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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발세금의 비밀 ② 항공사만 웃는다
김서연‧박서빈 기자 | 승인 2020.06.14 17:32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편집자 주>

대한항공은 2018년에 한국출발세금을 정부 대신 걷고 110억 원을 받았다. 징수대행 수수료다. 국정감사나 언론 보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진 액수보다 많다. 취재팀이 6개월 동안 7회의 정보공개청구와 관계자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여객공항이용료(이하 공항이용료)는 1만 7000원, 출국납부금(이하 출국세)은 1만 원, 국제질병퇴치기금(이하 질병퇴치기금)은 1000원이다. 외국으로 나가면 2만8000원을 내야 한다.

대한항공의 출국세 징수대행 수수료는 2018년에 39억 원 정도로 보도됐다. 작년 10월부터 확인한 공항이용료와 질병퇴치기금 수수료를 합치면 110억 원에 이른다.

통계청이 2019년 12월 발표한 ‘2018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 잠정결과’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 274만 곳의 1년 평균 영업이익이 3400만 원이다. 대한항공의 수수료 수익 110억 원은 소상공인 1년 치 평균이익의 324배다.

아시아나항공도 2018년에 한국출발세금 징수대행 수수료로 98억 원을 벌었다. 국내 취항 중인 다른 항공사까지 포함하면 518억 원으로 늘어난다. 별도의 투자나 마케팅 노력 없이 항공사의 발권 시스템만으로 거둔 수익이다.

두 항공사가 1년 동안 수수료로 받은 100억 원은 일반 기업에 큰 돈이다. 전국의 법인세 신고 기업 74만 215곳 중에서 1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던 곳은 2654곳이다. 전체의 0.35%.

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1년 동안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항공업계가 큰 노력 없이 한해에 100억 원씩 벌어들이는 점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온 대학생 이가영 씨(23·인천 서구)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혜가 아닌가 싶다”며 “항공사가 어차피 받는 항공권 값을 받을 때 세금을 얹어 받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수수료를 이렇게까지 많이 받아야 하냐”고 말했다.

직원 30명 정도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오모 씨(53·서울 송파구)는 기자에게 ‘100억 원이면 (우리) 회사 5년 치 수익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하루빨리 시정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사가 한국출발세금의 징수를 대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취재팀은 이를 추정할만한 자료를 미래통합당 이헌승 의원의 홈페이지에서 찾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19년 10월 18일 이 의원에게 제출한 ‘여객공항이용료 수수료 징수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니 공항이용료는 한국출발세금 세 가지 중에서 가장 비싸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사의 공항이용료 징수대행 원가가 공항이용료의 3%에 미치지 못한다고 추정된다. 징수대행 수수료는 인천공항의 경우 공항이용료의 5%다. 항공사가 원가의 1.6배 이상을 수수료로 받았다는 뜻이다.

공항이용료에 출국세와 질병퇴치기금까지 합친 한국출발세금 전체의 징수대행 수수료는 어느 정도일까.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공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해당 보고서가 공항이용료만을 다루기는 하지만 나머지 한국출발세금 역시 징수체계와 수수료율은 공항이용료와 같기에 이들의 수수료율 원가 역시 3%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이 적정한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공사와 항공사가 수수료율을 협상한 2001년에는 수수료율이 적정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닐 수 있다.” 당시 출국자를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18년 동안 출국자 증가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항공사의 한국출발세금 징수대행 수수료 수익은 매년 늘었다. 2014년 332억 원에서 2015년 364억 원으로, 2016년에는 440억 원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466억 원, 2018년에는 518억 원을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출국자 수에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2년 712만 명이던 내국인 출국자는 2018년에 2869만 명으로 늘었다. 공항이용료 도입 당시의 약 4배다.

항공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은 수수료 대부분이 카드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징수대행에 필요한 시스템 사용료와 부가세로 쓰이는 돈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원가는 영업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취재팀이 2월 11일 찾은 국회 예산정책서의 보고서는 “수수료율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카드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다”며 수수료율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예산정책처가 2019년 8월 발간한 ‘2018 회계연도 결산위원회별 분석,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보면 일반가맹점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2013년 2.12%에서 2018년 2.09%로 하락했다. 항공사가 한국출발세금을 대신 걷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었다는 의미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지는 않았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는 의원 3명이 항공사의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수수료율 조정 필요성을 두 차례나 인정했다. 박양우 장관은 2019년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 전임 도종환 장관은 2018년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 변상봉 사무관은 “항공사와의 수수료율 인하 협의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항공사가 징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원가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낮추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조정에 여러 노력을 기울이지만 항공사가 원가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며 진척이 없음을 시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9년 국정감사 때,ᅠ수수료율 인하에 합의하지 않는 항공사에 징수대행 자체를 맡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질병퇴치기금을 담당하는 국제협력단(KOICA) 역시 ‘정책 결정 사항으로 현재도 검토 중’이라고 대답했다.

항공사가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법제연구원의 최환용 부원장은 “항공사가 수수료율 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어야 하는데 소관 부처가 계약 당시 이를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변동에 따라 전기세를 조정하듯이 출발세금 수수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반영해 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국재 서강대 교수(경영학과)는 “원가를 계산할 때는 산정 주체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간다”며 “양측의 협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법인 등 제3의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맡겨서 적절한 원가를 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배인명 서울여대 교수(행정학과) 역시 “문제를 방치하면 국민의 돈이 항공사 수수료 수익으로 과도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도록 법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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