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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컴퍼니, 월급 빼고 다 있다
이수빈 기자 | 승인 2020.11.29 14:56

 

메신저 대화방에 팀장 ‘쿵짝’이 ‘출근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 8시였다. 온라인 재택근무를 하며 출근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어 나무늘보, 뚜뚜, 후추도 출근 알람을 보냈다.

이 회사는 사원을 별명으로 부른다. 업무 현황은 사진으로 찍어 업무 관리 시스템에 올렸다. 나무늘보는 맨손 운동을 했고 리슈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눈누난나는 그림을 올렸다.

업무를 일찍 마치면 퇴근시간(오후 7시) 전에 알람을 보낸다. 연락이 없는 직원에게 팀장이 전화를 걸었다. “수수님, 뭐해요? 퇴근합시다!” 니트 컴퍼니(NEET Company)의 풍경이다.

‘백수들의 회사 놀이’라는 문구를 내건 가상의 회사. 출퇴근과 업무, 상사의 독촉 전화까지 경험할 수 있다. 최소한의 규칙이 있는 회사 놀이를 통해 생활 리듬을 되찾도록 도우려 한다.

니트 컴퍼니의 박은미 대표는 백수 기간을 ‘무업(無業)’ 기간으로 부른다. 백수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놀고먹는’ 기간이 아니라 전환의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사원은 각자 선정한 일을 100일간 수행한다. 이불 개기, 영양제 챙겨 먹기, 인터넷 강의, 시를 필사하기 등 다양하다. 크게 운동, 공부, 취미생활, 일상 정돈으로 나눠 바디팀, 브레인팀, 핸드팀, 데일리팀을 운영한다. ‘카카오프로젝트 100’이라는 플랫폼에서 업무를 인증한다.
박은미 전성신 공동대표와 이풍현 최지은 사원을 11월 3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저희는 인증률 98%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인증하지 않은 사원 2%는 실적 미달이어서 10월 23일 심신 단련 산행을 했다.

▲ 니트 컴퍼니 운영진. 왼쪽부터 이풍현 씨, 전성신 대표, 박은미 대표, 최지은 씨

니트 컴퍼니를 만든 계기에 대해 박 대표는 무업 기간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백수들을 모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프라인 활동을 했다. (만나면) 서로 위로도 되고, 밖에 나오니까 환기도 됐다.”

이후 그는 ‘니트 생활자’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참가자를 모았다. 2019년 1월에는 첫 오프라인 모임(백수들의 한양도성 걷기)을 가졌다. 그는 활동을 반복하며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2019년에는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비영리스타트업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도움을 받았다. 여기서 박 대표는 ‘극락 컴퍼니(하라고이치, 북로드 2011)’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정년퇴직자가 모여서 회사 놀이를 하는 내용이다. “이걸 보고 무릎을 쳤다.”

니트 컴퍼니는 업무 인증 기간(100일)을 기준으로 시즌제로 운영한다. 온라인으로 91명이 네 번째 시즌에 참여하는 중이다.

아름다운재단의 도움으로 오프라인 사무실을 6월에 열었다. ‘니트 컴퍼니 서울역점’이다. 용산구의 사무실에는 사원 6명이 주 4일 출근했다. 선택한 업무는 물 마시기, 넷플릭스 보기, 자기소개서 1장 쓰기 등이다. 1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며 상황을 공유했다.

서울역점에서 근무한 이풍현 씨는 집 밖으로 나가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집에만 있으니까 되게 우울하고 무기력해졌다. 집 밖으로 나가서 무엇이든 하는 게 지원한 이유였는데,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삶이 많이 좋아졌다.”

최지은 씨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주변에는 취업을 준비하거나 대기업 들어간 선배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삶밖에 보이지 않았다. 니트 컴퍼니에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급함을 줄일 수 있었다.”

서울역점은 4개월간의 오프라인 실험을 마치고 10월 9일 문을 닫았다 사원이었던 이 씨와 최 씨는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12월까지 니트컴퍼니 운영진으로 일한다.

공동대표 2명은 참여자의 업무 인증에 댓글을 달며 격려한다. 일부 사원이 목표보다 늦게 업무를 인증해서 속상해하면 자책하지 말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박 대표는 “우리 이제부터 엄청 바쁠 예정이야!”라며 운영진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기자가 “월급은 없지만 상사는 있네요?”라고 묻자 최 씨는 “월급 빼고 다 있다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은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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