 “원상복구를 하지 않으면 1년에 600만~700만 원 정도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거주에 문제가 없으며 전입신고와 대출이 가능하다는 중개인의 말을 믿고 계약했다. 알고 보니 박 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에서 지하~지상 3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4~6층은 주택이었다.

건축주는 주차장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주차시설 의무가 없는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는다. 준공 심사 전에는 내부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다가 심사가 끝나면 보일러와 부엌을 들여 주택 용도로 불법 개조하는 방식이다.

기자가 10월 27일 찾은 김영순(65) 이정숙 씨(64) 부부의 집도 일반 주택과 다를 바 없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싱크대와 취사 도구가 보였다. 천장에는 화재경보기가 설치됐다. 부부의 집이 있는 3층의 세 가구는 구조가 모두 같지만 두 가구는 근린생활시설, 한 가구는 주택이다.

▲ 이정숙 김영순 부부의 집

근린생활시설 거주자는 살던 곳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건축 당시 신고한 도면대로 구조를 바꾸고, 거주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주택용 난방시설과 싱크대 및 가벽을 없애야 한다.

한영숙 씨(65)는 11년간 살던 집이 건축물대장상 ‘놀이방’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작년에야 알았다. 구청으로부터 원상복구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불가능했다. 도면상 베란다가 남쪽에 있지만, 한 씨의 집 베란다는 북쪽에 있기 때문이다.

한 씨는 “원상복구를 하려면 집 구조를 바꾸고 보일러 관, 가스관, 싱크대를 다 뜯어야 한다. 지금 사는 집이 전 재산인데 길거리에 나 앉으라는 거냐”고 말했다.

건축주의 불법용도변경으로 인한 피해는 실거주자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4월 강화된 건축법 개정안은 원상복구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고, 상습적 위반에 대한 가중 범위도 전보다 2배로 강화했다.

임미혜 씨(33)는 얼마 전,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었다.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이웃이 “근린생활시설에 산다고 신고하겠다”고 나서자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임 씨는 “이웃이 신고하진 않을까, 언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까 매일 불안에 떤다”고 말했다.

▲ 구청이 간담회에서 배부한 원상복구 사례

피해를 주장하는 근린생활시설 실거주자 약 180여 명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카페를 개설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시청에 민원을 내고, 릴레이로 1인 시위를 하고, 시의원과 간담회도 열었다.

피해를 호소할 때마다 한결같이 몰라서 매수한 것도 책임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카페 매니저 장 모 씨는 “건축법에 무지한 일반 시민이 근린생활시설을 어떻게 알겠냐. 판 사람은 잘못이 없고 속아서 산 우리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카페 회원 김영순 씨는 주택가에 목욕탕이나 수영장 같은 말도 안 되는 시설이 들어왔는데 구청이 허가를 내준다“며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확인했다면 애초부터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모 씨(31)는 “불법행위는 막아야 하지만 책임을 실거주자만 지는 건 가혹하다. 강제이행금 몇 회를 납부하면 이 집에서 평생 살게 해주는 식의 타협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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