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취업준비생이던 유지혜 씨(27)는 예년과 다른 채용 과정을 거쳤다. 주요 은행 면접에 갔는데 체온을 재고 양손을 소독하고 위생장갑을 착용해야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같은 회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면접장 모습은 달랐다. 널찍한 공간에 책상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 20명이 한 조로 2시간 동안 면접을 봤다. 지난해에는 약 100명이 함께 있었다. “공간은 작년이랑 같은데 인원수 차이가 컸다.”

면접관 책상에는 플라스틱 가림막이 보였다. 회사는 지원자 사이의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장갑을 새것으로 바꿔 줬다. 지원자끼리 대화할 시간조차 남지 않게, 대기하지 않고 (면접을) 볼 수 있게끔 시간을 배정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김예지 씨(26)도 유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면접 전에 그는 KF80 이상의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면접 시작부터 끝까지 꼭 필요한 사람만 마주쳐 안심됐다.”

지원자가 앉을 의자는 간격을 일정하게 띄어서 배치했다. 면접장에서는 지원자와 면접관 사이는 물론, 지원자 간의 거리 역시 멀리 떨어졌다. 지원자와 면접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 기업 지원자가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면접을 기다리는 모습(출처=KBS)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의 면접은 어떨까. 유지혜 씨는 좋은 점이 분명 있었다고 말한다. “얼굴 전체를 보이는 게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긴장이 덜 됐다.” 그는 ‘면접용 화장’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예지 씨도 ‘마스크 면접’의 장점으로 얼굴 전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았다. “긴장하면 아무래도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쓰니까 표정 관리에 신경을 덜 썼다.”

문제는 대화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유 씨는 “마스크를 끼면 말이 잘 안 들린다. 지원자와 면접관이 서로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도 답답함을 느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면접관 말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지원자는 입을 가리고 말하고 들어야 하니 더욱 긴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보다 목소리와 전달력에 더 신경을 썼다.

코로나19 이후의 면접은 전보다 간단했다. 시간이 더 짧고 지원자가 받는 질문이 적었다. 김 씨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니까 지원자의 인상을 판단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방역 조치가 느슨해 지원자가 불안감을 느꼈다. 유 씨가 지원한 은행 1곳에서는 지원자 100여 명이 온종일 같이 면접했다. 대기 시간에는 모두 같은 곳에서 기다리게 했다.

“면접은 1대 1로 했지만 문제는 그 외의 시간이다. 면접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졌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면접 직전에는 30명 정도가 일렬로 앉아 복도에서 대기했다. 이때 몇몇은 불편해서인지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쳤다. 유 씨는 “대기자 사이에 플라스틱 막이 없는데 마스크를 벗는 지원자에 대한 제지가 없었다”고 했다.

▲ 유지혜 씨가 면접 전에 받은 안내문

마스크 착용 지침이 일관적이지 못한 점도 문제. 유 씨는 1차 면접에서 마스크를 써야 했지만 임원 면접에서는 착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또 어느 기업은 면접 중의 마스크 착용이 지원자의 자유라고 안내했다. 지원자가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자 면접관들은 왜 마스크를 착용했냐고 물었다. 지원자들은 결국 마스크를 벗었다.

유 씨는 “1차 전형은 지원자의 실력이 결과를 좌우하는 반면, 최종 전형은 이미지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한다.

오모 씨(27)는 기업의 인사팀에서 근무한다. 상반기 면접에서는 1분 자기소개 때만 마스크를 벗고 그 외는 계속 착용하도록 안내했다. 지원자의 이미지를 한 번쯤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유 씨가 최종합격한 회사에서 PT 면접을 볼 때는 채용담당자가 마스크 착용 의사를 지원자에게 물었다. 유 씨는 고민 끝에 마스크를 썼다.

“다른 지원자는 면접관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자 마스크를 벗었는데 나만 마스크를 끼니 거꾸로 더 튀게 됐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