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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탐방 (1) 정(情)의 나라, 동티모르
이한나 기자 | 승인 2019.07.21 15:39

 

“안녕하세요. 주한 동티모르 대사관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대사 비서 정미선 씨(30)의 목소리가 들렸다. 취재요청을 수차례 거절당한 뒤였다. 취지를 다시 설명했더니 정 씨는 “목적과 과정, 원하시는 날짜를 영어로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열 번째 메일을 보냈다. 3일 후에 대사관이 연락했다. 주한 동티모르 대사의 인터뷰 수락 메일이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기자를 위해 시간을 내주기로 했다.
 
취재에 앞서 동티모르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생소한 국가인지를 알려고 서울의 대학생 40명에게 설문을 보냈다. 동티모르를 모르는 학새이 42.5%였다. 주한 동티모르 대사관의 존재를 모른다는 대답이 60.9%였다. 한국인에게 동티모르는 낯선 국가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문도원 씨(21)는 “모의 UN총회에서 동티모르 분을 만났는데 자부심이 상당했어요. 전통춤과 전통의상을 알려줬죠. 하지만 참가자들은 잘 알려진 국가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아무래도 대화 주제를 찾기 쉬우니까요”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대사관은 찾은 날은 5월 23일이었다. 빌딩 24층에 있었다. 규모가 작은 편이다. 시간에 맞춰 초인종을 누르자 비서가 반갑게 맞았다.

▲ 동티모르 전통의상

입구에는 동티모르 전통의상이, 회의실에는 양국 국기가 보였다. 오후 3시가 되자 아달지자 시메네스 대사(51)가 들어왔다. 악수를 하고 웃으면서 동티모르 원두커피와 전통과자를 권했다. 올해로 한국근무 3년째. 한국말로 인사를 하면서 한국말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의 정치인생은 2002년 동티모르 독립과 함께 시작했다.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사 업무는 마지막 정치활동이다. 내년이면 모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동티모르는 오랜 기간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주한 대사관은 2009년에 설립됐다.
 
양국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은 상록수부대. 한국이 1999년 동티모르에 파견한 평화유지 활동부대다. 시메네스 대사는 “동티모르를 위해 싸우다 전사하신 2명의 한국군이 있어요. 한국의 지원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0년부터 교육, 보건, 환경분야의 사업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광역시가 동티모르 사나나 구스마오 도서관(XXGR)에 컴퓨터 50대를 기증했다. ‘사랑의 PC 전달식’은 현지 국영 TV에 방송됐다.

때문에 동티모르 사람은 한국과 한국문화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음악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시메네스 대사는 “제 조카는 가끔 저를 한국말로 ‘엄마’라고 불러요”라고 했다.

▲ 시메네스 주한 동티모르 대사

시메네스 대사는 교육에 관심이 많다. 독립 이후 한국의 성장동력이 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40명의 동티모르 유학생에게 경제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계절학기 등록금을 지원하고, 학기 시작 전에는 대사관에 초대해 격려한다.
 
한국생활이 궁금했다. 먼저 좋은 점을 이야기했다. 동티모르와 한국은 시차가 같다. 가족에게 쉽게 연락할 수 있다.
 
어려움으로는 ‘빨리빨리 문화’를 꼽았다. “동티모르인은 여유로운 데 반해 한국 사람은 뭐든 빨리 하려고 해요. 저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동티모르 학생과 근로자 모두가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한국의 일부로 서울에 살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동티모르 근로자는 약 3200명. 근무환경은 어떨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발렌시오 아네스 드 지주스 노무관(39)과 양진아 노무보좌관(33)을 만났다.

동티모르 근로자는 국내에서 주로 어업과 제조업에 종사한다. 자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온다. 노무관은 이들을 격려하면서 고용주와의 분쟁을 해결한다. 중재자인 셈이다. 한국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데려오기도 한다.

노무관은 “(근로자들은) 대체로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 다만 일부 고용주가 문제”라고 했다. 특히 어업 종사자는 추가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지주스 노무관과 양진아 노무보좌관

보좌관 양 씨는 동티모르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했다. 그는 가르쳤던 학생이 한국에 와서 잘사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한 근로자는 기술을 많이 익히게 되고 자국으로 돌아가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 살아요.”

노무관은 동티모르 근로자를 언제라도 돕겠다고 했지만 불법체류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저는 불법을 너무 싫어합니다.  제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죠.” 동티모르 근로자가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계약이 만료되면 돌아가야 한다.

양국은 동티모르가 독립한 이후 두터운 외교관계를 쌓았다. 여전히 많은 동티모르인이 한국에서 근무하려고 한국어를 배운다. KOICA가 한국어 교육 봉사단원을 파견하는 이유다. 지난 2월에는 동티모르 총리가 봉사단원을 집무실로 초청해 감사를 전했다.

한국에 4년째 거주 중인 이솔리나 리타 씨(23)는 “한국 생활에 대사관이 큰 도움을 준다. 동티모르인 대부분이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시메네스 대사는 “대사관에 오는 일은 국가를 방문하는 것과 같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국내 거주하는 동티모르 근로자는 070-8848-2243에 전화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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