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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1> 한미클럽 세미나 ① 기조연설
이은정 · 전진영 기자 | 승인 2018.02.01 03:01


주제=평창올림픽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
일시=2018년 1월 25일(목) 낮 12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
사회=이강덕 한미클럽 회장
기조연설=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
패널=윤정호(TV조선 부국장) 이승헌(동아일보 정치부장) 이미숙(문화일보 논설위원) 임석규(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노효동(연합뉴스 청와대 담당) 유지혜(중앙일보 외교 담당)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세미나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북한이 순수한 마음으로 평양에 왔을 거라 믿고 싶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꼭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창은 평창을 평양으로 잘못 표현했다. 요즘에 하도 그런 말이 많이 나와서 그랬다며 정정하자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는 한미클럽이 주최했다. 한미클럽은 주미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들의 모임. 반 전 총장은 기조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전현직 언론인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한반도 정세의 심각성에 대한 언급으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전쟁이 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작년부터 불거졌다. UN에서 10년 있을 때도 이렇게 한국뉴스가 톱으로 나온 적은 없었다. 남북 고위 당국자 회담에서 단일팀 구성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나왔지만 국민이 흥분도 하고 우려도 하고, 반응이 양분돼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심각하다는)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보인 최근 모습을 반 전 총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보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때 늘 평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안보리 제재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2397호처럼 상당히 강하게, 전 세계가 동참하는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선언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의견이다. 자신의 말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반 전 총장은 평창올림픽 이후의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은 남북합의대로 평화적이고 성공적으로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불만이 있더라도 협력해야 하지만, 그 다음에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다시 오판하거나 도발하면 국제사회의 반응은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라며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 같은 지도자들이 우려를 표명하는데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앞으로의 대북관계에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기본적으로 유연한, 온건한 보수이지만 북한 문제를 다룰 때는 진보적으로 하기가 어렵다면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반도 운전자론’과 ‘코리아 패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남북 화해문제에서는 한국이 당연히 운전석에 앉아야 하지만, 비핵화 문제는 미국 중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조수석에 앉는다고 비하할 필요가 없다. 제네바 합의(1994년) 당시 우리는 조수석에, 미국이 운전석에 앉았다.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코리아 패싱을 언론이 너무 많이 거론하면 남이 그렇게 본다. 제3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코리아 패싱’은 일본 언론이 먼저 사용한 단어이므로 (한국 언론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갔을 때 ‘재팬 패싱’이라며 문제 삼았다. 반 총장은 남북관계를 보도할 때 언론이 흥분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송월 방문 당시 한국 언론이 보인 태도는 한국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북한 응원단이나 공연단이 왔을 때 객관적으로, 의연하게,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평화의 제전이자 화해의 제전이어야 하는데 남북한 단일팀이 전부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이번 올림픽에는 세계 30여 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방문한다. 각 정상들은 자신의 선수들도 모두 기사로 다뤄지고 화면에 비춰지길 원한다. 북한은 우리가 호기심을 가질만한 취재대상이지만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평창올림픽 이후의 북한태도에 따라 작년보다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서 협의했는데, 이제까지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며 북한을 입술에, 중국을 이에 비유하는 식이었다. 현 상황은 대문과 본체라고 본다. 대문의 불이 본체로 옮겨 붙기 전에 꺼야한다며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므로 유엔의 제재, 특히 미국의 독자제재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나 마찬가지다. 반 전 총장은 미국에 계속 맞서던 이란이 세컨더리 보이콧 5년 만에 손을 들었던 사례를 거론했다. 미국은 이란원유를 수입하는 국가가 미국과 교역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아 ‘이란 제재법’에 넣어 2010년부터 시행했다. 이를 견디지 못해 이란이 대화 테이블에 나서면서 미국은 2015년 7월 이란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이끌어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반 전 총장은 제일 중요한 게 유류라고 했다. 유엔 제재로 북한의 유류 수입량은 연간 400만 배럴로 묶였다. 한국의 연간 유류 수입량은 10억 배럴이다. 북한의 재작년 무역규모는 70억 달러 수준. 90% 이상이 중국과의 교역이므로 중국의 제재동참은 큰 타격이 된다. 실제로 북한의 수출액이 작년 12월과 1월 사이에 80% 이상 줄었으며, 연말이면 반 토막 난다, 현재 외환 보유액은 30억 달러 정도라고 반 전 총장은 설명했다. 한국이 1998년 말,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에 외환 보유액은 44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최대한의 압력(maximum pressure)을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상당한 각오를 하고 압박하는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로 나오게 하는 방법”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유엔의 193개 회원국 중에 어떤 국가도 북한처럼 대놓고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언행을 한 곳이 없다. 이란이 조금 그랬지만 (북한처럼) 그렇게 위협적인 언사를 쓰진 않았다.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도 핵무기로 상대방을 치겠다고 얘기하진 않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을 장착해서 미국 심장부를 때리겠다는 국가는 없었다. 안보리 제재에 대해서도 그렇게 ‘defiant하게(도전적으로)’ 나온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반 전 총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렵게 돌아간다고 걱정했다. 다자주의가 점점 약화되고,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고 주요 협약에서 탈퇴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가느냐, 중국으로 가느냐는 우문이라고 표현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잘 마무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2개의 잠재적 적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1948년 건국 이래 어떤 정권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재조정한다는 얘기는 없었다. 우리는 5년마다 동맹 재조정, 전시작전권 문제를 거론하니 미국으로서는 답답하고 짜증난다. 부부관계나 친구관계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 입장을 존중해야 화목해진다. 더구나 우리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많은 국민이 혼란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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