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제=동네 민주주의 성공사례 발표
일시=2018년 4월 5일(목) 오후 3시 50분
장소=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


선거철이면 투표율을 걱정한다. 지방선거에서는 특히 그렇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이후로 60%를 넘은 적이 없다. 하지만 6·13 선거는 다를 수 있다. 주민이 발 벗고 나서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동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한 ‘동네 민주주의 컨퍼런스’는 동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기조연설에서 김의영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동네 민주주의 시대’란 주제로 동네 민주주의가 왜 등장했으며, 성공하는 데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를 짚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오늘의 목민관, 옛날의 제후’란 주제로 목민관의 임무를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근거해 설명했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은 ‘동네 민주주의는 주민자치로 완성된다’는 주제로 자치와 분권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주민자치에 필요한 요소를 정리했다.
 
제1세션에서 이태동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지방선거에 있어 동네 민주주의 확산방안’을 주제로 동네 민주주의의 주체, 존재이유, 실천방법을 설명했다. 정하윤 이화여대 지역학 박사는 ‘동네 민주주의와 중앙선관위의 역할’이란 주제로 선관위의 역할과 임무를 소개했다.
 
제2세션에서 송양섭 고려대 교수(한국사학과)는 ‘목민심서를 통해 바라본 지방자치’를 주제로 중앙에서 파견하는 수령과 지방관리인 목민관의 관계를 설명하고, 정약용이 말한 지방행정의 운영 원칙을 소개했다. 김태희 다산연구소장은 ‘다산 정약용의 정치사상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정약용의 ‘원목’ ‘탁론’ ‘목민심서’가 현대 민주주의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했다.

제3세션은 동네 민주주의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서울, 경기 등 전국 7개 광역단체의 12건이었다. 이날 발표순서에 관계없이 지역별로 묶어서 소개한다.

▲ 김동수 공동대표가 주민공동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서울 행촌권 성곽마을 주민협의체 (발표: 김동수)

행촌권 성곽마을은 서울 종로구 서북부에 있다.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등 노후주택이 밀집한 동네다. 1990년대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꼈다.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지 고민했다.

우선 주민공동체를 만들기로 했다. 2012년, 공터를 가득 메운 40여 톤의 쓰레기를 거둬내고 농지로 개간했다. 도시농부학교, 도시재생대학 과정을 설립해 주민이 도시농업을 배우도록 했다. 행촌공터(행촌共터)는 도시농업을 배우면서 주민이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성곽마을은 구릉지다.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잘 통한다. 농사에 적합했다. 주민들은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기로 했다. 체육공원, 공영주차장, 학교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다. 2016년 봄에는 육묘장을 설치, 연 4만개 이상의 모종을 생산해서 종로구청 직원과 이웃마을에 판매했다.

또 벌통을 설치해 연 8차례에 걸쳐 800리터의 벌꿀을 채밀했다. 묘종으로 300만 원, 양봉으로 2000만 원을 벌었다. 도시농업 자립마을로서의 가능성이 열렸다. 마을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려는 노력도 시작했다. 축제를 열고 소식지를 매달 한 번씩 발행했다.

◇ 서울 성북동 마을계획단 (발표: 박예순)

마을이 무대가 되고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 서울 성북동 마을계획단은 이런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 성북동에는 예술가가 많이 살아서 주민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기로 했다.

2016년 11월부터 예술가를 모집하고, 축제에 참여할 주민을 모았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5주간의 축제를 기획했다. 국악, 연극, 노래파티, 밴드 공연, 성악과 사물놀이를 차례로 선보였다. 77세 어르신 임정숙 할머니의 소녀시절을 연극으로 만들어 주민에게 선보였다.

성북초등학교 사물놀이팀은 성악그룹 콘덴티와 콜라보 공연을 펼쳤다. 박예순 성북동 주무관은 5회 공연 누적관객이 800여명에 이르렀다며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만족할만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 경기 풍산동 주민자치회 (발표: 최효숙)

경기 고양시 풍산동은 아파트 밀집 지역인 풍동과 농촌 지역인 산황동이 있는 도농복합마을이다. 풍동과 산황동이 단절되고, 이웃 간의 교류가 줄자 지역화폐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주민자치회가 아이디어를 냈다. 분리수거대를 설치하거나 반찬을 만들거나 노후주택을 수리하는 품앗이 활동에 참여하면 지역화폐 ‘그루’를 적립 받도록 했다. 이걸로 물건을 사거나 문화강좌 수강료를 할인받는다. 최효숙 풍산동 주민자치협의회장은 5000여 명이 그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는 ‘단풍골 공감마루’란 토론장도 마련했다. 읍면동 단위에서 주최하는 토론회다. 주민이 의제를 설정해 토론에 임한다. 단풍골 공감마루에서 가장 최근에 선정한 의제는 ‘풍산동 바로세우기’다.

이 의제로 세 가지 과제가 채택됐다. 소외계층 지원, 동주민센터 증축,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 개발이다. 주민들은 세 과제를 모두 해결했다. ‘나눔 냉장고’를 설치해 소외계층에게 음식을 나눴고, 숙원사업이던 주민센터 증축을 확정지었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청소년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조작법을 가르치고, 어르신과 청소년이 짝을 지어 한 편의 영상을 제작한다.
 

▲ 최효숙 회장이 주민자치회를 소개하는 모습.

◇ 경기 여기산 옹심이(발표: 김현미)

도시에서 식물을 접하는 공간이 점차 사라지는 중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활동하는 여기산 옹심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4년,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을 텃밭으로 개조했다. 폐기물 100여 톤을 수거하고 32개 가구와 함께 텃밭을 경작했다.
 
여기산 옹심이는 초여름이면 팜파티(farm party)를 열었다. 고아원 아이를 초대해 피클을 담가서 경로당 어르신에게 나눠줬다. 좋은 커뮤니티가든(community garden)의 사례로 소개돼 4개국에서 외국이 200여명이 찾았다. 2016년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방문했다.

정원조성에 적잖은 예산이 들었다.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5만 원씩 냈지만 운영이 점점 힘들어졌다. 다행히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경기도 따복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돼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농업교육을 작년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실시했다.

여기산 옹심이에겐 꿈이 있다. 여기산과 주변의 서호호수를 연결해 생태교육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전문가를 불러 주민을 교육하는 내용. 김현미 씨는 옹기종기 모여서 문화를 심는 사람들의 모임, 옹심이가 되도록 앞으로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 경기 청년 프로젝트 쓰봉 & 좋은관양마을만들기 기획단(발표: 정후교)

쓰봉은 다섯 명의 청년이 만든 단체다. ‘쓰레기 봉지’와 ‘쓰임새 있는 자원봉사’, 두 단어의 약자기도 하다. 2016년 청년들은 마을에 24시간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문제 삼았다. 1년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역부족이었다.

2017년부터는 주민과 함께 하기로 계획했다. 마을 어른 스무 명을 모아 100인 원탁토론을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청자가 없었다. 놀이터에 나가 학부모를 만났고, 홍보물을 만들어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참여를 독려했다.
 
다행히 주민 100여 명이 모였다. 쓰봉이 토론내용을 정리해 제출했지만 안양시는 아직까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정후교 따봉(쓰봉을 지원하는 따뜻한 자원봉사단) 매니저는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치중심적인 활동을 하는 청년의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대전 중구 태평2동 축제추진위원회(발표: 홍선열)

대전 중구 태평2동은 주민 85%가 아파트에 산다.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0년부터 태평2동은 마을축제와 작은 음악회를 열었지만 500명이 오는데 그쳤다. 인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유등천 달빛축제가 탄생했다. 매해 3월부터 9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열린다.

주민은 태평고을 유등천 달빛 축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장소와 시기, 프로그램과 재원을 함께 협의하고 결정한다. 축제이름도 주민이 뽑았다. 금요일 저녁 7시에 축제를 시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축제에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참여한다. 경로당 어르신이 사물놀이를 하고, 초등학교의 밴드 동아리가 공연한다. 어쿠스틱 락밴드, 퓨전 국악 그룹, 오페라단 등 모든 세대가 즐기도록 공연팀을 섭외한다. 축제는 제5회 대한민국주민자치대회 마을행사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 충북 선애마을보은(발표: 안화윤)

충북 선애마을보은은 보은군 마로면에 있는 생태공동체다. 생태명상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만들어 현재 20가구, 40여명이 산다. 주민은 월 22만 원을 주거비, 식비, 공과금 등 생활비로 낸다. 겨울엔 난방비를 따로 내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주민이 공동 취사, 전기전자제품 공동사용, 자체영농을 하기 때문이다. 다함께 모여서 밥을 먹으며 ‘식구(食具)’의 개념을 몸소 실천한다. 식탁 앞에서 마을 생활과 관련한 의견을 나눈다.
 
선애마을보은은 자연농업, 친환경을 추구한다. 한때 생산량이 부진했지만 해마다 늘어나 현재는 주식을 100% 자체공급한다. 이들은 일을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나머지 시간을 창의적이고 주변에 나눌 수 있는 활동에 쓴다.

작가, 화가, 만화가, 약사 등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마을사업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았다. 격주 수요일마다 여는 마을 회의, 갈등을 없애려는 화백회의가 문제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민은 공동으로 사업을 하지만 각자가 별도의 사업을 하며 추가소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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