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2016년 9월 1일부터 20일간 서울시 관광웹사이트(www.visitseoul.net)에서의 온라인투표를 통해 한류명소 10곳을 골랐다. 서울시는 이곳을 한류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집중홍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한류명소가 말 그대로 ‘명소’의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부터 청담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청담동 명품거리’라고 불린다. 건물을 통째로 차지하는 명품가게가 대로변을 따라 줄지어 서있기 때문이다.

명품가게는 세련됐지만 거리에 다른 볼거리가 없어 몇 년 전까지는 행인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거리에 아이돌 가수의 상징색과 로고가 그려진 곰 모양 아트토이가 세워졌다. 한적한 명품거리가 한류스타거리(K-Star Road)로 재탄생했다. 기자는 5월 4일과 5일 오후, 한류스타거리를 찾았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로 나가면 ‘GANGNAM’이라고 쓰인 선글라스를 쓴, 높이 약 3m의 대형 아트토이가 보인다. 한류스타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 강남돌(GangnamDol)이다. 지명인 강남(Gangnam)과 아이돌(Idol)의 합성어다.

여기를 지나면 약 1km의 도보 가장자리에 강남돌 17개가 일렬로 보인다. 포미닛을 시작으로 슈퍼주니어, 방탄소년단 등이다. 아트토이는 받침까지 합하면 약 2m. 인증사진을 남기기에 적절한 높이다. 강남돌이 있는 도보 가장자리는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의 3색으로 칠했다. 위에는 ‘K-Star Road’라는 문구가 보인다.

 

▲ 한류스타거리의 강남돌. 보도 가장자리에 아이돌을 형상화했다.

평일인 4일에는 거리가 한적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약 1km의 거리를 지나는 동안 약 10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마주쳤다.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에스터(Eszter)와 월터(Walter)는 대형 아트토이 앞에서 사진을 찍던 중이었다. 에스터는 “10년 전부터 K팝에 관심이 있었고 2NE1과 빅뱅을 좋아했다. 빅뱅 강남돌은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일들은 길 건너 압구정로데오역 7번 출구 뒤쪽의 강남돌 하우스(HAUS)로 향했다.

강남돌 하우스는 강남구청에서 운영한다. 강남돌 미니어처와 마그넷, 워터보틀 등 K팝 상품을 판매한다. 내부에는 한류스타거리에 대한 안내책자가 있다. 책자와 지도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종류였다.

상품설명 역시 4개의 언어로 했다. 한류스타거리의 강남돌을 축소한 미니어처는 2만9800원, 자석은 1만1900원, 워터보틀은 8900원이다. 기자가 찾은 4일과 5일에는 18개의 강남돌 중 9개만 있었다. 그 중에서 씨엔블루 강남돌은 품절이었다. 마그넷 역시 8종류만 있었다.

관광객들은 강남돌과 강남돌 상품이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우야통(吴亚桐)은 “강남돌이 귀여워서 팬이 좋아할 것 같은데 일부 아이돌만 있어서 아쉬웠다. 더 다양한 K팝 스타를 대상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돌하우스 바깥쪽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스크린 키오스크가 있다. 화면에서 강남돌을 선택한 뒤 한류스타 갤러리를 누르면 룰렛이 나온다. 강남돌로 만들어진 아이돌 17팀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4개 언어로 제공하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었다.

▲ 강남돌하우스의 모습. 일부 상품의 품절을 영어로 안내한다.

한류스타거리를 지나 청담역에 가까워지자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같은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SM 엔터테인먼트 사옥, SM커뮤니케이션센터다. 이곳에서 독일인 멜리사(Melissa)와 멜라니(Melanie)를 다시 만났다.

멜리사는 “처음엔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아 왔다가 근처에 한류스타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돼 함께 둘러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1층의 SUM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SUM 마켓을 둘러보기 위해 내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SUM 마켓은 SM 소속 연예인의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토요일인 5일은 하루 전보다 방문객이 많았다. 오후 3시30분쯤에는 방탄소년단 강남돌 앞에서 한국학생 4명과 외국인 관광객 2명이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

강남구에서 만든 한류스타거리는 강남돌 17개가 세워진 1km 정도지만, 안내책자에 있는 한류스타거리는 신사역부터 청담역까지의 일대를 모두 포함한다. 강남구는 이 구역을 A~D존으로 나눠 소개한다.

책자에 소개된 가볼 만한 곳은 모두 한류스타와 관련이 있다. 일명 ‘스토리 매장’이다. 스타의 단골 분식집과 옷가게,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다. 기자는 A존에 있는 피어싱 가게인 ‘나나피어싱’을 찾았다. 책자에는 신민아, 보아가 자주 찾는 곳이라고 나온다.

나나피어싱의 강동미 실장은 스토리 매장 지정 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스토리 매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제휴나 혜택이 있는 건 아니다. 한류스타거리 책자를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은 거의 보지 못했다.”

피어싱을 구경하던 독일인 크리스티나(Christina)는 “좋아하는 가수인 갓세븐이 나나피어싱 제품을 하고 있어서 찾아왔다. 한류스타거리는 이 가게를 찾아오는 길에 지나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엘리나(Elina)와 크라(Kra), 멘(Men)은 한국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오기로 결정한 곳이 한류스타거리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K팝이 굉장히 인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많다고 했다. 멘은 “아트토이 몇 개가 세워져있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준비가 잘 돼있다고 느꼈다. 명품가게도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류스타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잘 정비한 한류명소였다. 홍보를 더 강화하고 일부 관광객의 지적을 보완해 다양한 아이돌의 강남돌과 상품을 준비한다면 더 많은 K팝 팬이 찾는 명소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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