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사는 채민 씨(35)는 5년 전부터 ‘시시콜콜’이라는 모임에 참여한다. 남성의 외로움, 교내 성폭력과 성매매…. 가벼운 사담부터 진지한 문제까지 남성 문화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채 씨는 “같은 남성이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삶의 경험은 각자 다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남성 문화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는 게 이 모임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 같이 전북 군산의 대명동·개복동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하면서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또래 남성과 이런 문제를 같이 얘기할 공간이 없다는 생각에서 ‘시시콜콜’에 눈을 돌렸다.

대명동 참사는 2000년 9월 19일 대명동의 성매매 밀집 지역에서 20대 여성 5명이 화재로 숨진 일을 말한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사실상 감금된 상태였다.

‘시시콜콜’은 2016년 4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남성의 목소리를 가시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초기에는 여성 활동가 3명을 포함해 8명이었는데 지금은 22명으로 늘었다.

▲ 시시콜콜 회원이 대화하는 모습(출처=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참여 계기는 다양하다. 성매매에서 벗어난 학생이 검정고시를 치르도록 돕는 교사, 강남역 살인사건(2016년 5월)으로 충격을 받은 시민, 청소년 지원과 사진찍기를 병행하는 예술가, 책방 주인, 공무원, 평범한 직장인….

회원이 매달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하면 나머지 회원이 자기 의견을 정리한 뒤에 토론하는 식이다. 강남역 사건 1주기를 맞은 2017년 5월에는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채 씨는 성별에 따라 사안을 받아들이는 관점이 양분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여자라서 죽었다는 구호를 외치며 성차별이 생명까지 위협한다고 외치지만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라고 분노한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고, 그런 구조적인 부분을 살피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그러니 문제 제기를 당하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성매매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다. 군대를 다녀왔는지에 따라 시각이 극명하게 나뉜다.

채 씨는 “예전에 군인으로 병역을 하던 때, 휴가 때마다 성매매를 하고 복귀하는 일을 유흥이나 놀이처럼 인식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성찰하려면 소수 남성의 목소리가 나올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시시콜콜’은 2018년 10월, 성매매 종사자 여성이 연대해 목소리를 내는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토크 콘서트에 참여했다. 2019년 12월에는 남성 문화를 분석한 책을 읽고 저자를 초청해 얘기를 들었다.

회원 중 20대는 2명뿐이다. 채 씨는 20대 참여율이 낮은 이유로 과열된 경쟁을 꼽았다. “지금 청년들은 옆에 있는 사람을 제쳐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남녀갈등처럼 사회 문제에 깊게 고민하기 어렵다고 봐요.”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44)은 남성 문화를 성찰하는 모임에 대해 남성 집단이 모두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갈등이 첨예한 문제일수록 소수 견해가 묻힐 수 있는데 그럴수록 문법적으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남성은 성매매 문제에 소시민적 태도를 보이는 편인데 소수 남성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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