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인공지능이 대표적인 방법이죠.” (NC소프트 이재준 AI 센터장)

“이제 게임에서 AI는 안 하면 안 되는 분야가 됐죠. 예전에는 불가능하던 것을 인공지능이 가능하게 해주니까요.” (넷마블 김동현 AI 센터장)

NC소프트, 넷마블, 넥슨.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들이다. 3N이라고 한다. NC는 2011년부터, 넷마블은 2014년부터 인공지능 센터를 만들어 운영했다. 넥슨은 2017년 인공지능 센터를 설립했다.

인공지능은 콘텐츠 제작부터 에이전트 개발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게임 산업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NC소프트와 넷마블 AI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 성남시의 NC소프트(이하 NC) 본사. 4월 8일 인터뷰에서 이재준 AI센터장은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풀기에 인공지능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문자 인식 기술을 연구했다. 현재는 게임·스피치·비전 AI랩으로 구성된 AI센터의 책임자. NC는 두 개의 인공지능 센터를 운영한다. 이 센터장이 책임자인 AI랩 외에도 언어· 지식 AI랩으로 구성된 NLP(자연어처리)센터가 있다. 

이 센터장은 “NC는 현재 인공지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투자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NC소프트 이재준 AI센터장(이재준 센터장 제공)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코웨이 본사에서 만난 김동현 넷마블 AI센터장도 “인공지능 센터를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이 코웨이 인수절차를 2월에 마무리하면서 김 센터장은 코웨이 IT센터장을 겸한다.

인공지능 기술에서 넷마블이 가진 장점은 풍부한 데이터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 센터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실험할 수 있다.

넷마블은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2019년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 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한 ‘2020년 상위 52위 퍼블리셔’ 부문에서 6위에 올랐다.

넷마블에는 게임의 전반적 운영을 돕는 ‘콜럼버스’와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마젤란’ 두 개의 인공지능 부서가 있다. 김 센터장은 두 부서의 총책임자다.

▲ 넷마블 김동현 AI센터장(출처=뉴시스)

인공지능을 게임에 도입한 이유를 물었다. 이 센터장은 시간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 넷플릭스를 볼지 책을 볼지 산책을 할지 고민하는데 즐길 거리가 많은 가운데서 게임이 가장 강력해야 한다며 경쟁 상대로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꼽았다.

“디즈니에서 만드는 영화들 보면 어마어마하게 화려해요. 사람들은 엔드게임 같은 영화를 보죠. 근데 영화에서 봤던 것과 달리 게임 속 세상이 화려하고 실감 나지 않으면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게 돼요. 그래서 게임 그래픽이 더 화려해지고 실감 나야 하고요.”

인공지능은 게임을 더욱 실감나게 구현하도록 돕는다. 게임 그래픽을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작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게임 캐릭터나 배경을 인공지능이 생성하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더욱 세부적인 부분을 손본다. 이를 통해 게임개발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이용자가 게임 의도에 맞는 경험을 하도록 콘텐츠 난이도를 조정하는 ‘레벨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그래픽 데이터나 파일을 주어진 변수에 맞게 재조정하는 ‘리사이징’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방식이다.

넷마블은 게임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하루에도 100만 명 이상이 게임에 접속하기에 인공지능 없이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김 센터장은 “현재 게임 디자인부터 제품 런칭, 운영, CS(customer satisfaction)처리까지 게임의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이 활용된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예전에는 할 수 없던 게임 분석이나 수용자 맞춤 서비스도 더 잘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치트키’를 사용하는 등 게임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는 이용자가 있어 인공지능 없이는 쾌적한 게임 환경 조성이 어렵다. 사람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웠던 치트키 사용 혹은 금지 댓글 작성 이용자를 인공지능은 손쉽게 잡아낸다.

치트키에서 치트(cheat)는 속인다는 뜻이다. 컴퓨터 게임에서 치트키는 제작자만이 아는 비밀키 또는 속임수를 의미한다. 제작자가 게임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든 장치로 이용자는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몇몇 이용자가 악용해 게임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한다.

전에는 치트키를 사용하는 이용자를 잡아내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흥미롭고 공평한 게임 환경을 위해 치트키를 사용하는 사례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게임 산업에 인공지능을 적극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영진 덕분이다. 이 센터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도가 매우 높다”며 “인공지능으로 풀어보면 좋을 것 같은 문제도 많이 제시한다”고 했다.

넷마블도 마찬가지다. 김 센터장은 “2014년부터 방준혁 의장이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넷마블은 결국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분야에는 차이가 있다. NC는 게임 이외의 분야에 뛰어들었다. 페이지(PAIGE)라는 야구앱이 대표적이다. 이 센터장은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야구에 관해서 소통할 수 있는 앱”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날씨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도 개발했다. 연합뉴스와 미디어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진행한 프로젝트.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상청 일기예보 통보문과 한국환경공단의 미세먼지 데이터를 해석하고 과거 데이터를 참고해 기사를 쓰면 편집자가 수정한다.

넷마블은 NC와 달리 게임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한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기술이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노력한다.

김 센터장은 “다른 콘솔 게임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보면 단조롭고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저희는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만큼 게임 속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사용자가 모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어려움은 인력부족. 김 센터장은 “이제 인공지능은 안 하면 안 되는 분야가 됐지만 문제는 인공지능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며 “한국에서는 컴퓨터 공학과를 전공하는 사람이 적고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 또한 “회사 내 인공지능 R&D 전문 인력을 150여 명 두고 깊게 연구한다”면서도 “현재 한국에는 전문가가 많지 않아 좋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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