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넓고 가볼 데는 많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이트마다 개설된 커뮤니티다. 커뮤니티란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설되는 동호인들의 모임을 가리킨다. 최근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나 동문회가 온라인에 개설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열풍은 웹사이트 인기순위에서도 증명된다. 국내 인기 사이트 10위안에 무려 4개 사이트(모교사랑, 세이클럽, 다음카페, 프리챌)가 커뮤니티 사이트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커뮤니티 위주의 사이트가 상위에 오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MSN의 커뮤니티는 여행, 종교,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동창회 관련 커뮤니티는 7800여개로 전체 10%를 채 넘지 않는다. 반면 다음 커뮤니케이션(대표 이재웅) 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다음 카페의 경우 가장 많은 동호회는 동창회인데 약 2만 7천개가 개설돼 있다. 프리챌 커뮤니티에도  동창회가 8500여개로 가장 많다. 모교사랑의 경우 동창생을 찾아준다는 주제 하나만으로 1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사이버 커뮤니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순수하게 온라인 상에서 형성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커뮤니티이고 다른 한 가지는 오프 라인에서 존재하던 모임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온라인 상에도 모임을 이어나가는 경우다.

다음 카페에 개설된 초보 라틴댄스방은 개설 된 지 3개월 만에 가입자 1000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서로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이었지만 라틴 댄스를 좋아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모임이 생겼다는 점에서 순수한 커뮤니티에 속한다.. 이 까페는 하루 평균 100여 개의 글이 올라오며 '정모'는 일주일에 한 번, '벙개'는 5번일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벙개'나 '정모'가 끝난 다음에도 '∼후기'라면서 많은 글이 게시판을 '도배'하곤 한다. 주말에 엠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벙개'가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의 모임이 온라인으로 확장된 모임의 경우 현실 공간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로 동문회·학교 동아리 등이 있는데 이 경우엔 온라인 모임이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구성원끼리 잘 알고 모임의 성격도 동아리, 동문회 등 보편적이고 분명하다. 특히 최근 들어선 이 같은 오프라인 기반 사이버 커뮤니티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모임내의 커뮤니케이션이 오프라인보다 더 활발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편지로 서로 연락을 주면서 모임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대화방, 게시판, e메일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해 신속하게 소식을 주고받게 되면서 커뮤니티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고등학교 때 호주로 유학간 전지현 양은 모교사랑에 가입한 후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과 연락할 수 있었다. "등교생 명단을 보니 제 친구 이름이 있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쪽지를 보냈는데 맞았어요." 전양은 시간이 날때마다 사이트에 들려 게시판에 글을 남기거나 서울에 사는 친구와 메일을 주고 받는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온라인에서 존재하지만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히 운영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도 충분한 만남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여대생 김모양(22살)은 정모를 이렇게 생각한다. "물론 정팅만 해도 재미있어요. 하지만 실제 다같이 만나서 놀면 더 재미있잖아요."


고등학교 동문회 회장인 동시에 다음에 있는 동문회 까페의 운영자이기도 한 신경섭씨(21세 대학생)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개강할 때나 종강 할 때, 또는 시험 끝날 때마다 동문회 하자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면 모임이 더욱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예로부터 전통 사회의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전체였다. 같이하는 놀이문화, 한솥밥의 문화, 가족의 문화, 그리고 '우리'라는 용어에 담긴 뉘앙스도 집단과 전체를 중시하는 우리의 성향을 나타낸다. 이런 성향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호회에 가입할 때는 개인의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곧 전체 속의 하나가 되기 위해 '정모'나 '벙개'에 참여한다.

한국 사회는 예부터 가정과 국가를 우선하는 유교적 관습을 중시한다. 하지만 사회가 풍요로워지고 개인의 선택이 많아지면서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아직 자기가 속한 집단을 기준으로 자신을 소개하거나 규정하는 행동을 중시한다. 사이버 커뮤니티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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