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은 개정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비례의석용으로 미래한국당이 생기도록 했다. 이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목적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양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이름도 엇비슷한 정당이 선거 한 두 달 전에 생겼다. 유권자는 어느 당끼리 같은 편인지 구분하느라 바빴다.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 8명은 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위성정당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은 1953년부터, 뉴질랜드는 1996년부터 연동형 비례제를 운용하지만 한국과 같은 위성정당 문제를 겪은 적이 없다. 독일과 뉴질랜드에 없던 문제가 한국에서 왜 생겼을까.

고려대 장영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은 개정 선거법이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서 선거법 개정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문제는 비례의석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독일은 지역구 299석, 비례대표 299석으로 동등하다. 뉴질랜드는 지역구 71석, 비례대표 49석으로 1.4대 1이다.

한국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5.4대 1이다. 비례대표 47석 중 정당 득표율과 연동되는 30석만 보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이 8.4 대 1이 된다.

▲ 지역과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

지역구 의석수가 많고 비례대표 의석이 적으면 거대정당은 불리하다. 중앙대 조성복 교수(독일유럽연구센터)는 “지금은 지역구 의석이 너무 많아서 비례의석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준연동형 비례제를 보자. 의원 300석 중에서 지역구가 253석이다. 비례대표 47석 중에서 30석만이 정당 득표율과 50% 연동된다.

정의당이 20대 국회에서처럼 지역구 2곳이 당선되고 정당 득표율이 5.4%라면 300석의 5.4%(14석)가 가야 한다. 지역구 2석을 제외하면 12석이 모자란다. 따라서 30석에 연동율 50%를 적용하면 6석을 가져가 전체 의석은 8석이다.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얻는 거대정당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래통합당이 20대 국회에서처럼 지역구 91곳에서 당선되고 정당 지지도가 30%라면 300석 중 30%(90석)가 통합당 몫이다. 지역구만으로 91석을 가졌으니 연동되는 비례의석 30석에서 하나도 갖지 못한다.

지역구에 비해 비례대표 의석이 너무 적은 연동형 비례제에서는 거대정당이 정당 득표율만큼의 비례의석을 갖지 못하니 이걸 챙기려고 위성정당을 따로 만든다.

통합당은 지역구만,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만 냈다. 지지자가 지역구 투표에서는 통합당을, 정당 투표에서는 한국당을 찍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통합당은 지역구 의석을, 한국당은 연동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가져간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 중앙대 조성복 교수는 “선거제에 따라 선거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과 뉴질랜드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1대 1로 유지한다면 거대정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성이 없다.

개정안이 처음부터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잡지는 않았다. 장 교수는 “정개특위 자문위는 독일처럼 1대 1 비율로 지역구 150석, 비례대표 150석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구 축소는 현역 의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논의를 거듭할수록 비례대표 의석이 줄었다. 자문위는 지역구 의석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의원 정수를 360석으로 늘리고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120석의 방안을 내놓았다.
 
최종적으로는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이 됐고 정당 득표율과 연동하는 의석도 비례 47석에서 30석으로 줄었다. 건국대 홍완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왜곡된 선거제도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도입돼 위성정당이 생길 토양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위성정당 창당은 준연동형 비례제의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종의 제도파괴 행위다. 거대정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유권자가 어차피 자신들을 찍으리라 판단한다.

이런 현상을 국민은 부정적으로 본다. 한국갤럽이 2019년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해 물었더니 37%가 좋다, 33%가 좋지 않다고 대답했고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전북대 박동천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독일과 뉴질랜드의 선거제가 광범위한 사회적 공론과 열띤 논의를 거쳐 합의됐다”며 한국과는 도입과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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