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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직업 <4> 대장간
이승현 기자 | 승인 2019.02.17 22:01

 

서울지하철 1호선 회기역 1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 동광대장간에 도착했다. 동대문구 전농 1동. 입구에 쌓인 공구를 보는데 대장간 관리책임자인 이일웅 씨가 나왔다.

대장간 안은 밖보다 더 추웠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재료와 공구가 가득했다. 그는 의자에 신문지를 깔아주며 앉을 곳을 마련했다. 난로 옆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름이 작업하기에 가장 힘든 계절이지만 겨울에는 쇠가 얼어서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서울 동대문구 동광대장간. 오래된 간판 아래 많은 공구가 보인다.

요즘 고객은 작은 크기의 제품을 많이 원한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해서다. 칼이나 말뚝을 만들 때는 기계 도움을 받지만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많다.

동광대장간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시의 김두리 서울미래유산 홍보사무국 과장은 “동광대장간은 1975년 개업하여 2대째 운영되는 대장간으로, 공구와 연장을 전통기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보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며 동광대장간은 지역의 자랑이 됐다. 동대문구 문화체육과의 신희섭 씨는 “주민과 함께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등 지역 특유의 추억과 감성이 녹아있어 친근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대장간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 이 씨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편견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전통적 가치와 장인정신을 인정받는다. 4년 전에는 EBS 프로그램 <극한직업>에 출연했는데 최근에도 재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상당수는 대장간이 시내에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는다. 대학생 최재원 씨는 “기계화된 생산라인에서 대장간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고 이 사회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무엇이 대장간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가장 자신 있는 공구로 망치를 꼽았다. 장인의 손을 통해 제품이 완성되는데 섬세함은 기계가 대체하지 못한다. 고객의 상세한 요구에 맞춰 제작을 하는 정성이 동광대장간의 매력이다.

▲대장장이의 손길을 거쳐서 나온 칼과 망치.

김영상 씨는 이곳에서 칼과 낫을 구매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손으로 만든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다. 대장간 제품이 공장에서 주조한 제품보다 날카롭고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객이 끊이지 않기에 이 씨는 대장간 운영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대장간. 시대에 맞춰 노력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산 제품의 영향으로 대장간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주변 대장간이 하나둘 문을 닫는 모습을 봤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장사만 잘되면 계속하고 싶은데 예전만큼 안 되니까.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했더니 문의가 꽤 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덕분에 홍보효과 등 편리함을 느낀다. 하지만 고객이 검색을 통해 최대한 값싼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생겨서 대장간 제품은 비싸다는 이유로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나가다 들르기보다는 미리 알고 오는 고객이 많은데 숫자 자체는 적다고 한다. 홍보를 강화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돈이 드는 일이고, 어떤 식으로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전통을 지키면서 고객의 필요에,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느낌을 이 씨에게서 받았다. 여기서 나오는 제품에는 대장장이의 땀과 숨결 그리고 그들의 삶이 담겨있다. 이번 겨울, 쇠가 어는 추위에도 동광대장간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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