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망생을 2003년에 처음 만났다. 동아일보 수습기자 공채시험에서다. 다음 해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예비언론인과정 2기, 동아일보 인턴 1기를 선발했다. 저널리즘스쿨에서는 2007년부터였다.

강의하고 상담하면서 필기가 가장 어려운 단계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언론사는 어떤 기준으로 논술을 출제하고 채점하는지, 학생은 어떻게 준비하고 써야 하는지 궁금하다고들 했다.

저널리즘스쿨은 취재보도와 윤리를 중심으로 저널리즘의 기본을 가르치려고 만든 곳인데 학생들은 논술에 매달린다. 여기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인 실무평가와 면접에 가니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문제는 언론사 공채과정 및 과목과 일치하지 않아서 저널리즘 교육이 지장을 받는다는 점이다. 저널리즘스쿨은 취재보도를 먼저, 논술을 나중에 가르친다. 언론사 시험에서는 논술을 먼저, 취재보도 역량을 나중에 평가한다.

논술과 작문 같은 필기 단계의 경쟁률이 가장 높아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언론사 채용공고가 나오면 저널리즘스쿨의 분위기가 산만해진다.

저널리즘스쿨은 하반기에 논술을 지도한다. 입학한 해에 합격하지 못하면 다음 해까지 가르친다. 저널리즘 교육은 6개월이고 논술교육은 6개월에서 1~2년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권한이 없어 2018년부터 논술에서 손을 뗐다.

개인 사정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다. 좋은 기사와 책과 논문을 읽고, 재미있는 영화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빠듯하다. 친한 학생들에게는 이런 농담을 한다. “언시생 글을 읽지 않으니 내 머릿속의 미세먼지가 사라졌다.”

논술에 대한 조언은 소수에게만 한다. 취재보도를 성실하게 했던 학생, 스토리오브서울에 많이 출고한 학생이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오브서울에 논술 칼럼을 쓰는 이유는 사회현안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논술이라는 창을 통해 기자 지망생과 대화하고 싶어서다.

나는 기사와 논술이 비슷하다고, 취재를 잘하면 논술 역시 잘 쓴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묻는다. 기사와 논술이 어떻게 비슷하냐고, 성실한 취재와 좋은 논술은 어떤 공통점이 있냐고.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교양영어사전>에서 뉴스라는 단어를 이렇게 설명한다. “new things(새로운 것들)를 뜻하는 프랑스 고어 noveles, 중세 라틴어 nova에서 유래된 말이다.”

기자는 새로운 내용을 뉴스에 담으려고 현장을 가고 취재원과 대화하고 자료를 찾는다. 새로운 내용을 속보로 전하고, 다른 언론이 모르는 내용을 단독(또는 특종)으로 전하는 이유다.

언론은 새로운 내용을 스트레이트, 인터뷰, 기획에 담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설을 통해서 언론사의 의견을, 칼럼을 통해서 언론인의 주장을 밝힌다.

기자 지망생은 사설과 칼럼을 열심히 읽는다. 논술과 가장 비슷한 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념할 점이 있다. 뉴스와 마찬가지로 사설과 칼럼 역시 새로운 내용이 필요하다!

음식에 비유하면 이렇다. 언론은 새로운 내용을 재료로 기사라는 음식을 만든다. 이렇게 나온 기사를 기본재료로 삼고, 새로운 사실과 논리라는 재료를 추가해서 사설과 칼럼이라는 다른 음식을 만든다.

사실과 의견은 다른 영역이다. 기사는 사실을, 사설과 칼럼은 의견을 위주로 한다. 기사를 그대로 옮기는 형식과 수준이라면 사설과 칼럼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기사가 충실하려면 기자가 현장과 취재원과 자료를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사설과 칼럼이 탄탄하려면 집필자는 기사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사실과 논리를 담아야 한다.

논술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 지망생의 글이 뉴스를 요약하는 수준에 그치면 곤란하다. 나름대로의 사실과 논리를 추가해서 자기 생각을 드러내야 한다.

언론인처럼 기자 지망생도 뉴스를 꼼꼼하게 읽으라고 권유하는 이유다. 눈으로 스치듯이 보면 금방 잊는다. 입으로 읽어야 머리에 오래 남는다.

남이 만든 뉴스를 읽는데 그치지 말고 자기가 뉴스를 직접 만들면 어떨까. 공동체의 관심사에 눈을 돌려 현장과 취재원과 자료를 찾아서 기사를 쓰면 어떨까. 이를 바탕으로 논술을 쓰면 어떨까.

강화(講話)는 강의하듯이 쉽게 풀어서 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태준(李泰俊) 선생의 <文章講話>에서 단어를 빌렸다. 강의하듯이 쉽게 풀지는 못해도 기자 지망생과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어서 새 코너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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