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반려견, 반려인 ⑧ 반려견, 미디어와 만나다
손성원 기자 | 승인 2018.03.25 17:14

 

대학생 이예빈 씨(24)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전에는 카카오톡의 메시지 알림을 먼저 봤다. 7개월 전 강아지 밍고를 입양하면서부터 습관이 달라졌다.

아침을 먹으며 카카오톡 메신저의 동물 카테고리에 새로 올라온 콘텐츠를 확인한다. 귀여운 동물 사진과 영상, 에세이, 웹툰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학교에 갈 때는 다음이나 네이버 동물 채널의 카드뉴스를 보며 반려견 음식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자기 전에는 밍고와 함께 침대에 누워 반려견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반려인구 1000만 명 시대. 미디어에서 사람의 조연 역할을 했던 동물이 이제는 주연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인 미디어, 신문, 방송, 포털, 케이블채널 등 다양한 미디어는 반려견을 어떻게 다룰까.

내 반려견도 주인공

백송희 씨(28)는 유튜브에서 '시바견 곰이탱이' 채널을 운영한다. 그는 하루아침에 반려견 전문 크리에이터가 됐다. 처음에는 개인 소장용으로 반려견 곰이(2)와 탱이(2) 영상을 간간이 올렸다. 곰이랑 탱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혼자 보려고 찍으면서였다.

구독자는 지난해 5월 초까지만 해도 스무 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5월 26일에 올린 󰡐늦잠 자는 주인 깨우는 시바견󰡑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구독자가 갑자기 2000명가량 늘었다. 현재는 약 6만1000명이 백 씨의 채널을 정기적으로 받아본다.
 
백 씨는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상 그대로를 보여준다. 촬영내용은 미리 정하지 않는다. 추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다 싶으면 휴대전화로 찍는다. 그래서 곰이와 탱이와 관련된다면 무엇이든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1~2시간, 유튜브 라이브로 약 300명의 시청자와 만난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편집을 전문가에게 맡기지만, 백 씨는 편집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로 직접 한다. 백 씨의 반려견 캐릭터 인형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다. 3월 말부터 제작하고, 5월부터 배송할 예정이다. 그는 "유튜버가 되고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면서 사료 값 정도지만 돈도 벌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 백송희 씨가 영상을 편집하는 모습.

반려견 콘텐츠의 인기는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월 7일 현재 유튜브에서 반려견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약 14만6000개의 콘텐츠가, 1140개의 채널이 검색된다.

신문과 반려견이 만났을 때

매년 복날 때마다 개고기 논쟁 기사가 빠짐없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개고기 찬반 논쟁의 '끝장을 보겠다'며 창간 기획으로 8회의 시리즈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가 있다. 지난해 8월 생긴 한겨레의 동물전문 뉴스팀 '애니멀피플'이다.
 
'애니멀피플'이 기획한 '대한민국 개고기 보고서'는 도축업자, 도소매상인, 보신탕 식당 주인, 개농장주까지 취재한 기획기사다. 남종영 팀장은 "우리의 목표는 개고기 찬반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거였다."고 말했다.

개고기를 찬성하는 쪽, 반대하는 쪽 모두에게 욕을 먹었다. 왜 개농장주의 편을 드느냐는 얘기와 개농장주 밥줄을 끊으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동시에 들었다. 남 팀장은 "양쪽 모두를 헤아리면서 최소한의 양적 균형은 맞춰야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2012년부터 토요판에 '생명면'을 통해 동물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이야기를 처음 다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남 팀장과 뜻이 맞는 취재기자 3명이 힘을 합쳐 '애니멀피플'을 만들었다. 매일 3~5개의 동물 기사를 온라인에, 매주 월요일 3~6개의 동물 기사를 신문에 게재한다.

지면을 떠나 포털로

언론사가 포털과 합작해 반려동물 전문 콘텐츠회사를 만든 사례도 있다. 󰡐동그람이󰡑 이야기다. 한국일보 뉴스기획팀 소속으로 있다가 작년 1월 별도 팀으로 분리됐다, 그리고 7월 네이버와 합작으로 동물 종합포털 버티컬 사이트로 재탄생했다.
 

▲ 네이버 메인화면에 보이는 네이버 동물공감 탭.

시작은 고은경 기자가 2014년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연재한 '반려동물 이야기' 칼럼이었다. 처음에는 지면기사까지 '동그람이'가 담당했다. 현재는 한국일보와 네이버의 합작회사로 독립해 사원 11명이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와 포스트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시킨다.

'동그람이'는 네이버 플랫폼을 주로 활용한다. 네이버 동물공간 '판'을 운영하고, 지식백과에 '다시 쓰는 개 사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가 15만 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좋다. 2015년 3월 시작한 걸 고려하면 상당히 빠르게 성장했다.

김영신 대표는 "서비스 시작 후 1년 정도 됐을 때 반응이 온다고 느꼈다, 반려견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호응을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그람이'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나 '꿀팁' 쪽에 집중한다.

포털사이트 '다음'도 동물 '탭'을 신설했다. 모바일 페이지 첫 화면에서 주제별 콘텐츠를 모아 제공하는 카테고리 서비스다. 다음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월 모든 콘텐츠를 1분 내로 소비할 수 있는 모바일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1boon'에 동물 채널을 신설했다. 이후 동물 콘텐츠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8월 카카오톡에 동물 탭을 열었다.

카카오 윤승재 매니저에 따르면 오픈 이후 동물 탭에 게재된 콘텐츠는 5개월 간 1만2000건 정도 된다. 현재 1boon에 동물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콘텐츠 제공자는 15곳이다.
 

▲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인에 보이는 동물 탭.

개와 함께, 개가 없이도, 개가 직접 보는 방송

반려동물 프로그램하면 2001년 시작한 SBS의 'TV동물농장'과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 출연으로 유명해진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떠오른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2015년 9월 시즌1을 시작해 지난달 시즌2까지 끝났다. 지금은 3월부터 '펫 다이어리'가 방영되고 있다.

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는 2015년 12월에, MBC의 '하하랜드'는 2017년 8월에 시청자를 찾아가 큰 인기를 얻었다. 현재 두 프로그램 모두 시즌2를 방영하는 중이다.

이렇게 최근 2, 3년새 반려동물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가운데 반려동물을 위한 프로그램만을 제작, 편성,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이 있다. 2014년 10월 개국한 '스카이라이프티비(Skylifetv)'의 반려동물 전문 채널 '스카이펫파크(Skypetpark)'와 2015년 9월 개국한 '마이펫티비(Mypettv)'다.
 
두 채널은 'TV 동물농장',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드니 SOS 동물 구조대' 등 외부 제작 콘텐츠를 물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함께 방영한다. 스카이라이브티브이 채널이 설립된 2004년 이래 최장수 프로그램도 '스카이펫파크'에서 탄생했다. 2016년 5월부터 12부작으로 나왔던 '잘살아보시개'의 시즌2 시리즈는 2017년 1월 시작해 현재까지 52회 방영 중이다.
 

▲ TV화면에 스카이펫파크의 '잘살아보시개'가 방영되고 있다.

'스카이펫파크'과 '마이펫티비'의 주 시청층은 각각 40~50대 여성과 20~40대 여성이다. 스카이펫파크의 정윤상 PD는 "지금은 연예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여행하는 '스타펫트래블'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펫티비의 허인범 편성제작팀장은 "사람이 직접 반려견 제품을 사용하고 후기를 남기는 프로그램인 '개같은 내 인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그티비'는 반려견을 위한 채널이다. 2013년 12월 국내에서 첫 방영을 시작했다.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견의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 미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한국에 송출한다. 영상의 색감, 밝기, 명암, 카메라앵글 등 전부 반려견의 시각과 청각에 맞춰 제작한다.

공혜민 한국지사 사장은 "편안함(Relaxation), 호기심(Stimulation), 사회화(Exposure)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개의 바이오리듬에 맞춰 방영된다."고 말했다. 채널가입 가구는 현재 5만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반려견 콘텐츠의 댓글에는 더 이상 '힐링'이라는 단어만 보이지 않는다. 반려견의 귀여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려견과 반려인이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고민, 반려견 보호와 복지까지 다룬다. 반려견과 만난 미디어는 그렇게 비반려인까지 공감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중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18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