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마르곳 곤살베스 씨(25)의 하루는 집에서 시작해 집으로 끝난다. 코로나19는 그의 삶은 물론 도시 전체를 멈춰버렸다. “집에서 최대한 몸을 움직이려고 해요. 그조차 안 하면 미쳐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스페인 정부는 전국적인 이동제한명령을 내렸다. 스피커가 달린 경찰차가 동네를 돌면서 집에 있으라, 나가지 말라고 안내방송을 한다. 외출제한 규정을 어기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허용되는 외출은 제한적이다. 슈퍼마켓이나 약국과 같은 생활필수시설을 방문하거나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때만 가능하다. 곤살베스 씨는 최소한의 외출도 위험하다고 생각해 물품구입조차 동거하는 동거하는 남자친구에게 시킨다.

▲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마드리드 시내(곤살베스 씨 제공)

필수적인 사회유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이를 제외하면 모든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한다. 자막회사에서 근무하는 곤살베스 씨도 마찬가지. 프로젝트와 월급이 줄었지만 일의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렵지는 않다.

스페인 직장인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스페인은 대표적인 관광국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많은 관광업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휴양지 말라가에 사는 벨렌 가르시아 씨(29)는 박물관 직원이다. 그는 “코로나19로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쉬고 있다”며 “일을 계속 쉬어서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고 한다.

곤살베스 씨는 이동제한명령이 시행되기 전날, 외출했을 때를 기억했다. 금요일이었지만 도시가 텅 비었다. 그는 “그란 비아(Gran Vía)와 같은 중심 시가지에도 사람이 없고, 지하철 열차 안에서는 혼자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이 슈퍼마켓으로 몰리면서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3월 초·중순만 해도 이동제한명령이 있기 전이라 신선한 제품과 화장지를 사들였지만 지금은 외출이 통제되는 중이라 시민 일부만 슈퍼마켓에 들어간다.

▲ 사재기가 극심하던 3월, 슈퍼마켓(곤살베스 씨 제공)

스페인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다. 4월 30일 기준으로 20만 명을 넘었다. 사망자는 2만 5000명 가량으로 치명률이 10.2%다.

가르시아 씨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시민이 제일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닐장갑을 낀다. 집에 돌아와서는 물품을 하나하나 세척한다. 그는 “집 밖을 나설 때마다 긴장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바이러스만이 문제가 아니다. 악화되는 의료붕괴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곤살베스 씨도 “환자 수와 비교해 병원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물을 병원으로 개조하는데도 급격하게 느는 환자와 시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한다.

곤살베스 씨는 스페인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가 검사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의 방역 체계와 대응책이 훌륭해서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하지 않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예전과 같은 일상을 누리지는 못해도 최소한 누군가와 함께 외출하고, 카페에 가고, 혼자 집 밖을 나서 꽃이라도 볼 수 있는 등 일상을 열어두는 게 부럽다. 스페인은 완전히 격리된 삶을 살고 있다.”

이동제한명령은 5월 9일까지지만 곤살베스 씨는 “어쩌면 영원히 이렇게 집에서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울해했다. 가르시아 씨 역시 “상황이 복잡한 만큼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은 특유의 낙천적인 국민성을 잃지 않는다.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창밖을 내다보며 함께 손뼉을 친다. 스페인 가요나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핸드폰으로 빛을 비춘다. 손뼉을 치는 이유는 최선을 다해 싸운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해시태그 운동이 한창이다. ‘집에 있자(#QuédateEnCasa)’는 해시태그를 달아 서로를 격려한다.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간호사, 의사와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집 안에 지내면서 힘을 모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곤살베스 씨)”
“모두 집 안에서 안전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가르시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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