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씨(20·경기 성남시)는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진 점이 우려스럽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옳은 판단을 내리기엔 미성숙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눴는데 SNS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성인이지만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투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후회 않을 선택을 하고 싶지만 후보의 공약, 정당의 정치적 방향성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조심스럽다.

박 씨는 주변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 문제는 정치적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깊은 대화를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 젊은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하고 나오는 모습

서울 동대문구의 정성훈 씨(19)는 만 18세 투표에 회의적이다. 한국 사회에 뭐가 필요하고, 어떤 후보가 적합한지 아직도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믿음보다도 시도라는 관점에서 참여할 생각”이라며 별 기대가 없다고 했다.

정영빈 씨(22·경기 광주)는 선거권을 처음 행사하는 사실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는 학업에 집중하느라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 부모와 함께 정치 관련한 대화를 나누거나 뉴스를 통해 정치를 접한다.

태민호 씨(20·전북 전주)는 “고등학교 시절에 편견을 지닌 채로 좁은 시선으로 한국 정치를 바라봤다. 좀 더 정치적인 시선이 성장한 연령대에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성은경 씨(22)는 이번이 첫 투표라 설레긴 하지만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치를 잘 모르기에 과연 투표를 해야 하나 두렵다고 했다.

정치 이야기는 이모부를 비롯한 친척과 나누는 편이다. 뉴스를 안 보지만 친척의 말은 신뢰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정치인이 자신의 삶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해서라고 했다.

충남 아산의 강해영 씨(20)도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이유를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느껴서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에 관심을 둬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긴 했으나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치 뉴스를 찾지 않는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소식을 접하기는 하지만 흘러가듯이 듣는 게 전부라고 했다. 간혹 부모와 의견을 공유하지만 정치 제도나 사회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의견이 많이 갈린다고 한다.

대전 유성구 김은중 씨(20)는 정치가 막연하게 느껴진다.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어렵다. 뉴스에서 접한 정치인의 부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멀리하다 보니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서울 관악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이지윤 씨(27)는 만 18세 이상 투표에 반대한다. “한국 사회 특성상 학생은 합리적인 투표권 행사가 어렵다. 교육이 입시에만 치우쳐서 학생이 정치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전남 장흥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최 모 교사(54)는 선거권 하향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스럽다. 아직 정치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이 옳지 못한 선택을 내릴까 걱정된다.

성은경 씨 역시 동감했다. 정치인 자녀의 외모가 맘에 든다는 이유로 지지하겠다는 농담 섞인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부산 연제구의 배홍식 씨(22)도 이름이 비슷하거나 그냥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투표하겠다는 학생을 종종 마주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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