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상황과 정부대책이 궁금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주민센터 2층의 재난대책본부를 찾았다. 공무원 대여섯 명이 피해신고를 접수받았다.

박기수 주무관(47)은 산불로 8개 마을에서 420세대, 96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5월 9일 기준으로 주택 467동이 파손됐는데 창고를 포함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조사가 끝나서 철거 동의서를 받는 중이다. 이후에야 컨테이너 또는 전세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 5월 8일까지 64가구가 전세임대를 계약했고, 그 중 10가구가 입주했다.

컨테이너에는 한두진 할아버지(80)가 가장 먼저 입주했다. 아들과 딸은 모두 서울에 산다. 딸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아버지를 위한 집을 지었다. 산불로 사라졌다.

문을 열면 맞은편에 화장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은 주방시설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안쪽에 다용도실이 있다. 세탁기와 세제가 보였다. 자녀들이 보냈다.

다용도실 방향으로 머리를, 부엌 쪽으로 발을 향하면 성인 3명이 누울 수 있다. 전면에 큰 창을 만들어서 햇볕이 잘 들어왔다. 이야기를 더 하다가 헤어졌다. 할아버지는 다시 밭으로 돌아갔다.

▲ 이재민을 위한 컨테이너

성천리는 피해지역 중 가장 내륙 깊숙한 곳에 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이유다. 대피소(천진초)에서 차로 10여 분 걸린다. 노인복지회관에 들어가니 할머니 8명이 있었다.

전선자 할머니는 기침과 가래로 남편이 고생을 한다고 했다. 불이 나자 할머니 역시 몸만 빠져나왔다. 한동안 병원에서 지냈다. 이전에 허리수술을 해서 봉사자에게 침을 맞았지만 힘들어 한다.

샤워를 할 수 있는 간이건물을 지어준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복지회관 화장실에 세탁기가 있어서 샤워를 할 때마다 불편하다. 기사에 담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자 할머니는 “빨리 보상 받게 해줘”라고 말했다.
  
복지회관 앞에서 포크레인 2대과 트럭이 돌을 실어 날랐다. 지나갈 때마다 황갈색 흙먼지가 일었다. 강한 바람에 흙먼지가 복지회관 방향으로 불었다. 할머니와 기자 모두가 계속 기침했다.

박기수 주무관에 따르면 철거 대상은 872곳(주택 외에 창고 등 포함한 수치)이지만 동의서를 다 받지는 못했다. 불에 탄 집이 보상근거가 되는데, 현장이 사라지면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4월에 찾았던 용촌1리를 다시 갔다. 성천리와 달리 철거작업이 활발하지 않았다. 불에 탄 집이 남았다. 철거작업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복구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마을을 걷는데 인부 3명이 우사의 철골을 잘랐다. 2명은 위에서, 1명은 아래서 작업을 했다. 중심부 6개의 H빔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 불에 탄 우사를 인부들이 철거하는 중이다

전기톱으로 프레임을 잘라낼 때마다 빨간색 불똥이 튀었다. 박영복 씨(64)는 호스를 들고 축사 여기저기에 물을 뿌리며 “우리는 불이 날까 걱정이에요. 물을 뿌려도 건조해서 계속 금방금방 말라요”라고 말했다.

우사 주인은 어순화 할머니(80) 가족이었다. 소 6마리 중에서 3마리가 죽었다고 했다. 불이 났을 때 할머니는 큰아들 차를 타고 가진항 근처의 친척집으로 피했다.

곡식을 넣어둔 헛간에 불이 옮겨 벼가 전부 탔다. 양식이 없어 걱정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줘 이제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사람은 살았잖아. 파이팅!” 할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집이 타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집을 잃은 다른 이재민을 걱정했다.
   
누군가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가 커서 다시 어른이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평생을 살아온 마을이 검게 변했다며 할머니 아들은 울먹였다.

▲ 용촌 1리의 피해주택. 곧 철거될 예정이다.

이재민에게는 주택피해 정도에 따라 최대 3000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 결과, 한국전력공사의 개폐기 폭발이 산불원인으로 나와 보상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컨테이너나 전세주택 같은 임시 거주시설이 단기대책이라고 했다.

고성군 본예산은 3000억 원 수준. 정부 보조금에 대응되는 비용을 제외하면 가용재원이 600억 원만 남는다. 주택건설(평당 400만~500만 원)과 생계비 지원을 포함하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고성군만으로는 피해복구가 어렵다는 의미다.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는데 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요율이 왜 그대로 적용되느냐고 따진다. 또 1~2년 뒤의 보상은 무의미하므로 정부가 먼저 보상하고 한전과 논의하라고 요구한다. 고성‧속초 산불피해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시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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