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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의 논술강화(論述講話) (18) 교양과 품격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이화여대 특임교수 | 승인 2020.11.01 21:52

 

무엇이 좋은 기사일까. 학생 시절에는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자를 비판하는 기사라고 생각했다. 기자가 되자 특종, 정확하고 공정한 기사, 사내외 반향을 부르는 기사라고 생각했다.

언론사 퇴직 이후에는 다시 쓰고 싶은 기사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다시 쓰고 싶은 기사는 학생과 기자 시절에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 조건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무엇이 좋은 글일까. 기자 지망생은 어떤 글을 읽어야 좋을까. 이런 질문에 나는 언론사 입사 전은 물론 입사 후에도 읽고 싶은 글이라고 말한다. 시험에 도움이 되면서도 기자 생활에, 또 인생에 도움이 된다면 정말 좋은 글이라고 본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는 국내편 10권, 일본편 4권, 중국편 4권, 산사순례 1권을 읽었다. 책꽂이에서 자주 꺼내 완독하거나 발췌독을 한다.

주제는 문화유산 해설인데 동서고금의 정치 경제 사회를 다루고 다양한 인물을 소개하며 현시대의 문제까지 언급한다.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식히려고 답사기를 읽는다. 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참고하려고 답사기를 읽는다.

국내편 1권의 초판은 1993년에 출간됐다. 유 교수는 책을 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표현을 나는 수업에서 자주 인용한다. 학생이 기사 주제를 찾으며 고민할 때마다 조언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언론은 공적 관심을 다룬다. 기자는 지금 한국 사회의 공적 관심을 정확하게 취재해서 보도해야 한다.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사랑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다! 우리 사회를 사랑하면 문제가 보인다! 이렇게 강조한다.

소설가 김훈도 기자 지망생에게 추천하는 필자다. <칼의 노래>는 충무공 이순신의 내면을 다뤘다.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 선정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 전혀 예고된 적 없는 새로운 세계의 출현은 자발적 유배를 택한 작가의 장인적 정신의 승리이자, 오랫동안 반복의 늪 속을 부유하고 있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 할 것이다.>

산문집으로는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밥벌이의 지겨움> <바다의 기별>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가 나왔다. 그의 글에서는 단문과 장문이, 반복과 강조가 리듬을 탄다. 단어는 건조하지만 여러 단어가 문장을 이루면서 살아 움직인다.

교양과 품격을 갖추는데 좋은 필자, 좋은 글은 수없이 많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좋은 필자를 찾았고, 좋은 글을 찾았다.

좋아하는 필자의 책을 모두 구하고, 좋은 글을 반복해서 읽으니 그의 문체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남는다. 이런 필자와 글의 목록이 늘어날수록 뿌듯하다. 내 글이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좋은 필자와 좋은 글을 계속 찾으면 조금씩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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