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국회 국가재조포럼
주제=권력구조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일시=2018년 6월 20일(수) 오전 10시
장소=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사회=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제=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론=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지성우(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권력구조 개편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개헌의 불씨가 꺼져가는 중이다. 개헌 국민투표와 6.13 지방선거를 동시에 하자는 정부여당의 제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가재조포럼이 개헌문제를 다시 꺼냈다. 핵심쟁점은 권력구조였다.

국가재조포럼의 공동대표인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인사말에서 대통령제를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한 나라는 4곳에 불과하며, 한국은 그중에서도 강력한 대통령제라고 강조했다.

“행정부는 대통령 혼자서 꽉 틀어잡고 있다. 입법부는 여야로, 사법부는 대법원과 헌재로 갈려있다. 권력은 나눌수록 좋다.”

포럼 공동대표 윤영일 의원(민주평화당) 역시 개헌은 대한민국의 시대적 소명이며 권력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는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맡았다.

장 교수는 개헌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정작 논의에서 국민 참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7년 국회 개헌특위가 전국 11개 도시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개헌자유발언대를 설치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국민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것보다 개헌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이나 공기의 중요성이 굉장히 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한다. 헌법이라는 기본적인 국가질서의 틀이 바뀌었을 때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나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 적은 게 아닐까.”

장 교수는 어떤 권력구조가 바람직한지를 논하기 전에 권력구조가 주권자인 국민 인원과 직결됐다며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권 따로 권력구조 따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이 오남용된 결과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됐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탄생한 인권선언 역시 권력 분립과 인권 보장이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지난 몇 년간의 논란을 사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 6명의 말년이 좋지 않았다며 제도를 바꿔야 사람의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가 다시 출현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3월 26일 내놓은 개헌안 역시 분권과 거리가 멀다고 장 교수는 주장했다. 총리에게 권한을 나누고, 감사원을 독립시킨다지만 임면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면 진정한 분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정치외교학부)는 토론에서 분권이 최선의 가치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정부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4년 중임제를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헌법에서 비롯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대에서 총장을 선출했는데 총장 선출도 청와대를 거쳐야 했다. 한국 대통령의 제왕성은 헌법뿐 아니라 다른 곳곳에 숨어있다.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많다.”

이어서 그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어떻게 나눌 건지가 반드시 개헌안에 들어가야 하며, 의회가 총리를 어떻게 견제할지, 제왕적 총리가 되면 어떻게 해임시킬 수 있을지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했다.

“집권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해서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면 제왕적 대통령제가 맞다. 지금처럼 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인 여소야대면 대통령은 인사권과 행정명령을 행사하는 것 말고는 (권한이) 없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보다 4년 중임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5년 단임제에서 4년차에 접어들면 검찰, 언론, 학계 등 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층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고, 차기 대통령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이유에서다.

권력구조 개편만큼 선거구제 개편도 시급하다고 지 교수는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받은 표가 50%가 좀 넘었지만 지방 권력은 90%를 차지했다. 이런 구조 하에선 양자 독식구조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토론자는 하승수 대표(비례민주연대 공동대표)였다. 그는 분권과 협치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 정당이 80~90%를 차지하는 상태에선 분권과 협치가 불가능하다. 아베 총리가 제왕적 총리로 거듭난 이유도 표의 등가성이 깨졌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지지율은 작년 총선에서 47% 정도인데 국회 의석의 60%를 차지하니 제왕적 총리가 탄생한 거다.”

하 대표는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총리추천제를 동시에 채택하는 게 현실적이며, 내년 초까지 선거법개정안과 개헌안을 동시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2020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제도 개혁은 힘들어진다. 총선이 1년 남은 내년 4월 전까지는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룰이 바뀌면 바뀐 룰 아래서 경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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