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김성현 씨(26)는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졌다. 돌발성 난청으로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온라인 강의를 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강의실에서는 친구나 교수에게 다시 질문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해서다.

강의를 처음 들은 3월 16일. 소리가 자주 끊겨서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없었다. 김 씨는 “온라인에서는 상호 피드백이 전혀 되지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중앙대 김 모 씨(22)는 자막이 없어 수업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교수의 입모양이나 분위기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해 이해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하다.

실시간 화상수업은 그나마 낫다. 교수의 입모양이라도 볼 수 있다. PPT 화면을 띄워놓고 목소리만 나오는 수업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해 속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었다. 그는 “조금 더 기다려 보고 다시 문의해야겠다”며 아쉬워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손주영 씨(25)는 영어로 하는 전공과목을 듣는다. 졸업학점을 채우려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는 전공 수업을 들을 때 대필도우미의 도움을 받았다. 온라인 강의는 자막을 별도로 제공하지 않아 대필도우미가 수업을 잘 따라갈지 걱정됐다. 개강 날, 다른 학과에 다니는 대필도우미가 영어로 된 전공용어를 어려워했다.

▲ 청각장애인 학생이 학교 커뮤니티에 올린 글

고려대 생명대에 다니는 이선영 씨(23)는 교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PPT만 띄우는 사례가 많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학교는 전문 속기사를 고용해 속기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속기사가 블랙보드에서 강의를 속기하면 화면 한쪽에 속기록이 바로 올라오는 식이다.

이공계생인 이 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외국어와 이공계 강의는 전문 속기사 섭외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에서 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지원하는 서비스를 다 받고 있음에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화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장애인권위원회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승원 위원장은 “자막 제공과 실시간 속기 서비스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앙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자막 및 문서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모든 교수에게 발송했다. 외국어 및 이공계 전공심화과정 등 속기 지원이 어려운 과목에서는 스크립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양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유형과 정도를 고려하여 대필 서비스와 실시간 속기를 제공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김세주 씨(26)는 “재난으로 인해 가장 먼저, 많이 피해를 받는 사람은 장애인 학우일 수밖에 없다. 소외되는 장애 학우를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대 김범중 교수(사회복지학부)는 “대학이 실시간 자동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온라인 수강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교육부 차원에서의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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