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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기사 (4) 중앙일보 복지팀
권희원 기자 | 승인 2019.04.21 22:01

 

긍휼지심(矜恤之心).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는 복지전문기자로서의 신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개선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팀에서 4년째 취재하는 이에스더 기자는 “사회적 약자와 다르다기보다는 그 분들이 겪은 고통이 나와 내 가족에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불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복지팀은 모두 7명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가 이끈다. 지난해 6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에 이어 지난해 10월 <존엄사 8개월, 웰다잉 확산>, 올해 2월 <2019 빈곤 리포트>에 이르기까지 기획물을 계속 보도했다.

▲ 중앙일보 복지팀. 왼쪽부터 정종훈 기자,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이에스더 기자, 신성식 기자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가정돌봄 기획은 복지팀이 오래 전부터 생각한 기획이다. 정종훈 기자는 기자상 취재후기에서 “묵은 숙제를 풀어내듯”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정에서 돌보는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 중풍, 파킨슨병, 치매 등 노인성 질환자. 복지팀은 환자와 가족 18명을 심층인터뷰하고 가정돌봄 문제를 다룬 논문 3편이 인터뷰한 가족 38명을 분석했다.
 
연락처는 소아 중환자실 전문의를 비롯한 의사, 가정간호센터, 사회복지사를 통해 받았다.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찾는 일, 입을 열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전화를 걸고 집에 찾아갔다.

지금 당장 제도적 변화를 부를 수는 없지만 비슷한 고통을 겪는 가정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자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용기를 냈다.

“우리가 대단한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내 준 그 분들이 대단한 거죠.” 기자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이에스더 기자는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사례 중 30% 정도만 보도했다. 방향과 구성을 결정하기 전에 사례를 최대한 모았지만 비슷하거나 결이 다른 사례는 덜어내고 다양한 유형을 담았다. 지면에 실리지 못한 내용이 아까워서 온라인에 별도로 소개할까 고민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에스더 기자는 서울시립아동병원을 취재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희귀병, 저산소증, 뇌병변을 앓는 아이들이 연명치료를 받는 곳이거든요. 이어서 취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사는 세 번에 걸쳐 보도됐다. 상편에서는 50대 부부가 희귀난치성 질환(뒤센근이영양증)을 앓는 아들을 17년째 돌보는 사례를 다뤘다. 노래방을 20년 만에 갔다가 아들이 찾는 것 같아서 10분 만에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는 오랜 간병생활로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

그러면서 방문 의료 서비스의 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 왕진 의사’로 불리는 권인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을 인터뷰해서 의사가 의료적 처치를 하고, 그 후에는 간호와 간병을 연계해야 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중편에서는 재가환자에게 필수적인 의료 소모품 비용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와상 환자가 거의 매일 쓰는 욕창 치료용 밴드는 환자의 부담이다. 이런 비용 때문에 입원 치료가 의미 없는 환자까지도 병원에 가야 한다.

하편에서는 가정에 머무르는 영유아 최중증 환자 문제를 다뤘다. 이들은 성인 가정돌봄 환자보다 더 열악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18개월 된 아들의 치료비가 3500만 원이라는 어머니 이야기에서 문제 심각성이 드러난다.

▲ 가정돌봄 환자 1회 기사 (출처=중앙일보)

서울대병원의 권용진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전문성이 잘 드러난 기사라고 평가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모두에 전문 지식을 가진 기자가 많지 않다. 발로 뛰어 팩트를 찾아 제도와 연결함으로서 기사였다.”

중앙대 김범중 교수(사회복지학과)도 “기자의 전문성이 잘 드러난 좋은 기획이다. 복지 분야의 데이터베이스가 10년 넘게 쌓이니 그런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이 대한간호협회 가정간호사회 회장은 병원 내의 간호와 간병 서비스를 지역사회로 옮겨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대안인데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댓글은 비슷한 처지의 가족이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됐다. “뇌병변 1급 아들 키우는 엄마입니다. 장애등록하고 어떤 혜택이 있나 아무리 찾아봐도 주차할인, 주차 편의 정도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받는 혜택 같아요. 의료기기들은 또 얼마나 비싼지요.”

보도 이후에 정부는 ‘재가 의료급여 시범사업’을 올해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6개월 이상 병원에 있던 환자가 집에서 안심하고 생활하도록 돕는다. 의료, 이동지원, 돌봄, 식사지원 서비스를 필수급여로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주거개선과 냉난방비를 지원한다.

올해 1월부터는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재택의료팀이 가정에 머무는 만 18세 이하 중증소아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권용진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가정돌봄 기사가 시범사업의 실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커뮤니티 케어가 주목받는 시기인 만큼 시의성 측면에서 적절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 (출처=네이버)

신성식 기자는 기사를 통해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가는 게 ‘기자의 맛’이라고 했다. “불합리한 제도를 하나하나 바꿔 가며 보람을 느낀다.”

기사는 사람도 움직였다. ‘맘 카페’의 일부 회원은 모금운동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취재원이 거절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세상을 바꾸고 싶어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보건복지 보도가 전문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쓰기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정부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고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다양한 복지정책이 나왔지만 기자들이 충분히 깊이 있게 다루지를 못한다.” (황형현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사무국장)

이에스더 기자도 “부서를 순환하면 쉽게 적응하는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도 있다. 복지는 적응하기 어렵다. 보건·의료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아동, 여성 등 너무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기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로 많이 지적한 취약점은 편향성이었다.

“정부의 복지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언론사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맞추어 분석하는 게 문제다.” (김범중 중앙대 교수)

“언론이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복지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

지방현실을 잘 다루지 않는 점도 문제.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황형현 사무국장은 “언론이 전반적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중심이다 보니 지방 의료원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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