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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기 캠페인 ④ 구민의 벗, 자살예방지킴이
이희령 기자 | 승인 2018.03.26 00:32


‘자살예방지킴이’ 동아리는 서울 서초구가 자랑하는 자살예방 사업이다. 권역별 동아리는 매달 1번씩 만나 봉사활동 방향을 이야기하고 친목을 다진다. 2월 8일, 양재내곡권 동아리의 월례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초구 우면동의 바우뫼복지문화회관으로 향했다.

3층 회의실 문을 여니 동아리원 10명이 모여 있었다. 최연소 61세, 최고령 79세. 평균 나이 70.2세. 리더 박경식 씨(61)가 전달사항을 이야기하며 모임을 시작했다. 참석자는 자살예방 캠페인 진행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자살예방지킴이 동아리 리더 박경식 씨가 전달사항을 말하는 모습.

이들은 어떻게 활동을 시작했을까. 이순이 씨(66)는 보건소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동아리에 대해 알게 됐다. “10년 동안 통장 일을 하며 동네에서 우울증 환자를 많이 봤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박경식 씨는 지인소개로 참여하게 됐다. 우울증을 앓던 지인이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던 중에 자살예방지킴이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박 씨에게 전했다.

활동을 하려면 보건소의 지킴이 교육을 3시간 이수해야 한다. 이들은 ‘1대 1 돌보미’라는 방문봉사를 한다. 전문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우울감과 외로움을 느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람의 말동무가 된다. 모든 사람을 보건소가 직접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살예방지킴이가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돌보미 활동을 1년 넘게 했다는 고우민 씨(73)는 “공무원의 업무량이 많아서 그런지 관리를 잘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울증이 심한 이웃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삶의 의욕이 없는 이웃을 밖에 데리고 나가면서 자립심을 키워주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절차를 밟도록 돕는다.

동아리원은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한 가지씩 말하고 싶은 기억을 품고 있는 표정이었다.

“간질과 우울증을 앓던 이웃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했다. 매일 안부를 묻고, 음식을 갖다 줬다. 만날 때마다 예쁘다고 칭찬하니 얼굴 표정이 환해지더라. 누군가 나로 인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걸 보며 기뻤다.” (이순이 씨‧66세)

“중증 우울증을 앓는 어르신을 3개월 동안 찾아갔다. 계속 존중하고 보듬어주니 마음을 열고, 본인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이야기,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봉사자인 내가 오히려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백정숙 씨‧66세)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장애여성이 사는 집을 찾았던 최영자 씨(74)는 봉사가 한 번으로 끝나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들은 바깥에 나가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만큼 말동무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살예방지킴이 동아리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기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통점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는데 봉사를 하면서 달라지고 행복해졌다는 점이다.

김오임 씨(71)는 동아리에 가입할 때만 해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자살예방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우울증이 치유됐다. 보건소 간호사의 권유로 별생각 없이 동아리 모임에 나왔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같이 활동하니 참 재밌고 유익했다. 내게 도움이 되는 모임이라고 생각하니 열심히 나오게 됐다. 우울증이 저절로 치유가 되더라. 지금은 내가 아팠다는 걸 다른 사람이 모를 정도로 명랑하고 즐겁게 산다. 여기 나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는 이날 병원예약이 있었지만 일정을 미루고 참석했다. 김 씨의 고백이 끝나자 동아리원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완우 씨(68)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왔을 때는 낯설고 어색했다. 교육을 받고 취미활동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니 마음을 열게 됐다. “모임날짜가 정해지면 최우선 순위로 정해 시간을 비워둔다. 여기 계신 분이 다 천사 같아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 양재내곡권 자살예방지킴이 동아리원들이 단체로 하트 포즈를 취하는 모습.

서초구민 혹은 자살위험에 놓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동아리원이 차례차례 입을 열었다.

“일이 있으면 24시간, 아무 때나 전화해 달라. 언제든 함께하겠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관심과 대화만큼 중요한 게 없다. 어려운 당신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니캉내캉! 만나서 실컷 같이 울어나 보든지, 울어나 보든지 하자. 서로 힘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고 싶다.”

양재내곡권 동아리와는 이날 처음 이야기를 나눴다. 짧은 만남으로도 서로를 격려하는, 가족같이 따뜻한 공동체임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지킴이. 이들은 서초구의 ‘작은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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