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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도시 공간 활용, 뒤에서는 관리 부실... ‘생생한 도시’의 두 얼굴
김예원 기자 | 승인 2017.08.28 17:22
▲ 2013년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의 작품인 ‘상도 마실’. 서울 동작구 상도 4동에 위치한 이 시설에는 버려진 쓰레기 봉투와 담배 꽁초만이 남아 있다.

“반장 아주머니가 가끔 비질을 하는 것 외에 구청에서 관리를 하는 것은 본 적 없습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 4동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임채생 씨(66)는 근처의 쉼터인 ‘상도 마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임 씨가 가리킨 곳에는 빈 술병이 들어있는 쓰레기봉투와 오래된 빗물이 고인 항아리가 있었다. 구석에 비치된 소화전 안에는 거미줄과 먼지가 가득했다. 그는 이 쉼터를 동네 주민들이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술병을 비롯한 쓰레기가 자주 목격될 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쉼터라는 본래의 취지는 잊힌 지 오래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상도 마실’은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를 통해 쉼터로 탈바꿈한 유휴 공간(遊休空間,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장소)의 대표적인 예다.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는 서울 특별시와 기업 한화가 주도해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해온 도시 공간 활용 사업이다. 주최 측과 시민들은 잊혔던 유휴공간을 72시간의 작업을 통해 공공성을 강조한 도시공간으로 재탄생 시킨다. 작품 설치가 끝나면 조직 위원회에서 시민 반응을 수렴해 유지할 작품을 선정한다. 관리는 해당 구청의 몫이다. ‘상도 마실’ 역시 2013년 위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동작구청의 관할 하에 시설을 유지했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자투리 공간의 특성상 구청에서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청소와 같은 공원 유지 작업은 대부분 주민들의 관리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영등포구 문래동에 지어진 ‘희망과 행복의 무지개’다.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종렬 씨(48)는 구조물이 지어진 이후부터 전반적인 청소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김 씨는 쉼터가 저녁마다 담배꽁초 등으로 어질러져 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청 차원에서 따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동언 씨(64) 또한 “구청에서 화단을 일시적으로 설치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나 페인트칠과 같은 보수작업을 하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 2014년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의 작품인 ‘꽃갈피’. 서울 중구 예장동에 위치한 이 시설은 근처 미니 산책로. 풀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어 실질적 공간 활용이 어렵다.

주변의 수목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쉼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간도 있다. 2014년 중구 예장동에 설치된 ‘꽃갈피’의 경우,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벤치와 같은 주요 시설물들은 유지돼 시민들을 위한 자투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돌담길을 비롯한 주변은 수풀이 무성한 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해당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장소가 됐다. 서울 중구청 공원 녹지과 녹지팀에서는 “공간의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관리가 미흡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속적으로 관리는 하고 있긴 하지만, 쉼터는 막다른 도로의 끝이자 가로수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 세밀한 관리를 미처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상도 마실'의 한가운데 위치한 나무가 전봇대의 전깃줄과 어지럽게 얽혀 있다.

‘상도 마실’의 나무 또한 마찬가지다. 쉼터의 한가운데 위치한 나무는 전봇대의 전깃줄과 얽혀 하늘을 가린 지 오래다. 가지치기를 했지만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아 전깃줄과 얽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동작구청 공원 녹지과 조경팀 정재일 주무관은 관할 부서의 한계를 지적한다. 공원 녹지과에서 담당하는 일은 청소를 비롯한 공원 유지 및 관리이기 때문에 전선과 관련된 문제는 한국전력공사에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도 마실’ 주변의 쓰레기 투기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했다. 현장의 청소는 직원의 통제 하에 기간제 근로자들을 채용해서 수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동작구 전역을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상주 인원을 배치할만한 여유가 없다. “해당 쉼터의 쓰레기 무단 투기를 감시하기에는 배정된 인원이 제한적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의 쉼터 중 일부는 시민들의 공간 이용을 돕기 위한 특별한 장치를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은 고장 등을 이유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도 있다. 2014년 서대문구 대현동에 설치한 ‘썸 타는 계단’의 태양광 충전 벤치가 대표적인 예다. 주민들은 태양광 전지를 이용하여 쉼터를 이용하는 동안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 기계는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작동이 불가능하다. 담당 부서인 서대문구청 푸른 도시과 공원 관리팀에 문의한 결과, “기본적인 유지 관리를 넘어선 기계 보수와 같은 문제는 바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답했다. 기계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련 부서에서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는데, 한정된 예산을 배분하다 보면 급한 보수가 아닌 이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는 서울시 푸른 도시국 조경과의 주관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결과물들의 관리는 오롯이 해당 자치구의 몫이다. 그 이유로 푸른 도시국 조경과 도시녹화팀 박찬홍 씨(45)는 ‘자치구 담당자들의 지속적인 프로젝트 참여’를 꼽았다. 프로젝트 참여 시민들이 선정되고 나면, 자치구 담당자들은 워크샵을 비롯한 제작 과정에 관여한다. 시민들의 구상물이 실제로 지자체에서 관리가 가능한 지에 대해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프로젝트가 해당 지자체의 판단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소리다. 

만약 지자체에서 설치 이후 작품을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설의 철거 및 수정 공사 또한 가능하다. 박씨는 “자치구에 관리를 위임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결과물의 보전을 뜻하지만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3년에 실시된 12개의 프로젝트 중 ‘상도 마실’, ‘희망과 행복의 무지개’를 제외한 10개의 쉼터 및 구조물이 전시 기간이 지나고 난 후 철거된 사례가 있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유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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