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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대가족
김효숙 기자 | 승인 2018.11.12 16:18

 

중학생 실내화, 하이힐, 효도신발. 1평 남짓한 현관에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신발이 뒤엉켜있다. 간이 신발장에는 100켤레 넘는 신발이 빼곡하다. 거실로 들어가면 식당에 어울릴 듯한 긴 식탁이 가운데 보인다.

부엌에서 아빠는 국을 뜨고 삼촌은 밥을 푼다. 7명 가족 모두가 음식과 식기를 옮긴다. 명절 아침과 비슷한 장면. 직장인 이주현 씨(26)에게 일상적인 풍경이다. 아내와 사별 후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했던 삼촌네와 이 씨 가족이 함께 살았던 11년째 계속된 모습.

▲ 이주현 씨 집의 신발장과 간이 신발대 모습.

 대학생 유민아 씨(25)는 알람 대신 거실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말소리에 잠을 깬다. 가족 6명이 함께 살면서 생긴 변화다. 유 씨 가족은 아픈 할아버지를 함께 돌보기 위해 경기 수원의 이모네와 같이 살게 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함께 산다.
 
형제·자매, 친척, 부모를 포함해서 여러 세대가 모인 ‘현대판 대가족’이 등장하고 있다. 3세대 이상이 모여 살았던 전통적 대가족과 달리, 1인 가구나 핵가족이 나름대로의 이유아래 결합하는 형식이다.

대부분은 경제적 이유에서다. 물가와 집값의 인상에 이혼, 육아, 부모부양 등. 이들에게 가족과의 재결합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줄이는 합리적 선택이다.

이나연 씨(25) 가족은 4년 전 결혼한 오빠가 식솔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대가족이 됐다. “오빠가 분가비용을 부담스러워했어요.”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정은 사회에서 가장 늦게 변화하는 보수적인 곳인데 각자 목적을 가지고 현대판 대가족을 구성하는 사례는 실용주의가 사회 깊숙이 침투했다는 방증이다.”

실리를 위해 뭉쳤지만 현대판 대가족은 인생의 진짜 동반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모두 같이’의 가치, 즉 함께 있다는 사실에서 안정감과 유대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이주현 씨는 “삼촌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로 싸운 적이 없다. 집에 온기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유민아 씨 역시 “전과 달리 항상 북적거리는 느낌이 좋다”며 만족해했다.

주부 주정림 씨(50)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들과 딸을 데리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 곁에서 보살펴드릴 수 있어서 걱정을 덜하게 됐다.

체계적인 역할분담은 현대판 대가족의 장점이다. 이주현 씨 가족의 살림 사령탑은 삼촌이다. 함께 사는 조부모가 아프면서 삼촌은 직장을 그만두고 자격증을 따서 간병을 시작했다. 두 분이 돌아가신 후에 삼촌은 조카양육과 집안 살림을 전담한다.

이주현 씨는 “경제활동은 부모님이 하고 삼촌은 빨래, 청소 등 살림을 책임진다”고 했다. 이나연 씨도 “제사나 집의 대소사를 가족과 분담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조희선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교수는 이를 ‘팀워크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필요에 따라 팀워크를 발휘하는 가족형태가 등장했다. 함께 살면서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셈이다.”

대식구가 함께 살면 서로 양보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어린 조카들이 립스틱을 크레용처럼 사용하거나 자주 신는 양말이 사라지면 이주연 씨는 당황해 한다. 대학생 김민영(25) 씨는 일찍 잠을 자는 이모 때문에 밤 생활에 제약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가족으로서 얻는 점이 더 커서 앞으로도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유 씨는 “독립할 생각이 없다. 혼자 있는 게 싫고 거실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이주현 씨 역시 “삼촌네 가족과 함께인 매일매일이 좋아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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