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기침하면 얼마나 눈치 보이는지 몰라. 그래서 요새 차 끌고 다니잖아.”

양수민 기자(26)의 아버지 양해권 씨(54) 이야기다. 양해권 씨는 대중교통 이용을 얼마 전부터 포기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데 승객 사이에서 계속 기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침을 할 때마다 동료들이 다 쳐다보니까 민망해서 일부러 외근을 나가려 한다.

김종현 씨(28) 역시 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조퇴했다. 전날 회식에 참석했는데 출근 이후에 잔기침이 계속 나왔다. 평소에도 음주 뒤에는 목이 건조해져 기침을 자주 했다. 하지만 상사가 “당장 반차를 쓰고 조퇴하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귀가했다.

▲ 서울지하철 7호선 노원역의 포스터

이렇게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하면 민폐가 된다. 마스크를 쓰고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감기를 앓았던 양수민 기자는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타고 다니라”는 이야기를 주민에게 들었다. 인간 바이러스가 된 기분이었다.

집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유진 기자(26)는 환절기마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다. 올해도 봄이 다가오면서 콧물과 기침이 나왔다.

가족이 “얼른 코로나 검사를 받고 오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 동네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체온을 쟀더니 36.6도. 발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 검사를 해주지 않아 돌아왔다. 내과에서 비염 진단을 받고서야 안심이 됐다.

▲ 이유진 기자가 다녀온 선별진료소

박세아 씨(25)는 레스토랑에서 주 5일 아르바이트를 한다. 평소 비염이 심하고 겨울에는 특히 기침을 많이 하지만 손님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1주일을 쉬었다. 그는 “저처럼 기침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권고 휴직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몇 명 더 있다”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도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했던 과외를 열흘이나 쉬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기자의 기침이 자녀에게 옮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과외비를 받는 날도 그만큼 밀려서 부모에게 손을 빌렸다.

요즘 상황에서 기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평소 스터디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이정현 씨(26)는 “옆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분이 기침을 하길래 불안해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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