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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인간 (24) 나, 세월호, 우리 ④ 5주기, 안산
강수련·김희량 기자 | 승인 2019.04.16 23:40

 

세월호 5주기 기억식이 열리기 전, 4.16 연대는 시민 추모행진을 준비했다. 4월 16일 오후 1시. 경기 안산시의 고잔역 1번 출구를 나오니 노란 바람개비가 기다렸다. 맞은편에는 세월호 학생을 상징하는 책걸상이 보였다.

노란 바람개비 1000여 개가 고잔역을 출발해 옛 안산교육지원청 터에 마련된 기억교실을 향했다. 기억교실을 지나 단원고에 들렀다가 화랑유원지에서 끝나는 일정.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길을 만든다.

참가자는 일렬로 서서 앞 사람을 따라갔다. 이런 모습을 보고는 “나라가 망했네. 망했어!”라며 화를 내는 시민도 있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조용히 걸었다.

▲참가자들이 단원고 언덕에서 추모하는 모습

민주노점상 전국연합의 고광진 안산지부지역장(58)은 오늘 하루 장사를 접었다. “25명이 함께 왔다. 울컥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행진에는 금속노조, 전교조 회원은 물론 신부, 전도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참여했다.

‘대구 4.16연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이 보였다. 지하철 참사의 희생자 유족으로 보였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남성의 왼쪽 가슴에는 제주 4.3사건을 기리는 동백꽃 배지와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배지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10분 정도 걸었더니 기억교실이 나타났다. 몇몇 사람은 대열에서 빠져나가 건물 안으로 향했다. 기자들은 시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카메라에 담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길옆에 노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2014년 4월 16일부터 5주기인 오늘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타임라인으로 정리했다. 시민이 길을 잃지 않게 행진 방향을 함께 표시했다.

행진대열은 오후 1시 30분, 단원고에 도착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교문을 지나니 추모공간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언덕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언덕에 전시된 ‘노란 고래의 꿈’을 보며 추모시간을 가졌다.

누구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고, 누구는 조용히 눈을 감았고, 누구는 지인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부터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아린 씨(21) 는 “작년에는 단원고 안에 들어올 수 없었는데, 올해 단원고에 들어오니 더욱 울컥했다”고 말했다.

단원고를 나와 벚꽃 길을 따라가니 화랑유원지가 나왔다. 시민 생명안전 공원이 들어설 곳이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들었던 바람개비를 하나씩 꽂았다. 바람개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다.

▲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기억식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 햇살이 따뜻해졌다. 시민들은 노란 종이 모자를 쓰고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두 아이를 손에 잡고 온 엄마, 검은 정장을 입은 시민, 노란 스카프를 하거나 두건을 두른 사람.

서울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연극인 김지영 씨(44)은 “기억한다는 거는 행동하는 거다. 가만히 있지 않고 부당한 것에는 행동하는 실천이 이어지면, 그게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모사이렌 소리가 안산 전역을 채웠다. 오후 3시였다. 묵념과 함께 5주기 기억식이 시작됐다. 유가족과 시민 등 5000여 명이 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정 경기교육감, 윤화섭 안산시장이 추모사를 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정부는 세월호를 항상 기억하며 참사의 진실을 완전히 밝히고 사회적 신뢰가 회복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장훈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 그는 안산에 4·16생명안전공원을 세우길 희망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가수 양희은 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인의 추모 공연, 참사 영상 상영, 생존 학생의 기억편지 낭송, 안산시립합창단의 합창이 이어졌다.

장관, 도지사, 시장이 추모사를 했을 때는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생존 학생 장애진 씨에게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시선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 피해자 가족이 책임자를 직접 나서서 밝혀야 하는 세상이다. 아직도 생존자라는 단어에 죄책감을 느낀다.”

장 씨가 편지를 읽는 동안, 단원고 학생의 일러스트 그림이 들어간 사진이 영상에 나왔다. 유가족은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눈물을 훔쳤다. 장 씨가 감정을 달래기 위해 낭독을 멈출 때마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주최 측이 나눠준 종이 모자는 햇볕이 아니라 눈물을 가리는 용도처럼 보였다. 장 씨가 편지를 읽는 동안 언론사의 카메라는 유가족을 비췄다. 그 때마다 유가족은 고개를 더 깊이 파묻고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행사장 건너편에서 열린 반대집회

오후 4시. 장 씨가 편지를 낭독하는데 고성과 함께 징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모식장 반대편에서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

추모식에 참여한 시민 일부가 반대집회를 막기 위해 도로로 뛰어들었다. 취재진도 몰려들었다.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이들을 가로막았다. 경찰은 “흥분하면 지는 거다”라며 달래고, 취재진에게는 “나중에 인터뷰하라”고 요청했다.

기억식은 오후 4시 14분에 끝났다. 시민들은 자리를 바로 떠나지 않았다. 초등학생 딸들과 행사장을 찾은 한명주 씨는 “어제 한 일은 기억 못하지만 그날 하루는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가 지속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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