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김일수‧53)는 기자에게 2월 28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완전무장하고 내려와라. 마스크 꼭 쓰고 장갑도 있으면 챙기고.”

이날 원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기자가 본가로 내려가려던 날이었다. 아버지는 확진자 동선을 가족의 단체채팅방에 올렸다.

금요일 오후 5시, 서울역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승객으로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매표창구에 줄이 없었다. 창구 9곳 가운데 3곳만 열렸다. 혼잡을 막으려고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무색할 정도.

▲ 서울역 매표창구가 한산하다.

2층 대합실에 갔더니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매번 누군가가 일어서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날은 어렵지 않게 의자에 앉았다.

편의점인 스토리웨이도 손님이 줄었다. 기자가 찾았던 2주 전까지만 해도 물이나 간식을 사려고 승객으로 붐볐던 곳이다. 마스크를 쓴 알바생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언론 인터뷰 조심하라고 위에서 지침이 내려왔다”며 거절했다.

대합실에서 열차를 타는 곳으로 이어지는 출입구에는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됐다. 역사 내의 코레일 여행상담센터는 입구를 봉쇄했다. 비대면 상담으로 전환한다는 안내문구가 붙었다.

▲ 서울역의 열화상카메라(왼쪽)와 여행상담센터

열차에 올랐는데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승객과 승무원 대부분이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옆 사람과 대화하거나 통화를 하는 승객이 없었다.

안내방송이 계속 나왔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귀향길은 즐겁고 설렜지만 이날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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