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씨(75)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근처를 매일 산책했다. 탑골공원 후문에서 장기를 두고 종묘공원에서 바둑을 구경했다. 산책하다가 힘이 들면 공원 벤치에 앉아 라디오를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밖에 못 나왔어. 너무 답답해서 이제 나오는 거지. 밥도 주고 말동무도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잖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인이 종로 일대를 찾는다. 탑골공원 입구에는 종로구 공원녹지과가 붙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낙원상가의 실버영화관과 노래방은 영업을 중지했다.

▲ 탑골공원 정문의 출입금지 안내문

무료배식 시간이 되면 노인 300여 명이 후문에서 줄을 선다. 전에는 건물 안에서 배식을 받아 먹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도시락과 주먹밥을 받고 흩어져서 먹는다.

이후에는 탑골공원 후문과 종묘공원으로 간다. 기자가 6월 29일 종교공원을 찾았을 때, 노인 60여 명이 장기와 바둑을 즐겼다. 절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 노인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노인은 공원 등 야외공간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다음은 종교시설 경로당 복지관 문화시설이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시설이 문을 닫았으니 탑골공원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6월 22일 브리핑에서 “건강식품・의료기기 제품 홍보관 및 체험관, 일명 ‘떴다방’을 통해 고령층을 유인하는 행사로 고령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탑골공원 후문 근처의 배식

빈곤은 노인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노인은 건강・경제・문화・주거 가운데 경제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가난하니까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탑골공원으로 모인다. 유용화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모일 장소가 마땅치 않고, 습관처럼 나오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근처의 식당은 비용이 저렴하다. 2000원이면 국밥이나 찌개를 먹고 막걸리나 소주를 마실 수 있다. 자판기의 커피는 200~300원, 이발비는 4000원이다.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노인이 종로로 모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정도다. 유 주무관은 “강제적으로 할 수는 없어서 지켜주는 건 시민 몫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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