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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교수의 세계 여행기 ⑭ 에티오피아의 산야와 커피 풍습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승인 2020.06.14 17:34

 

에티오피아 여행 1주일째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근거로 블루나일의 수원인 타나호수가 있는 바흐다르를 다녀왔다. 이어 최종 목적지인 아셀라까지 왔다. 오늘부터는 아셀라에서 출발해 경로지도에서 보듯이 역순으로 이테야와 아다마, 그리고 비쇼프트를 거쳐 아디스까지 올라간다.

▲ 에티오피아 전도와 A9과 A1 도로(아셀라~아디스)
▲ 낙타가 A9 도로 옆에서 풀을 뜯는 모습

이번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면 이제 막 반환점이다. 이테야로 가기 전에 아셀라 외곽의 순박한 마을 모습을 사진에 담아 유튜브 영상으로 편집했다. 아셀라 외곽 길가에는 자카란다 꽃이 활짝 피었다.

월요일까지는 팀켓 연휴였다. 화요일 아침이라 출근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래 마을로 내려가니 마부가 계곡에서 말을 씻고 있다. 하얀 말이 이 계곡에서 수영까지 한다. 아들로 보이는 소년이 옆에 서 있다.

에티오피아 산야의 색깔은 황금색이다. 온 대지가 노랗게 물들었다. 그 황금색 벌판에 우산가시아카시아(Umbrella Thorn Acacia)가 듬성듬성 서 있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의 대표적인 나무다.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지난 주말 관악산 둘레길에서 본 아까시 나무보다 품위가 있고 의젓하다. 아프리카의 아카시아와 한국의 아까시 나무는 서로 비슷한 품종이면서도 모양새가 다르다.

▲ 아셀라 주민이 출근하는 모습

이테야에 도착하니 마가리사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우리를 커피 세리머니에 초대했다. 학교는 다섯 명의 봉사 단원에게 오로모족의 전통 의상 한 벌씩을 선사했다. 이들은 곧바로 흰색에 빨강과 파랑 그리고 초록 줄의 때때옷으로 갈아입고 세리머니에 참석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풍습은 특별하다. 바흐다르 외곽의 레이 케레 마을에서도 비슷한 초청 이벤트가 있었다. 오로모족이나 암하라족이나 에스프레소와 같은 진한 커피인 분나를 마신다. 이러한 행사를 에티오피아 말로 ‘분나 마프라트’라고 부른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 환영하는 의식이다. 우선 바닥에 향기가 나는 풀을 깔았다.

학교 관계자와 마을 인사가 빽빽이 들어서 우리를 맞았다. 나이가 지긋한 한국전 참전용사도 있었다. 중국의 작은 찻잔과 같은 ‘시니’라 불리는 커피잔을 상 위에 가득 올려놓았다. 대충 잡아도 족히 30개는 넘는다.

한 여성이 찻잔 옆에서 장작불로 커피 원두를 볶아 가루로 빻았다. 동시에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였다. 격식을 차린다면 ‘제베나(Jebena)’라는 전통 커피팟에 끓인다. 여기서는 보통 주전자였다. 여기에 커피 가루를 넣어서 다시 장작불로 끓였다. 김이 솔솔 나는 이 커피를 ‘시니’에 따라 팝콘과 함께 우리에게 먼저 건넸다.

▲ 전통 복장의 이테야 봉사단원(위)과 커피 세리머니

행사 참가자는 적어도 석 잔의 분나를 마셔야 한다고 한다. 첫 잔은 우정을 위해, 둘째 잔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셋째 잔은 축복을 위해서다. 이들 말로 아볼, 후엘레타냐, 베레카다.

다시 만나기 위해 세 번을 마신다고 한다. 하지만 석 잔을 특별히 강요하지는 않았다. 이런 풍습을 몰랐고 다소 써서 두 잔만 마셨다. 대신 장작불로 튀긴 향긋한 팝콘을 더 달라고 했다.

갈 때처럼 올 때도 아다마에서 하루 묵었다. 이곳에서는 아다마 2번 초등학교와 자폐증 학생을 교육하는 오티즘 센터를 방문했다.

이곳 봉사단의 팀명은 ‘다담아’다. 다수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들 팀원은 오로미아주의 주도였던 아다마에서 장애인 인식개선과 그들의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5개월을 봉사했다.

▲ 아다마의 오티즘센터. 벽면 그림은 한국 단원과 자폐증 학생이 함께 그렸다. 여성이 분나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아다마 2번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비쇼프투를 거쳐서 아디스로 오후 3시경에 귀환했다.

아디스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세계 최초의 페어 체인 커피’라는 모이(Moyee) 로스팅 커피 공장을 방문했다. 원두를 볶아 가루로 만든 필터 커피와 로스팅 원두를 각각 10봉지씩 샀다. 커피 매니아는 아니지만 모이 커피가 구수해 여행 후 즐겨 마시게 됐다.
    
귀국에 앞서 1월 23일 오후, 아프리카에 한국인이 처음 세운 명성기독병원과 명성의과대학을 방문했다. 문홍량 부총장이 우리를 맞이해 시설을 안내했다. 아디스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4㎞ 떨어진 지역에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9만㎡의 땅을 불하받아 2003년에 병원을 세웠다. 병원을 설립하려고 국내에서 1993년부터 10년 동안 500억 원을 모금했다. 내친김에 의대까지 설립했다.

번듯한 교회 예배당과 도서관, 기숙사, 운동장이 줄줄이 들어섰다. 의과대학은 2018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손녀와 한국에서 온 유학생도 졸업생 명단에 있다.     

이 의과대학은 지금 종합대학으로 승격을 목표로 한다.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보건전문대학 그리고 전인적 교육을 위한 교양학부와 인문사회, 자연과학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정규 교수진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국인이 세운 병원과 의과대학이 아프리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최종 목표는 현지인이 운영하도록 그들을 교육하는 일이다. 한국형 병원과 의과대학 모델이 아프리카에 정착되길 바라면서 귀국 편에 올랐다.

에티오피아 항공기로 아디스의 볼레 국제공항에서 9137㎞ 떨어진 인천국제공항까지 11시간 11분을 비행했다. 서울에 도착하니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공포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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