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나 신문, 잡지, 인터넷상의 광고에서는 이러한 문구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공짜로 준다는 거액의 돈과 컴퓨터, 해외 여행 티켓 심지어는 고급 승용차까지 다들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한 상품들이다. 신규가입 회원 기념 이벤트, 오픈 기념 행사, 새천년 맞이 축하행사, 아이디어 공모 등 경품 행사의 이유도 행사의 방법이나 경품들처럼 다양하다. 특히 요즘에는 크리스마스와 새천년을 기념한다는 명목하에 많은 경품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품행사를 통해서 주최측이나 일반 소비자들은 모두 득을 볼 수 있다. 행사를 개최하는 회사들은 경품을 내걸음으로써 회사의 이름과 제품을 소개하게 되고 그로 인해 보다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간단한 퀴즈나 회원가입을 통해 운이 좋으면 엄청난 액수의 돈이나 각종 경품 등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경품행사 광고와 실제 행사의 내용이 일치하고 공정하게 투명한 절차를 통해 경품이 지급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품행사들 중에는 경품이 당첨자에게 실제로 지급되지 않는 허위행사도 있으며, 경품행사에 응모한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하는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자신의 개인정보까지 노출시켜 가면서 경품행사에 당첨되더라도 경품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상에서 열린 모토롤라 경품행사에 응모한 이원일(20·서울시 관악구 신림동)군은 "당첨되었다는 메일은 받았는데 경품인 화장품은 오지 않았어요. 모든 개인정보와 집 주소를 똑바로 기입하였는데 이상해요"라며 의아해 했다.

NSPB라는 네티즌 권익보호 단체(http://nspb.woorizip.com)의 '네티즌 제보&신문고'라는 란을 보면은 이보다 더한 사례도 있다. 익명의 한 네티즌의 글에 의하면 전날까지도 있었던 경품행사 홈페이지가 하루 사이에 없어져 버리는 일도 있다. 1999년 11월 6일 이전 http://oktele.com이라는 한 사이트가 한 유통업체의 오픈 전야제로 10만원을 입금하면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이벤트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정작 당첨자 명단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는 날 이를 발표하지도 않고 그 다음날 공지사항만 뜬 채로 홈페이지는 폐쇄됐다고 한다. 공지사항의 내용은 사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출장을 핑계로 잠적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문구들로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당첨자를 추첨하거나 경품을 타는 방법 면에서도 터무니없는 경우도 있다. LG나라의 홈페이지 이벤트란에는 "공짜! MP3 Player 매일매일 타기(12.1~12.31)"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공짜 MP3 플레이어란 말에 혹해서 접속해보면 일단은 LG나라 회원에 가입을 해야만 한다. 게임은 슬롯머신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1000점을 기본으로 하여 먼저 자신이 일정한 점수를 건다. 그런 후 슬롯머신을 돌려 같은 그림이 나오게 되면 자신이 배팅한 만큼의 점수를 갖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만큼의 점수가 깎이게 된다. 어쨌든 4000점 이상을 넘겨야 겨우 MP3플레이어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4000점만 넘는다고 해서 경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점수를 넘는 사람들 중에서 또 한 번의 추첨을 거쳐 하루 1명에게만 경품을 준다. 공짜로 준다는 문구에 혹해서 이 행사에 참여해보면 경품하나 얻기가 얼마나 힘든 줄 깨닫게 된다.

박유진(20·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양은 LG나라에서 MP3 플레이어를 타기 위해 이 게임에 수십 차례 도전해봤다고 한다. 그는 "게임을 거의 하루종일 해봤는데 4000점은커녕 오히려 0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나중엔 화까지 나더라고요. 이거 일부러 경품을 주지 않기 위해서 게임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에요?"라며 경품을 지급하는 방법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경품을 탈 수 있는 확률도 매우 희박할 뿐만 아니라 게임방법 또한 슬롯머신을 이용한 형식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슬롯머신을 가까이함으로써 사행심을 부추기고 도박환경을 조장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업의 이익과 실속만 챙기기 위한 경품행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상거래나 각종 행위들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그에 따른 규제제도나 법률적 제재가 사실상 없다. 구체적인 규제제도나 법규가 없다고 하여서 피해를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인터넷상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통신상의 동호회나 소비자 상담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한주부클럽, 소비자반장 등 여러 종류의 기관이나 단체가 인터넷상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기관, 시민단체 혹은 뜻있는 개인들이 만든 소비자 보호단체로, 이곳에 가면 피해사례 신고와 상담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혼자서만 고민하지 말고 이를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화 사회의 최대 강점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관심 있는 타인에 의해 정련되는 과정을 거쳐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로 생산될 수도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이 보이던 문제도 여러 사람의 지혜를 빌리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보상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조심성과 의식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무료 경품에 현혹되어 무절제하게 자신의 개인 정보를 노출시키는 일은 개인 스스로가 알아서 자제하여야 한다.

아직까지 피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경품행사 자체에 대해 스스로 조심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경품 행사들이 네티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기 경품행사에 속지 않으려면 경품행사 자체를 제대로 분별할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하다. 아울러 과대 내지 허위 경품행사에 대한 제도적, 법률적 규제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정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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